아름다운 道伴

남녘으로내려가면서

산벚은이미지고

산마다파스텔톤으로

초여름을향해치닫고있었소

왔는가싶었는데벌써

봄날이저리가고있소

초여름빛으로시원해뵈는

강을건너고

또몇개의강을더건너고서야

섬으로들어가는

연육교에다다랐소

그곳에는세월이지나가는풍경이

유채꽃핀밭둔덕저편

아스라한수평선쪽으로

바람같이빠르게지나가고있었소

남쪽으로

얼마나내려왔는지

이름모를작은항포구에다다랐소

고단한길나그네옆으로

갈매기나래접은

어촌마을외딴봉우리

한가롭고고요한

작은항포구

송홧가루뽀얗게날리는풍경앞에

오래도록한식경을앉아있었더랬소

나란누구란말인고

저희뿌연海霧같이살아온

날들속에서

무삼히다가오는세월

외로운섬으로배가떠난다기

무작정하고뱃머리에올라

점점다가서는섬들을향해

가부좌하고앉았소

생각해보면

참으로허허바다같은생이었소

하지만

모든것은지나가고야말았소

눈물도

긴한숨도

못견디게힘들었던

격정의긴세월도

저기저흰포말로부서지는

파도같이사라져갔소

선미쪽으로부서지며뒤로멀어지는세월

뭍에서멀어질수록

깊어만지는旅愁

그바닷길을내가가고있소

아름다운무인도를

지나면서멀리에있는그대를생각하오

당신과나란히걸어온세월의저편은

생각사록저섬같이아름다웠소

먼길에서

문득아름다운도반으로

어깨동무되어걸어온

그대

그리고나

선창가에서엎드리듯

가파른언덕을올라

동백나무옆작은교회당에서

잠시그대를향한기도를했소

살아가면서

사람다운것이무엇이던고

그윽히바라보는눈길하나에서도

한사람영혼의부침이

떨어진꽃자리에서

또다시새잎이돋아나듯

짐짓

아무런아픔도없었던듯

이리어여쁘게소생하며

피어나는것이었소

그대가좋아하실花園

오솔길과

꽃의향기와

맑은햇살과

향그러운바람

그대와나

생의도반으로

살뜰히가꿔온

우리의화원이오

아름다운자태를

마음껏내뿜는꽃들의정원

그가운데서서

내한생애를돌아다보오

정원이보이는창가에

꽃같은세월이지나가는…

푸르렀던한시절

내젊은날의

쓸쓸한그림자

망망한먼航路에서

자꾸구부러지는마음길

그길을다잡아가는

남회귀선

섬을내려와

뱃머리를급선회하여

바람의언덕으로올랐소

바람의언덕에서

한가로운상춘객들틈에섞여

바다로향한벤치에앉아

눈을감고아스라한봄볕을

쬐고있었소

모든것은바람이었소

이편에서저편으로

흔적을지우며지나가는

바람

이세상에바람이아닌것은없었소

살아온날의반수이상은

바람이었소

생성과소멸의수레바퀴에서

무삼히흘러가는

한줄기바람이었소

바라보면아득토록멀리떠나온길

송홧가루날려

희뿌옇게흐려지는시야속에

구름이가고

배가가고

세월에실려

나또한뭍에서여기까지왔소

송홧가루노란띠가

해풍에실려뭍으로향하는

바닷가오솔길

그대와걸어온

아름다운풍경에다름아니었소

외따로나앉은섬

산중턱에서

한나절을턱괴고앉아

해풍에실려떠다니는

깊은사념에잠겨

그대를한참이나그리워했소

그리고

갯가로내려가

손을적시면서

물결에부서지는사념들을

바다에띄워보냈소

먼여행을떠나온남녘바다

이윽고

저물어가는섬

그리고

멀어지는서쪽산마루

그외로운섬안에

나를두고

떠나가는배

멀리에떠나올수록

더욱더

저녁노을같이

그리워지는

그대그리고나

안해여,

안해여,

아름다운道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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