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년오랜지기인친우가
경기도퇴촌에다아름다운펜션을짓고
진즉에초대를했지만
각자의생활에서여의치가못하다가
안해와함께찾았다.
입구에서맞아주는빨간우체통에서
친구의남다른감각의솜씨인줄알아봤다.
그간의우여곡절로
병원을들락거리며
심신이지쳐있던
우리네나이쯤의갱년기와
백화점식건강악화일로.
그모두를친구의고향인시골로의귀향에서
이제는누가봐도
심신이모두편안해뵈는
모습이너무반가웠다.
입구에서은근한미소로포즈를취해주는
친구의얼굴은적당히그을러있었고
똥배도없이강단있는몸매에서
서울살이의각박했던
친구의모습은
그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생각해보건데
저허공중에매달린배였다.
돛대도아니달고
삿대도없이
흘러온무장한우리들의세월.
그모든세월모두다
이렇게지나가리니…
우리내외가올라간다는전갈을받은그즉시
가마솥으로만들었다는
미적감각최고조의작품을
팬션옆마당화원으로
돌아나가는길목에다
세워두고
우리내외를맞아주었다.
교통사고로다리가불편한애완견과
서울생활을접고귀향한
내오랜친구와
단둘이서
살아가는아름다운펜션.
친구가손수세팅하고불을붙인
작은화로위에
장미꽃예쁜로즈마리향찻잔을얹어
야외탁자로내와서는
한없는망중한으로
소소한작은일상들에
감사함을이야기하였다.
그나직나직한이야기들은
도연명의귀거래사를이야기함이었다.
돌확에가꿔놓은솜씨는가히일품이었다.
그리고
저온실안과밖의수많은화분들에서
피어나는꽃들의향연.
친구의부지런한손길이
하나하나에마다정성으로배어있는
저수많은꽃들의화원.
틈나는짬짬히가꿔온
저알뜰한다육식물원.
친구의성정이고스란히배어있는
아름다운모습에
내입만함지박만하게벌어질따름이었다.
저만큼가꾸려면얼마나많은
수고스러움과부지런함이
매일같이계속돼야했을까.
친구의저런섬세함은
30년전사춘기적의고교시절에알아봤지만서도
이렇게훌륭한미적감각이내재돼
오롯이키워왔을줄이야.
우리내외에게
이곳저곳을소상히소개하면서
일일히그부연설명과
화분들의의미와출처를곁들여
수많은저꽃들의이름들을
줄줄이꽤고있었다.
안해에게
화분의분갈이
최초화분을생성하는단계와
마사토를섞어자양분흙을만드는비율까지
그야말로전문가경지에까지
다다른친구의모습에서
한없는경외감마져일었다.
함께더머물렀으면하는
친구의아쉬운배웅을받으며
북한강을지나다가
잠시차를세우고
시원하게강바람을쐬었다.
깊게들이마시는
심호흡.
친구야,
사랑하는내친구야.
이젠모쪼록건강만을챙겨살자꾸나.
유유히흐르는강물을따라오며
계속친구에대하여
이런저런이야기를나누며
예술의전당에도착하여
웅장한석조건물사이
돌마당을걸었다.
여유로운표정들과
한갓진사람들의풍경속에
안해와자연스럽게섞여들어갔다.
시골살이에서
가끔씩목말라했던
문화생활.
가끔씩옹달샘에와서목을축이듯
이런서울나들이를
자주해야겠는데
그도그리녹록치만은않은하세월.
인생의
1막2장이시작되고
마지막3막4장에
다다르기까지
산을넘어강을건너
논둑밭둑을넘나드는
대금과피리
아쟁과장구잽이의
길고긴유장한연주무대.
눈을감을라치면
어느덧끝간데없는
음악의바다
한가운데로나아가고있었다.
짙은안개바다에서헤메다가
질풍노도에휘말려
종국에는
피안에못닿을수도있는
자진한잎.
아,
끝없이
무장하게흐르는
삼현육각.
관객들이돌아간
고요한뜰에서
한낮부터
저녁까지이어진
한여름밤의꿈을다시한번되새겨꾸면서
문득올려다본
밤하늘에
어여쁜하현달이
따라오고있었다.
이모두
세상의모든근심걱정을멎게하는
萬波停息之曲이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