馬上日記 (월악을 넘으며)

마굿간에서적토마를몰고나와

고삐를옹쳐조여매고월악산자락

신선봉아래에사는월악선비내외를만나러

짚세기고쳐신고괴나리봇짐말잔등양쪽으로매어달고넘어가다.

어찌저리선비양반화색이신선같느뇨.

내자인울산댁의후덕한미소와살가운마중에

오오랜지기인양살아온과거사情談

끝없이이어지는담소.

그늘막을만들어객을앉히는바깥양반의환대에

먼신선봉이발아래에눕다.

한양천리길초례청으로달려갈이내몸

도포자락여미며돌아나올제

어허!~적토마에여물을

주질못하고급히달려온터

마방집주인장의허물없는인심으로

여물죽한구영가득담아내다.

배불리여물을먹고말발굽힘차게차며

단숨에넘어온월악산고개

내천가에잠시고삐를매고산천을둘러보며

시조한수읊고시냇물에손을담궈

玉水에세안을하며

다시금올려다보는월악.

적토마도물한모금축이고

마시금馬上에올라말채칙을휘두르다.

산천이뒤로휙,휙,지나가며

빙빙돌아가는산내들.

귓속에꽂은유성기판에서는

옛노래끊없이구성지게흐르고

월악도흐르고

시냇물도흐르고

구름도흐르고

바람도흐르고

그속에적토마도흐르고

내마음도흐르더라.

절기는어느덧음력오월초하루로흐르는데

흘러가는것이어디세월뿐이랴.

지나간설운저세월도

저기저아름다운절기에얹혀

옅어지며멀어져가고

어느누구선달의상처에도

새살이돋아난다는상달.

저기저산마루에온갖시름얹어

두둥실떠흐르는구름에다

흘려보내고

다시금짚세기고쳐서매고

적토마상에서허리를곧추세울제

어허라,

산마루를넘는

구름아,너는알것다.

馬上에앉아흐르는이내심사를…

인생이란천리길

산을넘어또봉우리

그골을넘어더높이우뚝솟아오르는산맥

아,

가도가도끝없는

우리네인생산맥이로고.

산구비를돌아가다가

문득돌아보는

지나온길.

서러운과거事를엮어넘는길나그네.

지나온인정들이수럿한노상에서

긴한숨들이마시고

다시금적토마고삐를당기며

쉬어넘는월악산.

월악산봉우리를넘나드는구름.

흩어졌다가모이고

머물렀다가흘러넘고

비구름으로왔다가

흰구름으로넘어가듯

무삼히흐르는

월악.

숲길에서잠시쉬어

정좌를틀고앉아

실눈을뜨고

올려다보는상상봉.

충주고을너른벌을

달리고달려

당도한집.

짚세기를씻어

소청마루에널어놓고앉아…

이제쯤사

나는알것다.

구름이들고나는까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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