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지리산

여름한복판에세석평전의신새벽은

싸늘한한기가목덜미를파고든다,

밤새산꾼들로수런수런하던세석평전.

누군가발끝을건드리며깨우기에일어나

거울을보니몰골이말이아니다.

조용히배낭을챙기며버너에불을당겨

간단한조식을해결하다

사위는고요하여나뭇가지스치는소리와

규칙적으로스틱이바위에부딪는소리뿐

앞서가는등산화뒤꿈치만바라보며적막한산길을가다.

헤드랜턴을최대치로밝혀

돌투산이길을더듬더듬내려가다가

천왕봉이아닌하산길로길을잘못들어

되짚어올라와다시금길라잡이의산총각과산처녀를길동무삼아

어둔길을더듬어천왕봉방향으로향해오르다.

동녘의여명은이미지리산을서서히깨우고…

촛대봉에서일출을맞이하였다.

이토록장엄한해돋이를예전에는본적이없다.

어둠을일거에깨치고솟아오르는일출.

그리고연이어펼쳐지는장엄한지리산의구름바다.

까마득히멀리에섬처럼뜬산봉우리.

고독한섬안에들어뭍을그리워하는섬.

지평선끝으로멀어지는山,山,山.

나는이구름바다를지나어디로가야할꺼나.

이윽고아침해가걷어가는구름바다.

눈앞으로다가서는지리산의골과능선.

점점히흩어지는구름따라멀어지는첩첩산.

죽어오백년을산다하던

고사목의나무둥치.

퍽,퍽,스러져울며푸르른산하를조상하다.

하늘로통한다는통천문이

구름에혼미하여하늘길을잃고헤매이다.

천왕봉에환호를부르며북적이는사람들도

산중턱에서되돌아내려갔던사람의뒷모습도

묵묵히맞아주는지리산앞에

저마다의상처를내보일수가있어

이곳까지올라왔던것은아닐꺼나.

저기저골짜구니를올라오는구름같이

문득밀려오는회한.

깊숙한저편에서짐짓잊고살아왔던

낡고보잘것없는기억의저편.

어느마음자락이있어이산저산

설운길을가는가.

회한으로저무는산그림자.

길게눕는지리산.

그넘어넘어에피안으로가는길이있다더뇨.

다시금발아래로올라오는회한.

사바세계로내려가라채근하는산그늘.

지친발을추스려다시금걷는산길.

종일산행에도

지친몸에힘이솟는것은
길없는길에

발자국소리소리없는발자국

끝없이이어지는발자국들.

무엇을위해고행의산능선을넘어

고단한산길을오르는가.

내안에무엇이있어

낯선길을이끌고가는가.

疊疊山中

山中無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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