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언덕



아부지는장에가시고
할아부지께서는시향에
시제지내러가시고
할머니는오동산아래
보습고지로
나들이가셨고
엄니는들에나가시고
초가마을은
고요하다.

가끔씩
솔개가병아리를채가려고
봄하늘을빙빙돌다가
마루택이저수지를건너날아가고
하릴없이
마을앞논배미로모내기구경을나가
동무들과놀았던초가마을.

모내기에여념없는
어른들은거머리란놈이
종아리에달라붙어
피를빨아먹는놈을
철썩,때려가면서손으로잡아떼면
시뻘건피가종아리에서주루룩!~
흐미!~무셔라!!!!~



동무들과논뚝에쭈구려앉아
새참이나올때를기다리는데
뱃속에서는거지가들어앉았는지
쪼로록!~쪼록록!~
옆집주열네모내기날.
청태김에고추장양념을발라구운
모내기찬에모밥.
동무와같이서
막걸리심부름을하다가
주전자꼭지를빨아댕기면꿀꺽!~넘어오던
달착지근한막걸리단술.
어른들도고단하지만
하루왼종일
논배미에어슬렁거리며
가끔씩모줄도튕겨주다가
슬몃빠져나와
아이들과뒷동산에올라
뛰놀다보면어느덧저물던고향언덕.
벌거숭이민둥산에서
아래로치달으면서
밭고랑에쳐박히듯자빠져서하늘을
올려다보면
고얀히눈물이나곤하던저녁.
집집마다의굴뚝에서
밥을짓는저녁연기가
마을전체를포근히감싸고
매큰한연기냄새가허기를재촉하던
어스름저녁.
40년저편의
초동친구들이그립습니다.
벌써두엇은이세상에없고
초가지붕도없고
신작로도없고
저녁연기도없고
껌정고무신도없고
흙담장아래사금파리도없고
구들장이끓던아랫목도없고
강남에서날아왔던제비도없고
모내기하며풍물놀던들판도없고
사랑방에서오간을띠시던할아부지도안계시고
인두로화롯불을다독이시던할무니도안계시고
방죽거리부터대취하셔서비틀걸음을하시며
아부지가들어서시면흙마당희뽀얗던
울담장가꽃밭에서까르르~웃던
봉선화에맨드라미.
다어디갔나?
눈감으면지금도
초가지붕이내려다보이는
저기저
그리운고향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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