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Km지점
나어린시절
눈물없던시절이었다
고향의푸른잔디에서철모르고뛰었다
8Km지점
어머니손에이끌려학교를갔다
학교운동장에서인생의첫걸음을내딛었다
친구도알고선생님도만났다
배움의시작
인생공부의시작이었다
9Km지점
행복한유년의길에서아버지의보살핌과
형재애가무엇인지어렴풋이알아갔다
뛰다가넘어져무릎이깨져도울지않고일어나는법을
아버지에게배웠다
12Km~23Km지점
초,중,고,대학교를거치면서경쟁대열에서
항상시험에들어야만했다
앞만보고열심히달리면되는세상인줄알았다
빨리나이가먹어어른이되고팠다
그저이지긋지긋한시험에서해방이되어
의무만강권돼온시절에서이제쯤엔권리도행하면서
담배와술도마음껏취할수있는
주민증에명시되어있는성인으로
이사회로부터당당히대접을받고팠다
번뜩이는칸트와
염세적으로가는길위에서는
마구휘청이면서쏘펜아우어를알았다
논어와맹자를알아가며삼국지를읽었다
인생선배들이삼국지에이세상이들어있다고해서읽고또읽었다
어지러운난세와권모술수에놀아나고인생전법에통달한
영웅과도조우하였다
唐詩와漢詩속을걸어가며깊디깊은선비정신을배웠다
그리고
어린왕자라는인생친구를만난것은행운이었다
31Km~35Km지점
뒤를돌아보며망설망설조랑말같이잰걸음으로달려가는길
36Km~37Km
햇살이비춰드는길위에서다시내쳐달리는길
그길에서행복한날들을지나가며
인생의아름다운길에서잠시발길이가벼웠다
38Km지점
내스스로자수성가하여회사도세웠다
나날이좋은날로이어지는탄탄대로쾌청한길
39Km지점
인생의된고개라는아홉수가앞을가로막았다
생각보다처절하고힘겨웠다
넘어도넘어도넘어지질않는인생고개였다
팔짱을끼고바라보는관중들이있었다
헛걸음으로당황하는길위에
비웃음으로조소를보내는사람이많았다
지친다리를더욱맥없이풀리게했다
넘어질듯비틀~비틀~
40Km지점
목이마르고침샘조차고갈된
타는목마름
생명수같은물을건네오는사람도많았다
격려와용기를주는사람으로인하여
땅을짚고일어나
다시뛰었다
40Km~41.195Km지점
숨이턱에찼다
눈물을삼키며포기해야할길이여러갈래
고별전을힘겹게치루는길위에서
그냥주저앉고싶었다
41.195Km~43Km지점
인생이흥청망청노세노세가아니었다
벅구잽이로돌아가는
녹록한세상은더더욱아니었다
누가인생길이41.195Km라고했던고?
아아니었다
절대아니었다
그것은숫자에불과할뿐
다시금제자리에서뛰어갈원점의숫자였다
삼현육각으로도안되는인생의길
사물놀이로도안되는길
44Km지점
앞만보고열심히뛰어온길위에서의망설임
길이끝난길에서또길은이어지고…
느림이란무엇인지를알아가는
느릿재길로들어섰다
빠르게만뛴다고결코1등이될수없는마라톤
차라리느리게거북이걸음으로가는길을찾아가자
45Km지점
인생의안내자도만나함께웃으며
虛虛바다같은길에서헤매이다가
이제야어렴풋한길에서
격려섞인박수
47Km지점
차라리인생을반납하고싶도록고난에서고난으로이어지는길
등까머리로서늘히젖어드는한기
그래도등떠밀려
세월이흘러가는바람따라
다시금두주먹불끈쥐고
피눈물로달리는길
48Km지점
남들이모두아무렇지도않게돌아나오는
반환점저편의부럽고부러운사람들
나는지금어느길위에서달리고있는것인고
49Km지점
가던길을멈추고
한숨을고르며차한잔을마시는길
그길위에서나란도대체누구란말인가
이먼마라톤을달리는이유가무엇이던고
다시금불끈쥐어보는주먹
51.195Km지점
다시금두주먹을불끈쥐고
내리막에서오르막을잡아채고
다시그여세를몰아
탄력을받아수월하게호흡조절을하였다
51.201Km지점
인생은어차피흔들리며가는길
눈물에흔들리고
바람에흔들리고
사랑에흔들리고
세상에흔들리고
점점老眼으로드는길위에서
다시금눈을부릅뜨고촛점을모으면서달리는오르막길
51.222Km지점
아름다운사람들과의좋은만남으로
세상길이아름다웠다
51.555Km지점
누구는걸어가고
누구는뛰어가고
누구는정지등을켜기도하는마라톤길위에서
51.999Km지점
달리고달려온길
어느덧머리에하얀서리가내린다
어느새찾아온중년에서장년으로넘어가는길
52Km지점
[全炳倫]
조부님이지어주신이름자
온세상을…
그리고인류를
넓게살피고보듬어밝히라시는이름자
내이름자에책임감을느끼며
명예를소중히여겨달려온마라톤길
52.195Km지점
다시진중히힘을주는종아리근육
지나온흐릿한옛그림자에눈물서려
가끔은길이흔들리지만
아무런일없었던듯또다시달려가는길
52.300Km지점
아름다운道伴으로나란히달리는길에서의어깨동무길
인생의중반을넘어종반으로치닫듯
휙,휙,지나가는세월에실려
52Km속도로달려가는길
52.555Km지점
내가달려온길을반추하여..
이기심으로살아가지않고
이타심으로달려가야할길에서
타인들의인생역정에
정답아닌현답의열쇠꾸러미를
잠시빌려주며달려가야할길
52.955Km지점
결승점은존재하는것일까?
존재한다면그길의끝에서
나는이긴마라톤을어찌달려왔을까
나란무엇을쫓아먼마라톤길을왔던가?
진정한마라토너로부끄럽지않았을까
53.195Km지점
내인생의마라톤종착점에도
저월계관이기다려줄까?
타인이들고있는저월계관을바라보면서
내손에도쥐어질
마라톤인생길의결승점
그80Km지점쯤에서
황혼길의나는
어떤마라토너로
누구이며무엇일까
53.607Km지점
친구야,
자네가달려온마라톤길은어떠했던가?
어허!~말도마시게나
마라톤과함께달리던
음악도끝나고
고요히침잠으로드는이저녁
눈감아詩한수를읊조리나니…
나는두길을다가지못하는것을안타깝게생각하면서,
오랫동안서서한길이굽어꺾여내려간데까지,
바라다볼수있는데까지멀리바라다보았습니다.
그길에는풀이더있고사람이걸은자취가적어,
아마더걸어야될길이라고나는생각했었던게지요.
그길을걸으므로,그길도거의같아질것이지만.
낙엽을밟은자취는없었습니다.
아,나는다음날을위하여한길은남겨두었습니다.
길은길에연하여끝없으므로
내가다시돌아올것을의심하면서—.
한숨을쉬며이야기할것입니다.
숲속에두갈래길이있었다고,
나는사람이적게간길을택하였다고,
그리고그것때문에모든것이달라졌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