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배

그때가언제였쟈?

맞아,맞아

군복을입은푸른날이었지

단발머리에미소가참예뻤던少女였어

어느날상급부대에전령갔다가오는

고참이내무반침상위로몇통의위문편지를

쏟아놨었지

80%가국민학생편지였고

가물에콩나듯두,세통의여중고생위문편지가

섞여서오곤했는데

그것은여지없이고참몫이었다

당연내몫은국민학생이선생님닥달에못이겨쓴

형식적인편지나부랭이였으니

읽으나마나내용은뻔했다

내무반을나와이장님댁으로향했다

막여름철로접어들면서

삼봉해수욕장개장시기가다가와

마을주민들은갑론을박으로

저녁마다회의로이장집마당평상에서

열띤의견들이오고갔다

마당으로들어서자고구마를한소쿠리쪄서

사랑채에서군화를벗는내게

건네왔다

당시이장님댁세꼬맹이과외지도부탁받고

저녁이면아이들공부를가르쳤다

아이들과는엄청친하게지냈다

바닷가로나가동요도부르고

굴렁쇠를만들어

드넓은백사장을달려나아가기도하면서

짬밥만먹는내게가끔씩

이장님댁에서사제밥으로포식을하기도했다

무용이,무민이,혜선이

이세꼬맹이들의친구겸선생님이돼서

보냈던바닷가마을군인아저씨는

동심으로돌아가주말이면아이들친구로지냈다

삼봉해수욕장이개장되면서

관광버스가밀어닥치기시작했다

고참들은내군화를닦아주고

군복도칼주름이지도록

비까번쩍하게다려주곤

나를관광버스검문사병으로

내보냈다

전방초소에서관광버스가백사장포구쪽에서

진입해오면나는총알같이튀어나가

삼봉바로아래에서버스를정차시키고

올라가검문아닌위문품을수령해야했다

처음에는고참사병들이검문을했지만

별무소득인지라그중에서

철모와군복이제일단정히멋있다는의견이

내게로떨어졌고

일종의초소대표로차출이된셈이었다

관광객반응은분명한차이를보였다

M16을잡은손에는흰장갑까지구해다끼워줬고

바짓단에는헌병들이나차는링을채워줬다

걸음마다쩔걱거리는소리가절도를자아냈고

A급철모와군복은스마트한분위기까지연출해내도록

고참들은지극정성으로세팅을해줬다

버스에오르면휘파람을불어대면서박수세례부터받았다

손을잡으려는아가씨들이난리부르스를췄다

시선을고정시키고마네킹같은표정으로짐짓

긴장감을조성하고야간에바다쪽으로불빛이나가면

절대안된다는경고와

일몰과동시에해안가군사작전지역출입시

북괴군으로인지발포가된다는

말도안되는무시무시한경고를

똑떨어지는발음으로마치고

버스안선반을검색하는모션을취하면서

뒷자리몇몇의떠꺼머리총각의신분증도요구해보면서

질문을할라치면그일행들가방에서

먹꺼리와과자가나왔다

일종의뇌물성도섞였지만

고생하는군인아저씨에대한답례의의미가더컸다

바깥화물칸을열어검색할라치면

라면박스도건내왔다

거수경례로마치고돌아서면

박수세례와함께노래를요구하는

아가씨들도많았다

아가씨들은긴장은커녕내게이쁘다는표현을써가며

같은나이또래의남자로만보았다

근엄한표정으로정중히거절하고

내려오면버스가떠난자리에

위문품이수북했다

모래사구넘어에납작엎드려이쪽만지켜보고있던

고참들이달려나오면서

전리품?을죄챙겼다

그날저녁은퉁,불어터지는군용라면대신

쫀득한사제라면으로회식을치렀다

아,내가시방위문편지야그를하려고했지

그위문편지에서여고생편지가한통나왔는데

여느편지와는사뭇다른편지를최고고참이차지했다

당연그고참은내게대필요구를하였고

몇번의편지가오가다가

말년휴가를나가만나고까지왔는데

그뒤로는편지가뚝끊겨버렸다

황당한사건에고참은여고생의편지권을

내게팽개치듯넘겨줬다

다시편지를쓰면서

편지글주인공임을밝히면서

본의아니게대필하여미안타는사과성글을보냈다

의외로뜻밖의답장이왔다

그편지는공개성으로내무반병사모두가

돌려읽으며말그대로진정한위문편지로

자리메김을하였다

그러던어느날면회를가도되느냐는

편지가왔고망설이는내게

고참들은압력을가했다

해수욕객들이해변을가득메우는

여름한복판의어느날

송계숙이라는여고2년생이친구와둘이서

면회를왔다

작은군막사인초소가발칵뒤집혔다

생각하던이상으로아름다운미모의귀염성있는소녀였다

내무반은금새

고얀히부끄러워빈코만킁킁대는사병에

숙기없어소녀의얼굴도못쳐다보는사병에

애꿎은관물대만정리하며돌아앉는사병에

영내화만만지작거리면서문쪽만힐끗거리는사병에

눈빛에살기비스므리한이상야릇함을품고다가앉는고참병에

그녀의미모는어두컴컴한내무반을환하게밝혔다

나또한어색해서말도제대로못했다

편지글로는청산유수같았건만

이상하니혀가꼬여들어갔다

고참들이바닷가데이트를허락했다

말은별반없었지만주고받은수많은편지글덕분인지

금새어색함을씻을수가있었다

피서객들의현란함속으로섞여들어

애인이면회온군바리같은모습으로

여고생둘을거느리고해변을걸었다

해수욕장끝까지걸어가면틀모시로건너가는

민물이흘러바다로나가는작은개울이있는데

그곳솔밭의한가한곳에자리를펴고

그녀들이싸온도시락과과일이며과자등속을

펼쳐놓고맛있는식사를곁들여황홀지경과무아지경으로

군바리의최고행복을누리고앉았자니

고참들의얼굴들이하나둘스쳐지나는데

하나같이시기어린떫은눈빛들이었다

쫄병은눈치밥으로짬밥을먹어야하는고로

음식이반가량줄어갈즈음

배가불러도저히못먹겠다는이야기를하니

그것을싸주어서내무반으로가져갈수가있었다

정성이가득한음식은떡본김에제사지내듯

맞바로고참들의쐬주한도꾸리를작살내고야말았다

고참들은술이취해모포속으로기어들고

야간경계근무는당연지사술한잔도못얻어먹은

쫄병들의말뚝근무로이어졌다

간첩이출몰하여흉흉한그당시의

해안경계는삼엄했다

백미터간격으로해안선진지가구축되어

전방에는크레모아를설치하고

참호에는완전무장을하고개인화기인

수류탄과유탄발사기까지

중무장을하고동초를제외한모든병력이

새벽까지철통근무경계를했다

3명일개조를이뤄투입된진지에서

교대로가수면을취해가며

근무를서는데

나는낮으로이장님아이들과외선생을하면서

낮에다른병사들의취침시간에도

주간수면에서제외되면서

나는상급부대와의통신망이설치된상황실의말뚝만세웠다

그날밤은소초장의배려로

어스름녘에부대앞에서서성거리면서

나를찾는그녀들의데이트상대로

근무열외를시켜줬다

그녀들과경계병이투입되지않은

참호로갔다

이런저런이야기로

내귀를즐겁게해주며황홀지경의시간은

흘러흘러서달이서편으로기울이다보니

수평선끝에서부터

달빛어린은물결이해안선까지달려오고있었다

그때막그녀들의노래가시작됐다

처음에는나직히

나중에는절묘한두소녀의화음으로

둘다섯의[밤배]를불렀다

간첩선을지켜야하는군인인

내눈에는

그은물결바다위로

착시현상인지뭔지모를배한척

조그만밤배가은물결달빛위로

선명하게떠가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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