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마을의 鶴이시여

하회마을영의정西厓유성룡대감의와병하심의전갈을받고

진천땅광혜원에서안동땅河回까지백마를몰아내려가다가

대감께서정비록을쓰시고완결을짓기까지머무셨던

옥연정사에서잠시숨을고르며

소나무아래백마를매어놓고강건너하회를바라보다

지난해음력칠월초순에잠시찾아뵙고문안을드리고는

선비들과풍류를즐기며선유줄불놀이로밤이깊은줄을모르고

안해와함께부용대에서떨어지는불덩이를바라보며

落火야!를외치며유생들과술잔으로한시를지었던것이엊그제같으련마는..

달걀껍질에기름솜을붙여江上을떠내려오던蓮花를바라보던일과

선유줄을타고만송정에서부용대를치오르는불꽃을안해와하염없이바라보았었겠다?

아,어느덧한해가가고

먼길을빙자하여이리위독하시다는전갈이당도토록

불충한하세월만보내고있던터

다시馬上에올라거룻배에올라하회에당도하니해가중천이라

천인공노할왜구들이임진왜란으로이땅을침노하던차에

영의정대감께서결연히나서시어國亂을극복하셨음에

저아름다운풍광은물론하고하회를감싸고돌아흐르는

저낙동강의유유함은이리변함이없도다

하회마을입구에서말에서내려의관을다시고쳐정갈히하고

도포자락다시여며뒷짐을지고휘적,휘적걸어나아갈제

아름다운하회를바라보노라니

저절로漢詩한수를읊조리게되더라

涕鳥落花摠可憐

獨立靑山萬孤心

우는새와지는꽃이모두가련하여라

홀로청산에서니외롭고고독하도다

강건너부용대에서서하회를바라보노라니

아스라히백련이가득하게핀연못이

바로예였구나

아직연꽃몽오리가채여물지못하여절기가윤오월을넘어서누나

참으로신성스레아름다운꽃이로고

진흙시궁창같은연못바닥에서어찌저토록영롱한백련이피어나는고?

사람도저와같아

아무리어려운역경속에서도고고하고청청하여야하거늘…

이엄연히반상이유별한세상에서

이렇듯사람의차별에끝을내고

모든민초들이함께어울렁더울렁살아갈그날

모든백성이평등할그날은영영요원한일일꼬?

저백성들의삼간초려를바라보면고얀히마음이애끈하여옴은

유성룡대감이나나나한가지마음이라

마당의빨래줄에걸린아기지저귀가

따가운여름햇살에흔들리는모양을넌즈시바라보노라니

사람사는진정한행복이

저삼간초려안에오롯이머물러있음이렷다

절기가벌써이리훌쩍지나

보리의환갑이라는망종을지나가더니

하지가엊그제로또한지나가누나

저초가집이영모각에마름을부치는천서방집이렸다?

어느덧텃밭에옥수숫대가저리사람의키를넘는구나

옥수수대가자라듯

우리네우매한학식도높이높이쑥,쑥자라오를수는없는것인고

당쟁으로날이지고새는조정의모리배들과

상감을에워싸고있는간특한무리에게

뜨거운뙤약볕아래

겸허히바람따라순응하며자신을키워가는

옥수수한잎의깊은뜻을전코싶으니…

충효당에들어서니

행랑아범마서방이급히나와

말고삐를잡아마굿간에들이며머리를조아리더라

지난해성글었던마서방머리가봉두난발같이하얗게변하여

어쩌지못하는세월의서리가내렸구나

지난해마서방의길라잡이로동자하나를데리고

나홀로찾아가고요히앉았던

강건너상봉정이저강건너쯤이로고?

남풍이건듯불던느티나무정자에앉아

쓸쓸함으로시조를읊으며대취하던그날

게슴츠레건너다뵈던상봉정

그아래를유장하게돌아흐르던洛東

사랑채에여장을풀고앉아

잠시먼장도에쌓인여독을달래면서

뽀얀흙마당을내려다보고앉았노라니

몸이쇠잔하시어옥연정사에서충효당으로옮겨앉으셔도

멈추지않으시던유성룡대감의깊은가르침이

저고요하니깊디깊게흐르는하회와같더라

책력속의윤오월

손없는이달에

대감의강건하심을비는별신굿을하였다니

참으로영험한기운이대감께오롯이들었으면좋으련마는…

세월의무상함으로몸과마음이점점쇠하시는도다

영의정의벼슬을버리시고낙향하시어

후학을가르치시고이끌어주심에

그누가있어그德行을대신할것인고?

대감춘추어느덧육십팔세에드셨으니

아,안타깝고통탄한지고

내나이오십중반중늙은이로치닫도록

어찌타대감을가까이서모시지를못하고

不遠千里안타까운세월만탓한단말인고

이불충한마음을어디에다풀어야하는고?

아,오호통재로다

가까스로心重을가다듬어

툇마루에앉아시원한뒷곁바람에땀을식히는데

행랑아범이건넨합죽선부채를부치니

이여름철한가운데가상그럽도다

깊이들어곰곰히생각컨데

여름이가고세월이가고

시절도가고사람도가고…

아,세상사모든것이무상키그지없도다

뒷짐지고천천히후원을돌아나가니

푸르러가는방초저리무삼한데

이곳에서함께동문수학했던인걸들은간곳이없구나

누구는관직을홀연히버리고산으로들어가고

누구는부산금정바닷가에서그물을거둬들이며살아가고

누구는탐라도로건너가백록에올라도인의삶을살아간다하고

또누구는당쟁의회오리칼끝에이세상과영영등을돌렸고

누구는깊은청산으로숨어들어종무소식으로세상과연을끊고지내더라

무슨면목으로이저녁

대감을배알할꼬?

저기저초막에서문을닫아걸고

고문헌을찾아읽고또읽어내리던한시절

대감의명으로

임진왜란한가운데

부국강병을위한훈련도감을생성하며보내던

어느해여름한철

등까머리로흘러내리던땀과

붉은반점으로생겨나던땀띠를왕골부채로문지르며

고난으로들던당쟁의회오리속에서

한시절을피해숨어지냈던하회마을

그지옥에서보낸한철

당쟁속의한양땅에서가까스로

목숨을부지하여안동땅하회마을로찾아들었을제

버선발로마당까지나오셔서두손맞잡아

반갑게맞아주시던유성룡대감

아,그때와변함없이

토담에기대어푸르러가는저추자나무

사람이저추자나무만도못하게칼로베어져퍽,퍽,스러져갔던

칼날위광풍같았던限時節

아,생각사록가슴아프도다

뒷짐을지고마을안길을걸어나아가는데

담장밖으로떨어진감꽃이

당쟁칼날속에베어지는목숨같이

무삼히흩어져뒹구는구나

앞산花山을바라보며뫼를가슴안에품어안아

쌓인한을풀어가며걸어나아가다가

만감이교차하는마음안의중심이흔들려

갓끈을고쳐매고한동안서있으렸다

태백준령의산줄기가뻗어오다가하회를감싸안으며

花山으로동편에솟아앉은뫼

저기저편안한산잔등이에마음을넌즈시얹어놓고

느릿한발걸음으로

한걸음한걸음을내딛도다

대감계시는충효당용마루로무삼히피어오르는뭉게구름

병환이깊어문안인사조차받질못하신다니

천리먼길달려온이내마음

애끈키그지없도다

담장넘어를

애끈한시선으로넘겨다보는마음

애슬픔이로다

담장으로붉게피어오르는선비꽃

대감을닮은능소화의절개로다

소담스레하늘끝으로올라

천리장천으로멀어지는구름

가던길멈추고

무연히바라보는도다

와병으로누워계시는사랑채뜨락

대감의드높으셨던기상

꺾어오르는나뭇가지와한가지로다

이제는어쩌지못할

저허공에서멈추고야만단말인고?

담장밖에서서성이는발걸음

안타까움으로넘어다보는데

어쩌지못하는세월의이끼

켜켜히기왓장위로쌓여가는도다

세월아,

야속한한시절아

대감께서몸과마음을휴양하셨던

원지정사누각에올라

손바닥을이마에대고

유장하게흐르는낙동을바라보는데

뻐꾹새花山에서이산저산으로날아울며

가뭇하게멀어지는먼하늘

낙동아,너는아느냐

한많은이내心思를…

무슨영화를바래이풍진한세상

벼슬길에오르려는고?

아서라~

저초가지붕아래들어아들딸낳고

한낮시골무지렁이로살아

산이부르는소리

들이부르는소리

논이부르는소리

밭이부르는소리

귀기울여살고지고…

동문수학하던유생을만나주막에들어

동동주한잔마실적에

낙동에서불어오는강바람

청사초롱을흔들고

풍경소리명징토다

청사초롱주막에서돌아오는길목쟁이

흙벽으로비춰드는석양빛그림자

巖扉寂寂柳陰陰

醉倚軒窓午夢深

何處東風吹送雨

一聲山鳥萬花心

산골사립문적적하고버들잎깊은데

취하여기댄창으로낮꿈이깊었구나

어느곳바람이비를불어보내는고

한소리산새는오만꽃의마음이로고

낮술에취해돌아가는데

민초들의초가마을이아늑하고도

편안케건너다뵈는구나

저기저초가집처마아래에서살아가는평민들의소소함이

이세상살이에으뜸이느니

거처하는집마당토담아래에쭈그려앉아

낮은꽃을들여다보노라니

저절로읊게되는詩한수

채송화그낮은꽃을보려면

그앞에서

고개숙여야한다

그앞에서

무릎도꿇어야한다

삶의꽃도

무릎을끓어야보인다

세상살이의중심을

이짧은詩한수에얹어놓고

나한평생살아가려니…

낮은사람들을위하여는

점점낮아지는下心으로만

기꺼웁게무릎도꿇어야하거늘

감았던눈을뜨니

샛노란장판위로반들반들

문밖뜨락이살며시비춰들고…

열어놓은창호문아래뒷뜰로

쏟아지는한낮의해

푸성귀채마밭으로눈이부시는도다

벌렁누워치어다보면

초가처마끝으로

무장토록흘러가는하세월

저논빛같이만한생애를살아가려하노니

내마음으로하냥없이들어오는

청청한기운

어둑하니땅거미지는낙동강가에나가

우두커니서서

시조한수를읊으려니

대감의강건하심을비는마음

더욱애절토록간절하도다

不是傷夏

只因億玉郞

塵豈多苦累

孤鶴未歸情

님그리워병이났어라

여름탓으로걸린병이아니라

오로지님그리워생긴병이라오

티끌덮인이세상엔괴로움도많지만

외로운학이되었기에돌아갈수도없고야

어두워지는하늘中天으로

너울너울날아가는鶴

널라와는多情하야앞서거니뒤서거니

짝을지어날아가는구나

내존경하여높이시는대감께서

저리홀로먼길을가시려하시는데

이제나는누구와어울려

너울너울이풍진한세상길을넘어갈꼬?

낙동에서저녁길을돋아돌아오는데

저무는마당으로제비한쌍이

먹이를나르느라연신오르락내리락하며

자부랑대빨래줄에앉아

낯선객을설어하는구나

부부의연으로맺어져새끼를거둬들이며

처마끝을들락이는

작은미물의저제비의마음

대감과나와의연으로맺어온한생애와같음이라

전생에억겁으로쌓인

깊고깊으다는인연설이들었고야

어둑한행랑채초가지붕위로

이밤들어성근별하나뜨려는고?

아,그예끈유성처럼

유성룡대감으로지시려는고

아,무상한인생이로고

목침을베고누워

멀어지는꿈길밭에서

이고랑저고랑

엎치락뒷치락흉한꿈속을헤메이는도다

뒤숭숭한잠자리에서깨어일어보니

천서방이문밖에서기침소리를내며

대감의위독하시다는전갈을아뢰는구나

의관을갖춰입고

충효당골목쟁이에서

홀로서성이는도다

저한밤中의

외로운소나무의사철푸르른기개같이

병조판서로임진왜란을진두지휘하시다가

영의정에올라상감곁을보필하시다가

어지러운당쟁속에반대편파벌의탄핵으로파직되어

백의종군하는마음으로낙향하실적에

이미천한제자를불러내려

국방을튼튼히할훈련도감을생성하시며

함께보내시던한시절

한밤中에홀로낙동강가까지나가섰노라니

대감께서보내신한많은세월이떠오르면서

옛생각과어우러져눈물이마구솟는도다

강건너옥연정사에도잠못이뤄

호롱불을밣혀놓았는지

눈물속에강마을이흔들리는도다

다시금상감의명을받아영의정에오르시어

이순신장군을스스로천거하시다가

사색당쟁의한가운데에드시게되어

반대편북인들의모진모함으로인하여

모든벼슬관직을파작하시고

이곳하회로낙향하시길몇차례

다시는벼슬길에오르질않으시고

저술에만몰두하시며

은거하시며

영원히돌아오신이곳안동땅하회마을

아,河回여

생각컨데한없이흔들리는세상이로다

아침에깨어일어보니

앞산머리로雨氣가득하는도다

고요히내리는빗소리에

시한수읊조리는데

雨後山中石澗喧

沉吟竟日獨憑軒

平生最厭紛囂地

惟此溪聲耳不煩

幽鳥聲中午夢闌

臥看巖上白雲閑

年來世事渾無意

吾眼猶宜對碧山

비온후산중물소리소란스러운데

홀로난간에기대어종일내깊은생각에들다

세상은평생싫토록어지럽고시끄러운데

그중에개울물소리귀에번거롭지않도다

그윽한새소리에한낮꿈에서깨어

바위위흰구름한가로이누워서바라본다

몇년째세상일에전혀뜻이없어

내눈은오히려푸르른청산만좋아하는도다

하늘이땅으로내려앉듯어둑한한낮

눈앞이캄캄한

대감의별세전갈이날아들다

충효당으로급히드는데

이마로부딪는빗방울하나

아,한점빗방울같이

이세상에떨어졌다가

한점빗방울로물같이흘러가는

하회같은세상

하회여,河回여

대감께이승에서의마지막하직인사를올리고나와

대청마루에물러앉는데…

하회마을만송정솔숲건너

부용대산마루위를

鶴이되어훨훨날아멀어지시는

柳成龍대감

눈물이왈칵쏟아지며

후두득,봉당으로긋는빗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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