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엄연히반상이유별한세상에서
이렇듯사람의차별에끝을내고
모든민초들이함께어울렁더울렁살아갈그날
모든백성이평등할그날은영영요원한일일꼬?
저백성들의삼간초려를바라보면고얀히마음이애끈하여옴은
유성룡대감이나나나한가지마음이라
마당의빨래줄에걸린아기지저귀가
따가운여름햇살에흔들리는모양을넌즈시바라보노라니
사람사는진정한행복이
저삼간초려안에오롯이머물러있음이렷다
절기가벌써이리훌쩍지나
보리의환갑이라는망종을지나가더니
하지가엊그제로또한지나가누나
저초가집이영모각에마름을부치는천서방집이렸다?
어느덧텃밭에옥수숫대가저리사람의키를넘는구나
옥수수대가자라듯
우리네우매한학식도높이높이쑥,쑥자라오를수는없는것인고
당쟁으로날이지고새는조정의모리배들과
상감을에워싸고있는간특한무리에게
뜨거운뙤약볕아래
겸허히바람따라순응하며자신을키워가는
옥수수한잎의깊은뜻을전코싶으니…
책력속의윤오월
손없는이달에
대감의강건하심을비는별신굿을하였다니
참으로영험한기운이대감께오롯이들었으면좋으련마는…
세월의무상함으로몸과마음이점점쇠하시는도다
영의정의벼슬을버리시고낙향하시어
후학을가르치시고이끌어주심에
그누가있어그德行을대신할것인고?
대감춘추어느덧육십팔세에드셨으니
아,안타깝고통탄한지고
내나이오십중반중늙은이로치닫도록
어찌타대감을가까이서모시지를못하고
不遠千里안타까운세월만탓한단말인고
이불충한마음을어디에다풀어야하는고?
아,오호통재로다
가까스로心重을가다듬어
툇마루에앉아시원한뒷곁바람에땀을식히는데
행랑아범이건넨합죽선부채를부치니
이여름철한가운데가상그럽도다
깊이들어곰곰히생각컨데
여름이가고세월이가고
시절도가고사람도가고…
아,세상사모든것이무상키그지없도다
뒷짐지고천천히후원을돌아나가니
푸르러가는방초저리무삼한데
이곳에서함께동문수학했던인걸들은간곳이없구나
누구는관직을홀연히버리고산으로들어가고
누구는부산금정바닷가에서그물을거둬들이며살아가고
누구는탐라도로건너가백록에올라도인의삶을살아간다하고
또누구는당쟁의회오리칼끝에이세상과영영등을돌렸고
누구는깊은청산으로숨어들어종무소식으로세상과연을끊고지내더라
무슨면목으로이저녁
대감을배알할꼬?
아,그때와변함없이
토담에기대어푸르러가는저추자나무
사람이저추자나무만도못하게칼로베어져퍽,퍽,스러져갔던
칼날위광풍같았던限時節
아,생각사록가슴아프도다
앞산花山을바라보며뫼를가슴안에품어안아
쌓인한을풀어가며걸어나아가다가
만감이교차하는마음안의중심이흔들려
갓끈을고쳐매고한동안서있으렸다
태백준령의산줄기가뻗어오다가하회를감싸안으며
花山으로동편에솟아앉은뫼
저기저편안한산잔등이에마음을넌즈시얹어놓고
느릿한발걸음으로
한걸음한걸음을내딛도다
담장으로붉게피어오르는선비꽃
대감을닮은능소화의절개로다
소담스레하늘끝으로올라
천리장천으로멀어지는구름
가던길멈추고
무연히바라보는도다
어쩌지못하는세월의이끼
켜켜히기왓장위로쌓여가는도다
세월아,
야속한한시절아
낙동아,너는아느냐
한많은이내心思를…
무슨영화를바래이풍진한세상
벼슬길에오르려는고?
아서라~
저초가지붕아래들어아들딸낳고
한낮시골무지렁이로살아
산이부르는소리
들이부르는소리
논이부르는소리
밭이부르는소리
귀기울여살고지고…
동문수학하던유생을만나주막에들어
동동주한잔마실적에
낙동에서불어오는강바람
청사초롱을흔들고
풍경소리명징토다
낮술에취해돌아가는데
민초들의초가마을이아늑하고도
편안케건너다뵈는구나
저기저초가집처마아래에서살아가는평민들의소소함이
이세상살이에으뜸이느니
거처하는집마당토담아래에쭈그려앉아
낮은꽃을들여다보노라니
저절로읊게되는詩한수
세상살이의중심을
이짧은詩한수에얹어놓고
나한평생살아가려니…
낮은사람들을위하여는
점점낮아지는下心으로만
기꺼웁게무릎도꿇어야하거늘
감았던눈을뜨니
샛노란장판위로반들반들
문밖뜨락이살며시비춰들고…
열어놓은창호문아래뒷뜰로
쏟아지는한낮의해
푸성귀채마밭으로눈이부시는도다
벌렁누워치어다보면
초가처마끝으로
무장토록흘러가는하세월
저논빛같이만한생애를살아가려하노니
내마음으로하냥없이들어오는
청청한기운
어둑하니땅거미지는낙동강가에나가
우두커니서서
시조한수를읊으려니
대감의강건하심을비는마음
더욱애절토록간절하도다
어두워지는하늘中天으로
너울너울날아가는鶴
널라와는多情하야앞서거니뒤서거니
짝을지어날아가는구나
내존경하여높이시는대감께서
저리홀로먼길을가시려하시는데
이제나는누구와어울려
너울너울이풍진한세상길을넘어갈꼬?
낙동에서저녁길을돋아돌아오는데
저무는마당으로제비한쌍이
먹이를나르느라연신오르락내리락하며
자부랑대빨래줄에앉아
낯선객을설어하는구나
부부의연으로맺어져새끼를거둬들이며
처마끝을들락이는
작은미물의저제비의마음
대감과나와의연으로맺어온한생애와같음이라
전생에억겁으로쌓인
깊고깊으다는인연설이들었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