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1
이렇듯남기고떠나간사람을그리워한다는것은참으로
哀스러운일이다.문득둘러보면다떠나가고홀로남
았다는것을실감하기까지는공중에매달린태양을보
는듯온통시야에가득한회백색의점들을세는서러
움이다눈을감으면자꾸나타나는점……
1997.여름
2
이미만들어진틀안에몸을맡긴다는것이얼마나허망
한일이던가그리고체념이란답답한무거움막
막한슬픔
1985.가을
3
길떠나또그길위에눕는다
1996.여름
4
나의말이저먼아라비아언어가되고그대의말또한
저먼먼아라사언어가됐는데…나는차마잃어버린
말을찾아떠나질못하고…
1995.겨울
5
어두운밤수면위를튀어오르는저빛천억광년을지나
비로소내게로온빛물고기비늘!
1997.여름
6
꼭움켜잡은주먹에서스..르.르.빠져나간허공턱수염
을훔친손등에서피가난다허공으로빠져나간미세한
입자들을손가락끝으로하나씩눌러본다꾹,꾹,묻어
나는흰빛흐르는흰빛의눈물
1995.가을
7
그옛날가지말라는길위에서의망설임그예그길이
끝나는곳에서의쓸쓸함되짚어또먼먼길을가야하는
길나그네
1984.봄
8
결핵을심하게앓는다바튼기침마다에별이왈칵,쏟
아진다어머니를불러보고하느님을불러봐도꼭꼭닫
힌사방의벽목울대에서꺽꺽대는그리운이름자밤
새껏죽음이라는아득한나락으로떨어졌다간몸을추스
린아침새털같은몸무게가차라리개운하다죽음과
그리움으로조제된한웅큼의약을삼킨다폐부깊숙히
바람한조각이지날뿐
1991.가을
9
말을하면자꾸헛돌아폐부에박힌다
1991.겨울
10
입안으로꿀렁,넘어온피
다시삼킨다
1997.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