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에서

불현듯하게떠난여행.

전주에서경주로가는길.

전주쯤에서저녁해가차창으로느릿하게지나는가싶더니

저물어가는하늘빛이길나그네심사를길위에붙잡아두었다.

엎어진김에쉬어간다고근처를지나는네비게이션화면으로

진안마이산이막지나가고있었다.

평소가고싶던참이었는데잘됐다싶어서마이산으로핸들을꺾었다.

흰고무신을신은그대로올라갈수있어서편안한마음으로올랐다.

고요한사찰의뜨락

그리고정적.

땀을흠씬흘리고서야산을내려왔다.

돌아서차창으로멀어지는마이산의풍경이

참으로한갓진마음안으로들어왔다.

어둑한88고속도로로들어서는데워낙에난시인지라야간운전이

불가능함을느끼고날저물어어둑한소읍으로들어서니

고령이라고했다.

여관은딱하나가보여무조건들어가방을잡으니

이상한나라엘리스에온듯안해와함께어리둥절하였다.

저녁겸사들어간양식집에서술이얼콰하니취하고나니

깊고짙은여수가밀려왔다.

전혀예기치않았던고장에서의하룻밤.

조금만걸어나가면어둑한밤길에가로등도없는길.

그길의저편에서다가오는낯설음.

스스로자아를찾아깊어지는思念.

나는어디쯤에와있는것일까.

지금가고있는길이잘가고있는길인가?

혹여방향을잃고엉뚱한길위에서서성거리고있지는않은것일까.

술기운에어릿한생경스러운소읍의밤길.

더욱팔짱을조여오는안해의따순체온.

불빛이환한슈퍼에들어이것저것별로필요치도않은것들을주워담는

설레임과쓸쓸함이교차하는곳에서의길나그네심사.

고얀히마음이가라앉으며

먼곳에두고온인정들이생각났다.

고속도로상에서씨애틀에서걸러온전화기저편의막내전화를받아든

안해의젖어들던목소리.

옆에서운전대를거머쥐고묵묵히통화내용을듣노라니목울대가땡겨왔다.

먼이국의끝자락에서이민자로의설음으로몸이고된나날속에

열심으로살아내는피붙이의삶속으로들어가는길목에서

자꾸만눈시울이화끈거렸다.

어쩌자고늦은나이에먼이국생활에서서성이는것인고.

다나름대로의인생길에서

그길위에서지않으면아니되는

그피치못할사연과절박함도존재하였으리니…

막내의이민생활이어디한사람의길일뿐이랴.

누구나의삶의질곡이서린지난길위에서

가슴아픈사연들이어찌없을까마는

짐짓모르는일이었듯그렇게들걸어가는길.

지도에서조차만나지못하였던

고령이라는처음듣는소읍에서의

짙은여수에허부적거리는길나그네심사.

밤길위에서흩어졌다가

다시뒤따라오는수많은편린들.

아,멀고먼그리운황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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