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추석날(달하나)
학교에서산만한분위기로오전수업을마치고집으로내달렸다.
서울에서오늘쯤큰누나가내려올텐데..
무슨선물을사올까?
집안에도착하니
집안아주머니들이오셔서
분주하게들음식장만을하시고계셨다.
집안에사람들이복작대니괜스레설랬다.
내일이추석날이니까오늘은작은추석.
엄니께서읍내장터에서내검정고무신을사오셨다.
어찌나좋은지코로냄새를맡아도보고
맨발에신어보기도했다.
알싸한이감촉이너무나좋다.
자동차바퀴그림이선명히찍힌<타이어>표신발.
얼마나신고싶었는지모른다.
봉당뜨락에있는누런지링이고무신은
뜀박질을하면금방찢어져서발가락이빼꼼나와서싫다.
실로꿰매도잠시뿐
너덜거리기는매냥마찬가지다.
그헌지링이신은
저녁판에바깥마당에서술래잡기놀이할때
마지막으로신고나면
굴뚝머리께에모아놓은쇠붙이와엄니의머리카락뭉치를합치면
엿장수아저씨한테솔찮게엿가락과맞바꿔먹을
수가있다.흐아~~
마당에는솥단지를엎어놓고
지름떡(부침개)을부치는냄새가구수하게진동하고..
웃마루에는아주머니들과누나들이
송편을만들며무엇이그리우스운지
가끔씩까르륵!!~웃음소리가터지곤한다.
안방에는할머니께서다식을만들고계셨다.
나무판떼기에참기름이잔뜩배인다식판은반들반들했다.
옆에쭈구리고앉으니
남자가이런곳에얼쩡대면불알이떨어진다고나가서놀라신다.
형은또어디로나갔는지보이질않았다.
형은요새못치기놀이재미에빠져서
손가락이짓무르게형친구들과열심히겨뤄서
한개두개따서연장통에다가보태곤했다.
그뿐만아니다.
구슬도장롱웃서랍으로한가득차서
열때마다챠르륵!~하는소리가듣기에좋다.
딱지는또얼마나많은지모른다.
형은학교를끝마치고집에만오면
저녁식사때까지온동네를휘젓고다녀서
맨날저녁마다나는형저녁을먹으러들어오라고
찾으러다니는일이장난이아니다.
오늘..
이런날도형은또없다.
할머니는빨리실한씨암탉을골라잡으라고
엄니께채근하시는데..
닭잡을형이없다.
저너미로가봤다.
공터마당에서형은열심히못치기를했다.
형에게몇번을조르고나서야슬슬집으로향했다.
마당가에늘어선답사리밑과
뒤울안둥근사철나무아래가닭들의쉼터다.
실한놈으로세마리를잡아헛간기둥에끈으로붙들어맸다.
창칼도준비하고대야에뜨거운물을담아샘가에놓고
형의용감무쌍한솜씨를침을꼴깍,꼴깍,삼켜가며기다렸다.
드디어
한마리를붙잡아내다가닭대가리를물에처박았다.
난겁이나서멀찌기마당화단가에앉아서바라봤다.
어찌나푸드덕대면서몸부림을치는지대야안의물이거의다엎질러졌다.
조금조용해지자
물에담그고선털을잡아뜯기시작했다.
어느정도뽑혔을까??
갑자기닭이후다닥!일어서는가했는데??
으..으..
그벌거숭이알통닭이샘가를몇발짝뒤뚱거리며뛰는게아닌가?
흑??!!~
난벌떡일어났다.
구경하던친척이며식구들이눈들을똥그랗게뜨며웃고들난리시다.
난웃음이나오기는커녕겁이더럭났다.
너무너무놀랐다.으..으..흐아!~~
엄마!!!!~를부르며안방으로냉큼들어갔다.
왠난리냐는할머니의꾸지람에
콩닥대는가슴을진정시키며
문짝창호지의작은쪽유리로내다보니
샘가소동이아직도계속되는것같았다.
따뜻한아랫목에앉으니엉덩짝이고실고실해진다.
가마솥군불로
훈기가득한방안에서
할머니가다식만드는모습을턱고이고엎드려바라봤다.
이제마음이진정되면서고소한다식냄새와참기름냄새가느껴졌다.
하아아아아..품!
졸음이슬슬밀려왔다.
아직잠들면안되는데..
오늘은신나는작은추석날인데..
방문을벌컥열어제끼며마루로나섰다.
매콤한저녁연기에재채기가나오려고콧속이갈근댔다.
에~~에~~엣취야!!!
윤식이네사랑방에화투치시러마실가신
할아버지께나가야겠다.
작은추석날(달둘)
대문께를나서며흘끗샘가를보니
형이씽긋히웃으며
어여와서닭잡아놓은거
구경하라고히쭉거리며으쓱거린다.
으..으..
무시하고바깥마당으로나섰다.
뒷집정애네앞마당삽작꺼리를지나는데
그노무무섭기로소문난숫탉이어슬렁거렸다.
아이들을보면쫓아와쪼아대며덤벼드는무서운숫탉이다.
벼슬도멋지게빳빳히세우고
뒷꽁지는교과서에서본공작새꼬리같이생긴싸남뱅이숫탉이다.
닭대가리를곳추세우고걸음마다좌우로흔들면서
눈초리는또얼마나거만한지모른다.
원체가동무들이무서워피하는놈이라서
실실피하듯이지나가려는데들켜버렸다.
거름자리에서먹이를쪼아대던놈이
나를바라보더니나를쫓아왔다.
처음에는아주천천히..
내가뛰니까제놈도뛰어쫓아왔다.
으..으..아까벌거둥이알통닭보다더무섭다.
닭놈들은왜맨날뛰어댕기면서무섭게달겨드는겨.
당최오금이저려서죽것다.
우..씨이~~
걸음아나살려라뛰다보니
윤식이네사랑방으로건너는
외나무다리까지왔다.
숨을고르고있는데
사랑채에서큰소리가새어나왔다.
윤식이할아버지목소리와
우리할아버지목소리가제일컸다.
무슨일이기에그러실까하며
사랑채봉당에올라문풍지에귀를댔다.
히힛!~
짜장면에국물이있느냐없느냐를놓고
말씨름을벌이고들계셨다.
슬그머니문을밀치고까치걸음으로들어섰다.
할아버지들의노인냄새와담배냄새..
왕골돗자리냄새가뒤섞여은근함을풍겼다.
할아버지곁에살그머니다가앉으니
할아버지가무릎을내주셨다.
화가잔뜩나셨는지허연수염이조금씩떨렸다.
긴장죽담뱃대를방가운데놋잿떨이에땅땅!~치시곤
쌈지에서연초를꺼내셔서말고계셨다.
얼른집에서하던습관대로담배를꼭꼭눌러드리고
지포라이터불을당겨드렸건만
집에서와같이칭찬도안하셨다.
다른할아버지들께서도말씀들이없이
애꿋은담배들만피우고계셨다.
험험!!할아버지의헛기침소리만사랑방의침묵을깼다.
분위기가영이상하여슬금슬금뒷걸음으로물러나왔다.
글쎄??..짜장면이뭘까??
뭔음식이기에국물이있느냐없느냐
저리들심각하신표정들이실까나?
터덜대며내려오려니마을초가지붕마다에
땅거미가어둑하게깔리고있었다.
대문에막들어서려는데형과마주쳤다.
서울큰누나가막차로내려오는모양이라고
마중나가는참이란다.
쫄래쫄래따라나섰다.
서울에서무슨신문사엔가다닌다는
큰누나가일주일에한차례씩어린이신문을보내와서
거기연재되는<홍길동>만화를엄청재미있게보고있다.
꼭홍길동이죽을위험에처하면서
앗!!!!~이라는외마디소리로항상끝을내곤
다음주로넘기곤해서
만화가신동우화백아저씨가
얼마나미웠는지모른다.
어찌나감질이나는지
어떤때는일주일내내신문만기다리며
우체부아저씨만보이면
냅다뛰어가서기웃거려보기도참많이했다.
어둑어둑해지는신작로를따라
방죽거리차부로나갔다.
아!..
막오동산꼭대기로
둥그런달이솟아오르고있었다.
여느때와는확연히다른..
샛노란달덩이가
둥~둥~솟아오르고있었다.
작은추석날(달셋)
차부방앗간마당에는
추석날저녁부터상영한다는영화쟁이가들어왔다.
흰광목천을길다란장대에둘러치고있었다.
영화선전그림을보니<남이장군>과<똘똘이의모험>이동시상영한다고한다.
마이크에선이미자의"찔레꽃"이란유행가가밤하늘에청승맞게울려퍼져나아가고..
방앗간옆농협창고앞마당에는
아버지께서나와앉아계셨다.
아마도큰누나마중을나와앉아계신것같은데
또약주가과하셔서얼굴이벌거셨다.
큰누나는아버지의만취하신모습을제일싫어하는데..
조용히아버지옆에쭈구리고앉았다.
형은신작로옆미류나무에기대서있고
마이크에선혓바닥에참기름을쳤는지
엄청빨라서쫓아하지도못할빠른말로
선전쟁이아저씨의영화선전이귀청을따갑게했다.
안녕핫씸미까면민여러분안녕핫씸미까씨내마스코프총천연색영화
이번에못보면평쌩한이되는영화를낼즈녁가족들손을잡고이곳높은
뱅이방앗간마당으로나옷쓰여서꼭관람해주시면대단히대단히감싸
감싸하겠씸미다.
귓속이얼얼했다.
귀를꼭틀어막고어서막차가왔으면좋겠다고생각했다.
♬~한숨도단숨도나홀로씹어삼키며단하나에사랑만은목숨을걸었다~♪
어쩌구하는..조금은따라할줄아는노래가나왔다.
형에게구박꽤나받으며
난생처음배워본유행가가락이었다.
형은꼭사랑이무슨뜻인진몰라도
그대목에선눈을지긋이감고
[싸랑]이라고
멋드러진발음을하곤했다.
[싸랑]이도대체무얼까모올러..
차부가환해지면서버스가털털대며들어왔다.
아버지손을꼭잡고꾸역꾸역내리는사람쪽을목을길게빼곤바라봤다.
저만한뻐스안에어떻게저리많은사람들이내리는지끝도없이내렸다.
거의끝부분에날씬한서울멋쟁이아가씨가내렸다.
순간
차부가환해지는것같았다.
"하아..누나다..흐~~~"
이쁜누나가자랑스러웠다.
영화천막치던아저씨들이휘파람을막불어댔다.
괜스레어깨가으쓱해졌다.
커다란내몸통만한가방과빽을달랑들고나를향해두팔을활짝벌려주었다.
뛰어가서안기니무슨박하분냄새같은얄궂은냄새가향긋했다.
내땟국에쩔은얼굴에뽀뽀를해주며많이이뻐졌다고속삭였다.
형에겐머리만쓰다듬어주곤손을잡고걸었다.
아버지께선그커다란가방을어깨에둘러메시곤
앞서서빠른걸음으로앞서가셨다.
헌데누나의걸음새가영판이상했다.
자세히보니?..어라??..누나치마가무릎팍에도못내려오는
짧은옷에다가삐딱구두(하이힐)를높이신고이상하게걷고있었다.
와!!..서울멋쟁이들은되게힘들겠다~
누나의말씨가귀에영간지러워서아까부터자꾸귀를후비는중이다.
깍쟁이얌채같은말투를
지난여름방학에도잠깐들었다.
마르택이사는같은국민학생누나가
방학에서울을잠시갔다오며차부에서내려서며
벼논을손가락으로가리키며하는말이
"아휴!~~쌀나무가그새많이컸네요?"
그때도내귀가어찌나간지럽고불편한지
괜히내얼굴이다창피해지는느낌였었다.
그후그누나별명은"쌀나무깽이"로굳어져오래도록놀림감이됐었다.
그때같은그깍쟁이말투를계속하는
누나의간질대는목소리를들으며
바깥마당에이르니
온식구들이다나와서맞아주었다.
마당에는환한보름달빛에
식구들그림자마다에긴그림자를달고있었다.
햐~~달도참말밝다.
- ●
^^^
새벽일찍잠에서깨어났다.
- 분명안방에서고모무릎을베고잠을잔것같은데..
- 눈을떠보니사랑방할아버지이불속이다.
밖은아직부염하게밝아오는새벽녘이다.
- 닭장에서꼬끼오!~하며닭들이연달아홰를쳤고..
- 옆의할아버지코고는소리는어찌나큰지
- 문풍지가떨리는것같았다.
- 설래는마음과할아버지코고는소리에
- 그냥천장의완자무늬로반복되는벽지를바라보며
- 어여날이밝기만기다렸다.
- 가끔씩쥐가부스럭대는소리가들렸다.
삐~이걱!하는부엌문여는소리가들렸다.
- 벌써엄니께선일어나셨나보다.
- 며칠전부터저녁마다늦도록
- 두부도만들고
술밥을쪄내서동동주도빚고
- 조청도꺼내서튀밥도장만하느라
- 거의몇날을꼬박밤을새시는것같았는데..
- 어이구!~~그놈의술찌거니..
- 들척지근한맛에다당원을풀어서
- 대접에수북히담아주시는할머니의꼬임에넘어가
- 많이도먹었었다.
하늘땅이빙글빙글돌아가고
- 기분이붕붕~~허공으로뜨는것같고
- 빌빌거리는나를바라보시며
- 헐헐헐!웃으시는할머니의모습이
- 갑자기하늘쪽으로솟아오르는것같았는데
- 내머리는부엌바닥에태기쳐꼬꾸라졌다.
- "아가!어여들어가서잠자야겠구나.하이고!~우리손자잡것네."
- 엄니가놀라서쫓아들어오고
- 작은누이는갈갈갈갈!숨도못쉬며웃어대고
- 내몸은자꾸널부러지고..으..으..흐하!~
- 그날이후로난술찌거니근처에도안갔다.
아!..그노무술찌거니..
평소할아버지의코고는소리의높낮이는참신기했다.
- 목침을베고주무시다가
- 목침의끝으로자꾸머리가아슬아슬하니
- 오르락내리락하셨다.
- 옆에서보면어찌나불안한지가슴이조마조마할지경이다.
- 드르렁~~푸!~~하시다가는
- 5분정도의시간동안아무소리가나지않아서돌아가신것같아
- 겁이나벌떡일어나할아버지코에다귀를대보다가흔들어대면
- 그제서야컥!~하시며도로목침중앙으로머리가올라가시곤했다.
- 오늘도몇차례를반복하시다가깨셨다.
- "험!~병윤이가벌써일어났더냐."
- "야!(예)..할아부지."
- 흠..빨간마구라(마후라)한곡조뽑아보니라."
- "야..시작헐께유~♬~빨간마구라는하늘에싸나이하늘에싸나이."
- 무슨뜻인지도모르면서사랑방에서잠자고나올때면
- 꼭이노래를부르도록하셨다.
- 노래부르는사이벌써이불을개키고앉으셔서장죽을입에무셨다.
- 빠른동작으로내임무를수행하고바깥으로나와
- 가마솥의따뜻한물을대야에담아서
- 할아버지씻으시라고사랑방앞봉당에들여놓고나서
- 마당을후딱,쓸고나니..
- 맑은아침햇살이
- 헛간흙벽을붉구죽죽하게비치며퍼져나아갔다.
- 아버지는물대접에밤알갱이를창칼로까시며모양을내시고계셨다.
- 형과나는웃마루천장선반에올려진제례상을내려서
- 행주걸래로반짝거리도록닦았다.
부드러운햇살이온집안에퍼져나아갔다.
- 화단에는나팔꽃이이슬에젖어함초롬하게피어서담장을타고올랐다.
- 날씨는더없이좋은날이였다.
- 옷을갈아입으려고웃방으로들어가니
- 큰누나화장품냄새가온방에가득했다.
- 벽거울을내려놓고벽에비스듬히세워놓고
- 이제막뻬니(립스틱)를발갛게바르고있는중이었다.
- 머리는수건으로치켜서질끈잡아매고는뽀얀얼굴을다독대고있었다.
- 누이얼굴이꼭매끈매끈한알토란같이보였다.
- 나도얼른새옷을갈아입고는큰누나앞으로가배를쭉내밀었다.
- "후!~이쁘다.내년?아니후년까진입을수있겠네."
- 속눈썹에까만칠을한큰누이가꼭비둘기같았다.
보드랗고예쁜입술로내게뽀뽀를쪽!~소리가나도록해줬다.
히이!~~흐아..기분이엄청좋다.
- 소매도바짓단도걷어올린옷이지만
- 새옷에서풍기는이상한냄새가참좋고날아갈듯상쾌했다.
- 매번형이입던헌옷만물려받았었는데..
안방으로내려가니벌써아저씨들께서여럿오셨다.
- 제례상가득음식들이고여지고병풍이쳐지고
- 돋자리가깔리고나서야
- 할아버지께서안방으로건너오셨다.
- 할아버지만검정두루마기를입으셨다.
다른아저씨들은흰두루마기를입고마루까지나가서
- 할아버지를맞으셨다.
- 헛기침을두어번하신다음
- 두루마기의양소매끝을움켜잡고허리를쭉~펴신다음
- 뽀족뽀족한건을쓰시곤향로앞에엎디어앉으셨다.
- 여자들은바깥마루에죽~늘어서계셨다.
향나무타는냄새가은은한가운데
- 조용하고엄숙하게제사가진행됐다.
- 어른들의두루마기스치는소리만와시시~나다가
- 가끔씩할아버지께서힘에부치시는지
- 끙!하시는소리만들려올뿐..
- 그때갑자기정적이깨졌다.
- 읍내에서조합장을하시는당숙아저씨가
- 오토바이를타고오셨다.
- 바깥마당에서그소리가어찌나우당탕!대는지
할아버지의허연눈썹이올라갔다내려왔다했다.
- 할아버지께서화가나실때만볼수있는일인데..
- 아저씨는황급히웃마루로돌아서조심스레들어오셨다.
- 조합장아저씨만넥타이라는신식끈을목에매셨다.
- 양복이라는두터운옷이근사하게보였다.
맨뒷줄에서조합장아저씨가뒷머리를연신매만지며머쓱해하셨다.
- "험!..으험!!"
- 할아버지기침이있고서야제사는계속됐다.
- 북어포와탕그릇이몇차례들락날락을반복한끝에제사가끝났다.
- 병풍이걷히고
- 할머니가상위의몇가지약과들과과일을
- 대소쿠리에담아넣으셨고
- 어른들은두루마기를벗어벽에다죽걸어들놓으시고는
- 큰제사상에둘러앉으셨다.
- 음복술이몇순배돌아가고난뒤식사가들어왔다.
- 내가제일로좋아하는것은돼지고기였다.
- 어제옆집주열네암퇘지를잡았다.
- 그순대국물과우거지맛이어찌나맛있었는지..
- 오늘은국물아닌고기첨이
큼직큼직하게썰려서접시로수북히올라왔다.
- 얼른하나를집어들었다.
- 비개껍질에듬성듬성난껄끄럽고시커먼털이
- 고기마다에박힌돼지고기첨들만그득히담겼다.
- 눈을딱감고입에넣었다.
- 혓바닥과목구멍이돼지털때문에따끔거렸다.
- 그래도맛있어서오래도록씹었다.
- 흐!~살살입속에서고소하게녹아들었다.
- 식초를섞은고추장에다가벌겋게찍어먹는맛.
- 으..으..
- 탕국에도닭고기가수북히담겨들어왔다.
- 흐읔!~~어제놀란닭고기를보니
- 몸에갑자기소름이끼치며닭살이돋았다.
- 어제의그벌거숭이알통닭??으~~
- 슬그머니탕국그릇을밀쳤다.
- 햅쌀밥에서는하얗다못해푸른빛이돌면서윤기가자르르흘렀다.
- 햅쌀밥에김을싸서입속에넘기니
- 그또한씹지도않았는데슬슬목구멍으로넘어갔다.
- 돼지고기를또대여섯첨집어먹고나니
- 배가뽈룩해왔다.
- 솔잎이듬성듬성박힌송편이
- 놋그릇에제일높게쌓여수북히담겨져들어왔다.
- 쌀송편
- 콩송편
- 깨송편
쑥송편
- 그중에콩이섞인콩송편이제일맛있었다.
- 벌건물김치를마셔가며송편을두어개먹고는
- 고양이걸음으로슬그머니물러나왔다.
- 가을바람이코끝에서상그럽다.
- ………………….
- 담장에는참새떼들이
와글와글몰려와앉아있다.
- ……..
- 참새들도오늘이추석날인것을알랑가모를랑가?
오늘은
- 오늘은
- 추석날이다.
●
^^^
마루에서바라보니
대문앞으로흰두루마기를입은어른들이
분주하게들움직이며성묘길에나서는모습들이보였다.
저건너쪽수실말큰길에도많은사람들이보였다.
웃방으로올라가
누나들과할머니사이에비집고앉았다.
할머니께서비닐봉지에
막과자며
곶감이며
붉구죽죽한무지개물을들인옥춘을담아주셨다.
"이따산에댕기며배고프면꺼내먹거라.응?"
바지춤에쑤셔넣었다.
일년내내오늘만같았으면참좋겠다.
작은누이는한복을입었다.
그런데
얼굴이도통누군지모르게
큰누이가재주(화장)를부려놓은것이어째영판어색했다.
안방에서어른들이일어서서나가시는소리가들렸다.
마루로나갔더니조합장아저씨께서나를손짓으로부르셨다.
"병윤이넌나허구같이오토바이타고가자꾸나."
오토바이에올라타니여간가슴이두근대는것이아니였다.
부릉부릉!~우당탕탕!
오토바이가고약한소리를꽁지에내쏘며냅다달려나갔다.
아저씨허리를꽉움켜잡고등에다내얼굴을바싹대고
눈을질끈감았다.
뱃속까지푸들대며속이꿀렁꿀렁했다."
"아..아..아저씨!~츤츤히가유.미서워유."
"하하!..겁이잔뜩나나보구나?하하하.그려그려!"
속도가느려지며마음이진정됐다.
눈을떠보니
산이며
나무며
들판이며
지나치는동네마다의초가지붕들이
자꾸뒷쪽으로빙빙어지럽게돌아나갔다.
황샛말선산에도착하니아무도없었다.
광주리와돋자리를내려서상석에음식을늘어놓았다.
산소잔디위에는메뚜기며황가치가폴짝대며날아댕겼다.
그놈들을쫓아서이쪽저쪽뛰어다니다보니
천천히뒤를따라오시던친척어른들이
저수지뚝방쪽산모롱이에서가물가물하게흰두루마기가보이기시작했다.
이산저산가득..
하얀두루마기가많아졌다.
산소에절을하는데잔디가무릎이며손바닥을찔렀다.
얼른잽싸게하고일어서니
돋자리위에서절을하시는어른들은
아직도구부리고느릿느릿절하고들계셨다.
괜스레어색해서잽싸게다시무릎을꿇고서는
두번해야할절을네번이나했다.흐아!~
산소마다네번씩절을했다.
"히힛!~어른들은내가네번씩절한걸모르실껄?"
오토바이에타고집에먼저들어왔다.
주머니에넣었던막과자며옥춘사탕이다녹아서
호주머니와옷이끈적거렸다.으..으..
점심을먹고나니
먼친척아저씨들이구름같이꾸역꾸역많이도오셨다.
갑자기집안이바빠지고..
모든어른들은사랑에잠시들려할아버지를뵙고는
마루며
방들마다
또마당에도멍석을내다깔아놓고
그곳에빙둘러앉으셨다.
무슨큰잔치집같이왁짝복짝소란하고분주했다.
술주전자를나르다보니
이쪽저쪽으로정신이하나도없었다.
그렇게저녁어스름까지지내고나면
한분두분일어서시며돌아간집안이
다시조용해졌다.
한차례벅구니를친다음
다시찾아온고요한정적이집안을감싸고돌았다.
이따가저녁판이면한판뻐지게놀아나는거북이놀이가
벌써부터기다려진다.
아냐..영화구경을시켜달라고해볼까?
음..영화는며칠간을한다니까신나는거북이놀이벅구니를봐야겠다.
●
^^^
저녁을먹는둥마는둥하고
옆집주열이와절골로내달렸다.
그골짜구니에는형들이
수숫잎을따선새끼줄에꿰여서
모자며
위에입을옷이며
치마를만들고
발목에도수숫잎을꽂아서
꼭인디언추장같이멋지게꾸몄다.
열댓명의형들이치장을끝내면
날이어둑어둑해졌다.
형들은저녁도굶은것같았다.
우리형이어디있는지도
누가누군지도분간할수도없이모두가똑같았다.
대장이양은냄비를숫가락으로두들기며대열을잡아나가면서
장고개쪽으로돌아서마을로들어갔다.
마을초입은방죽거리에서들어오는순기네집에서부터시작됐다.
♬~거북아,거북아,놀아라~장태거북아놀아라~~♪
♪~금돈줄께놀아라은돈줄께놀아라~~♬
큰형들이
유일하게우리들의악동인
저너미부영이를거북이놀이패에끼워주었는데
역할이장태거북이였다.
지게에얹는소쿠리를엎어쓰고
잔뜩웅쿠려구부리고엉금엉금기어가듯하며
큰형들무리의중간을차지하고놀았다.
다른형들은큰양푼을들고집집마다
거북이가마당에들어와집안의샘가를몇바퀴돌면서
신명나게한바탕놀아나면
부엌에서여러가지음식을소쿠리며양푼가득얻어냈다.
부침개와송편이제일많았다.
어느집에선
고기첨도한접시얹어주기도하고
어느집에선소쿠리를뒤집어쓴거북이에게
소쿠리를들추고막걸리를먹이는집도있었다.
놀이중간쯤에서
마을에서허드렛일을하는소염만수아부지가
꽹과리며징을꺼내와서
대장에게쥐여줬다.
그때부터거북놀이패는더더욱신명이나서
길길히날뛰듯이겅중대며잘도놀아났다.
어른께서도허허..웃으시며
흐믓하게바라보시며길을터주시곤했다.
우리집차례가왔다.
거북이패가들어서자할머니는마당으로내려서서는
합장을하고연신거북에게
허리를굽히며무어라고계속중얼중얼염불외듯하셨다.
대장거북이가마루까지성큼올라서서
"여!~~장태(장터)부터여기까지오느라뱃가죽이등까머리에붙었으니
맛있는것많이많이먹고가자꾸나."
하면서꽹과리를연속으로따다당~땅!~치니
거북패가모두마당에쭈욱~~옆으로쓸어져누웠다.
잠시고요한정적.
엄니가부엌에서커다란대소쿠리에
음식을가득내다양푼에덜어주고
큰누이는작은소반에다술상을차려내와
봉당위에놓았다.
큰형들만부시시일어나
막걸리를한잔씩하고손으로고기첨을집어삼키고나선
꽹과리를다시두드리면
마당가득죽은듯누웠던거북패들이벌떡벌떡일어났다.
한차례더벅구니를치고는
샘가를몇차례를빙글빙글돌아서겅중대며빠져나갔다.
웅웅!~대는귀를후비며마루에앉았다.
마당에여기저기흐트러진수숫잎파리들이어지러웠다.
거북패의
꽹과리
징소리
점점저너미쪽으로멀어지고..
담장위로
휘엉청추석보름달이밝디밝게
나를물끄러미내려다보다가
빙그래~~웃고있었다.
●
^^^
-글:좋은날全炳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