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봉선 피어있는 길

가을바람이선듯하여안해와걸어서한시간반이걸리는칠장사로향했습니다

벌써이른벼베기를마친논배미도있었습니다

마음은아직가을을맞을채비도못하였는데

하마가을은내마음뜨락에까지왔습니다

어찌합니까

어찌합니까

산이높아가고골짜기는깊어

산구비돌아가는산길

가을로가는칠장사가는길

길가양선승들의부도에도가을햇살이눕습니다

백팔번뇌를고하러오르는길

그길가양으로물봉선이길에연달아피고또피었습니다

함초롬하니새악시같이피어있는길에서

멈춘발길이떨어지질아니하니

이또한

어찌합니까

어찌합니까

어허,저밤송이좀보아

알알이탱글어못견디는가을

손끝을찌르는밤가시에

따가운햇살

햇살이따가운지밤가시가따가운지

손끝으로선연한붉음

어찌합니까

어찌합니까

토종코스모스가구름따라산마루를넘고

갈바람타고들판을갑니다

저들판이끝나는산마루작은소롯길

그길을따라나도가야겠는데

어찌합니까

어찌합니까

투실한풋대추가익어가는가을볕아래

뜬금없이낮술에취하여비틀거리는이가을날의상오

물봉선피어있는그길을그리워합니다

다시날이밝아엄니를뫼시고나선길

어제바삐걷느라그냥지나쳐서온산초를따자고채근하는안해와

뒷좌석에서어린아이같이좋아하시는엄니의함지박만하신입가로가을이앉았지뭡니까

저가을좀보아

어마,어마,밤낭구에서밤이투둑툭~

저수지가양강태공의낚시대가가을볕에반짝빛났다가물에드리우고

다시금찾아드는고요

며느리가따는산초열매를망태들고기다리는

굽은산장등이같은엄니의어깨위에도구름이지나고가을이내려앉습니다

가져간장바구니가득산초를땄습니다

갑자기횡재를만나부자가된듯한뿌듯함으로행복이가득합니다

저수많은오지항아리마다에건너야산가을이살포시내려앉아

풋된장이항아리속에서익어가듯농익어갈초가을을넉넉히품어발효시키고있습니다

절기가넘어가는산마루에

먼그리움이넘어갑니다

돌확에고인맑은물속으로

절기를잊은올챙이두어마리

움직임도멈춘고요한가을

가을날의일기를쓰는내마음속으로

하늘은구만리로깊어깊어

저리끝간데없이높아만가고…

가을은물봉선핀저길을따라서

동구밖버드나무를지나

싸리담장삽짝거리에앉은고추잠자리날개를흔들다가

희뽀얀흙마당빨래줄자부랑대옹이진자리를돌아

태양초널어말리는멍석위를까치발로건너뛰어

흰고무신씻어널어놓은봉당까지왔는데…

그대의마음안에는어느만큼쯤가을이오고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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