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담집 한 채 짓고


가을의초입에들어서면서토담집주변이풍성해졌다.


집뒤로난산길을조금올라가서작은평지가있는데

그곳에내자가틈틈이밭을만들어가는가싶더니

손바닥만하던공터가제법밭떼기모양을갖춰갔다.


그곳에서요즈음식단의반찬거리를거의조달하곤한다.

틈만나면그곳밭고랑에앉았기를좋아하는것같더니만

제법쏠쏠한채마밭으로만들었던것이다.

봄과뜨거운여름내밭을고르고

이랑을내고여러품종을파종을하여

이제는밭이제법실하게채소들로가득하다.


밭가장자리에는큰소나무한그루가서있는데

호박넝쿨이소나무를타고올라가높다란가지에

꽤큰호박이누렇게네개나열었는데

자라면서약한나무가지는처지듯꺾였다.

날로커가는호박덩이를어찌따서내릴것인지

행복한고민에빠졌다.

소나무아래에는토란을두어평을심었다.

아침산책삼아오를라치면

토란잎사귀에또르르맺힌물방울이영롱한자태를하고반겨준다.

작은청개구리가즐겨찾아와쉬는곳이토란밭이다.

청개구리를손바닥에살며시올려놓고그감촉을느끼는일또한

이토담집에들어와서느끼는소소한즐거움의하나가됐다.


토란밭아래로열무가다섯이랑차지했는데

어제점심은그열무를뜯어다가갖은양념을버무려서식초를살짝쳐서

고추장과보리밥에썩썩비벼서먹었다.

칼칼하고개운맛의일품이었다.

아래일곱이랑의고추밭에는고추가빨갛게열려서

이삼일에한번씩따다가마당과토담집지붕에널었다.

그태양초빛깔이가을을맞은토담집을환하게했다.


고구마도다섯이랑을심었는데아직실하지않다.

캐보니엄지손가락굵기였다.

몇개캐다가쩌보니밤같이팍실했다.

가지는한고랑을심었다.

제법굵게열어서가지나물도무쳐서먹었다.

비빔밥에는가지나물이최고라서내가즐기는나물이다.

들깨도두어평심었는데

나는그들깨향기가좋아서채마밭에갈때마다

몇잎을따서코로큼큼맡으며토담집까지내려오곤한다.

요며칠동안비가안와서물초롱으로물을길어다밭에뿌리느라

내자가애를먹기에양동이를만들어서

즐겨타는바이크에실어서날랐다.

산길이협소해서차가들어가질못하여

물통을일일이들고나르니보통일이아니었다.

이번일요일에는긴호수를사다가골짜기에흐르는물을끌어들여야겠다.


요즈음내자의얼굴이많이환해졌다.

새벽으로는토담집마당을금잔디로덮는

쉽지않은작업을거뜬히해내질않나

한낮뜨거운햇살을피해토담집으로내려와서는

마당을반쯤덮은잔디를일일이다독이며물을주는일을하다가

저녁판에는또밭으로올라가밭에서소일하곤한다.


일하다가가끔씩나와눈이마주치면

나를향해웃어주는건강한미소가얼마나상큼한지모른다.

그미소에서나는가히없는행복을느끼곤한다.

마당에잔디를입히는작업은모레쯤이면끝날것같다.

내자는잔디를입히면서마당에작은관상수로단풍나무몇그루를심자고한다.

금잔디에단풍잎이더없이어울리것다?

잔디깔린마당풀섶에벌렁누워서

버드나무에흰구름이지나가는모양을바라보다보면

이곳柳雲停에도점점가을이깊어가리라.




담장으로해바라기가환하게핀토담집마당가득

고추잠자리떼가어지러히나닐고

석양이유난히곱게지는

서산마루하늘로기러기가날아넘는모양

내자와함께마루끝에앉아하염없이바라보려니

괜스레코끝이시큰해온다.





저가을속으로너도가고

나도따라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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