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섬 청산도

나란히달려온길.

냇가에앉아흰고무신깨끗이닦아신고

다시금손잡아인생고개를넘고넘어온길.

해마다다가오는결혼기념일이라던가.

언제부터인가안해가청산도를가자고했다.

남도끝청청한섬.

청산도를향해내려가는남도천리길.

억새가피어있고푸른밭이보이는풍경속으로

백마를휘몰아내달리다.

저기저월출산의뽀족봉우리아래

한가로운산동네.

영산강은또어드메인고.

여행지에서만나지는풍경하나하나가

정겹지않은것이없다.

완도에당도하니청산도들어가는페리호가

조금전항구를막떠났다하고…

바다가내려다보이는산에올라

하릴없이한가로운마음으로

넓고푸르른다도해를바라봤다.

뭍에서떨어져나가앉은등대.

그리고

바다에파뭏혀섬이된방파제와

한점똑닥선.

턱괴고앉아하냥없이바라보는

완도앞바다의청정해역.

아,청산도가어드메일까.

저섬일까?

아님

저넘어넘어에있는

먼뒷섬쯤일까.

청산도행뱃삯을끊고기다리는창너머로

빨간색연육교를바라보는데

나른한여수에잠겨서

대책없이졸음이쏟아졌다.

천리먼길을달려온여독도씻을겸

여객선휴게실긴의자에

길게누워토막잠을청하다가

긴뱃고동소리에깨어일어

선창가로나가보니

이미해는져서어둑어둑.

청산농협카페리호갑판에올라

멀어지는육지를바라보는데

붉고장엄한노을이

바닷속으로잠겨들고있었다.

가자,청산도로…

땅끝에

왔습니다.

살아온날들도

함께왔습니다.

저녁

파도소리에

동백꽃집니다.

이내

바다속으로별같이

저무는落日.

그리고

긴밤이지나서

새날을맞이하는

청산도의고요한아침.

신새벽에동쪽해안가로나아가

차안에서아침일출을기다려

찬연히떠오르는

붉은일출을맞다.

깨끗하고아름다운섬.

청산도에서맞이하는해돋이의

명징한기운.

통발을바다쪽으로

길게늘어놓은포구마을에서

금빛바다가길게눕다.

나그네도따라길게눕다.

민박집에돌아와방파제에서바라보는

깨끗하고맑은청산도의아침.

아침바다에낚시를드리운사람두엇.

방파제끝에앉아

고요한아침바다를바라보며

아름다운바다풍경과

한부분이되다.

바다가보이는부엌에서아침을준비하는안해.

가끔씩눈들어고요하게깨어나는아침바다와

창아래코스모스에눈길을주면서

흥얼리는노래소리.

예가靑山島라지?

잠자리이불을캐키다가

내다보면바다.

조반을마치고

창가에커피를올려놓으면

또아름다운풍경이되는바다.

가만히귀를귀울여들어보면

나직하게들려오는

맑은해조음.

뜨락으로나서면

잔디마당새벽이슬에부서지는

청산도의청아하고고운

아침햇살.

바다를향한의자에앉아

무연히건너다보는

갯마을항포구.

아름다운섬.

청산도와노닐러

백마를타고섬을천천히돌아보다.

필마로돌아드는섬마을에서

고불꼬불실낱같은산길을넘어가다보면

또넘어에어느바닷가마을

그앞마당으로은비늘눈부시게

갓잡아올린멸치를널어놓을테고…

집안마당에

촌로몇이서앉아다듬는

은멸치바구니며소쿠리마다에

뭍에서건너온대처이야기가득할것이고…

아침바람건듯불어오는

코스모스길가양에다

잠시백마를세워두고는

싱그러운해풍으로이마를씻다.

갈대를흔들고지나가는갈바람.

볼이고운안해의미소를

하나가득담아

바다쪽으로멀어져갔다.

다시는오지않을세월저편으로…

그림같은방풍림이

길게늘어선

아름다운청산도.

조개껍질을엎어놓은듯한섬마을.

바다를한가로이바래다가

다시금靑淸하게푸르러가는

청산도의다랭이논.

그산허리에는아름다운사람들이

두런두런밭이랑에앉아

청산도의청랭한아침바람에

바쁠것하나없이

느릿느릿김을매고있었다.

저넘엇산에우뚝솟은산봉우리가

범을닮아서범바위라던가?

청산도에가면한가로울일이다.

해풍도한가롭고

풍경도한가롭고

산천도한가롭고

논밭도한가롭고

사람도한가롭고

마을도한가롭고

모든것이한가로운섬.

청산도.

한나절을섬과곰살맞게노닐다가

살며시손을놓고떠나온섬.

청산도.

뱃머리에부서지는포말로

청산도에게손을흔들다.

산아.우뚝솟은푸른산아.훨훨훨흐르듯짙푸른산아.

숱한나무들,무성히무성히우거진산마루에,금빛기름진햇살은
내려오고,둥둥산을넘어흰구름건넌자리씻기는하늘.

사슴도안오고바람도안불고,넘엇골골짜기서울어오는뻐꾸기산아.
푸른산아.네가슴향기로운풀밭에엎드리면,나는가슴이울어라.
흐르는골짜기스며드는물소리에,내사줄줄줄가슴이울어라.

아득히가버린것잊어버린하늘과,아른아른오지않는보고싶은하늘에,
어쩌면만나도질볼이고운사람이,난혼자그리워라.가슴으로그리워라.
티끌부는세상에도벌레같은세상에도눈맑은,가슴맑은보고지운나의사람.

달밤이나새벽녘,홀로서서눈물어릴볼이고운나의사람.
달가고밤가고,눈물도가고,티어올밝은하늘빛난아침이르면,
향기로운이슬밭푸른언덕을,총총총달려도와줄볼이고운나의사람.

푸른산한나절구름은가고,골넘어,골넘어,뻐꾸기는우는데,

눈에어려흘러가는물결같은사람속,아우성쳐흘러가는물결같은사람속에,
난그리노라.너만그리노라.혼자서철도없이난너만그리노라.

-박두진님의[靑山島]-

안해와하룻밤을묵었던빨간지붕민박집이섬끄트머리에서아스라히멀어지는청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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