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강에 비는 내리고

비는내리고,,,비는내리고,,,

이름모를캄캄한산구비에서시계를들여다보니03:47분.

세갈래이정표에는"설악"이라는글씨가보였다.

골곡이심한산숲길에는구름위를가는듯안개비가내리고

북한강줄기가차장으로나타났다가없어지다가

날이부염해지면서산과들의윤곽이나타났다.

어딘지가늠을할수없는산길을"내마음의지도"한장으로끝간데없이달렸다.

비는내리고,,,비는내리고,,,

예가강원도홍천.

새벽닭의홰치는소리아득히들리는

망초대궁만작은운동장에가득한

모곡국민학교동막분교에들었다.

이미폐교된지오래인듯구석쪽에는녹슬은철봉대.

평행봉이안개비속에서있고

물도말라버린빈수도꼭지만나란히매달린수돗가를지나니

삐걱이는골마루가나타났다.

실로오랫만에듣는먼지나는삐걱임소리

잠궈놓지도않은3~4학년교실문을밀고들어서니

비뚤어진액자속태극기가아래로힘없이쳐져있고

창문윗쪽벽정물화속에는국화꽃이시들고있었다.

뒷편쪽게시판에는"우리들작품"이라는글씨가

빛바랜초록우단위에또렷한글씨로남아있고

찢긴커텐뒤에서3학년김현수라고또박또박이름자를크레파스로눌러쓴글씨

작은연못위로유유히떠다니는노란오리들의한가로움을그린그림액자가나왔다.

제목:우리집오리

아빠가봄이되어
오리를사오셨다.

귀여운내오리
동생오리

둥실둥실
물에떠오르면

나도오리처럼물에떠오르면
얼마나좋을까?하는생각이든다.

………………………………………………………..

*감사하는생활*
(고맙습니다,미안합니다,안녕하십니까.)

-강원도교육위원회-
………………………………………………………..

변소에들러보니머리카락위로거미줄이엉키고

삭은베니다판자문짝이가로막았다.

창문마다못박힌숙직실뒤텃밭에는가랑비에담배꽃이피고

호박꽃,감자꽃이흐드러지고있었다.

밤벌강변명사십리로가는길에..

비는내리고,,,비는내리고,,,

밤벌강변명사십리로가는길에발갛게농익은앵두나무를만났다.

보리가익을무렵이면앵두도익는다던가?

한입가득침이고였다.

차를한참을후진시켜서밭고랑가에세워두고살금살금다가서니

꼬맹들의짓꺼리가분명하게길안쪽가지에는앵두열매가없고빈잎사귀만가득했다.

서너알의앵두를따서입에물고길을걸으니..

고향이다가왔다.

고향저너미웃샘가에가득했던앵두의붉은열매..

비는내리고,,,///비는내리고,,,///

먼지뽀얀구멍가게가보였다.

반가움에불쑥들어섰더니아무도없다.

아까부터멀찌기건너다보던아저씨가주인였는지그제야성큼성큼다가왔다.

제일먼저건빵을집어들었다.

오소소날리는먼지

고추장이들어있는마른생선포,

마름빵,식혜,나폴레옹꼬냑(의외였음),크랙카,두유.

너무물건이빈약해서더사고싶어도살수가없었다.

거스름돈을내주는아저씨의의수(義手).

훤히살림살이들이들여다뵈는방안으로

엊저녁에먹다남긴듯한소주병이아무렇게뒹굴고..

비는..내.리.고..비는..내.리.고..

홍천강의아침은안개비가부슬부슬내리면서다가왔다.

여기저기울긋불긋한텐트촌.

강을끼고두른병풍같은산과들

풍광이은은하다.

소란스럽지도않은넉넉한수채화앞에서있는듯

강한가운데에서릴낚시를던지는사람.

쭈구리고앉아흐르는강물만바라보고있는사람.

투망을던지는사람.

배구를하면서키들거리는젊음들

가뭄으로돌맹이마다에는푸른이끼가돌고

바지를걷고물에들어갔다.

세수를하고손을담그면서강줄기를따라올라가며눈길을주니

강수면위로튀어오르는물고기들의반짝거리는비늘위로

강마을의아침이오고있었다.

비는내리고,,,비는내리고,,,

강바닥긴자갈길을따라한적한곳을찾았다.

강가에매어놓은황소의순한눈매를바라보니

밀렸던잠이쏟아졌다.

모래톱을사이에두고말라버린강정가운데에차를세우고

문을열어젖히고누웠다.

건너산은안개비에흐릿하고..

왠뻐꾸기가아주가까히날아와앉아울어댔다.

청명한목소리로꾀꼬리가그옆으로날아앉았고

양쪽귀로듣는새소리에잠이올것같지않았다.

술병을꺼내들고빈속에다술을털어넣었다.

자갈밭으로나앉아있자니

감당할수없는취기가와락,달겨들었다.

왜이먼곳낯선강가에까지달려와앉았는것일까.

강기슭보리수나무그늘아래

지난기억들이시름시름여위어만가는데..

비는내리고,,,비는내리고,,,

갑자기소낙비가내렸다.

차지붕위로긋는빗방울소리가너무도통통한음율이되어들려오고

차창으로흘러내리는빗물자욱을누워바라보다가

설핏한잠속에빠져들었다.

굵은빗방울의소란한소리에다시깨어일어나앉아창문을열고고개를내미니

시원한빗줄기가얼굴로쏟아졌다.

건너산은소낙비에잠겨보이질않고

뻐꾸기도울지않고..

빗소리만솰,솰,

고요속에낮아졌다.

아,소.

저장대같은소낙비를맞고아무도없는빈들판에섰는저소.

소.

으음~머어~!..음머!!!!

비//는///내////리/////고//////

비는내리고,,,비는내리고,,,

떠나갈시간이아쉬움을비집고

그예끈꾸역꾸역다가오고..

천천히강들을휘돌아보며가는길에

자동차운전대를타고전해오는둔탁한자갈길의촉감

퉁겨나가는돌맹이

와삭,와삭,강기슭을돌아나오는차바퀴소리.

잠시섰다가주위風光을눈에담고

강바닥의모든자갈들을일일이손으로만지는듯

핸들을꽉움켜거머쥐었다.

멀리팔봉산자락이雲海에휘감겨들고

안개비에흐릿하게점점멀어지는산과들을올려다보며눈바래기를했다.

두고가는홍천강에,,,

비는내리고,,,비는내리고,,,

안개숲이었다.

환상적인안개가꼬물거리며피어오르는외국영화에서나봤음직한경관과분위기

산길을오르며갈지(之)자로왔다갔다구불꾸불

벌어지는입을다물지못하고

한구비한구비를돌아서오를때마다

저아래산허리에는구름이걸렸고방금지나왔던산길이구름속??

손을차창밖으로내밀고허공에손아귀를벌렸다가오므렸다가반복하며

내가지금구름을손으로만지고있는게지??

길가양으로삽한자루어깨에비스듬히메고걸어가는村老.

이山中에..

비는내리고,,,비는내리고,,,

비는내리고,,,비는내리고,,,

[막국수]라는입간판을따라들어가니외딴집문은굳게잠겨있고

뜰에는게으른개한마리부르르~..기지개를켜고있었다.

"게..누구없소?"

이빗속에뉘라서이山中에찾아든단말인고?…

♪~가련다떠나련다어린아들손을잡고

감자심고수수심는두메산골내고향에

못살아도나는좋아외로워도나는좋아

유정천리꽃이피네무정천리비가오네~♬

"모~옷싸아라도오~~나는조오아~~외로워어도오~~나아는조오아!!"

비는내리고///,,,비는내리고///,,,

전나무가淸淨하니굽어보는반곡국민학교.

교정에들어서니화단에갖가지야생초를가꿔놓았다.

갯철쭉..양지꽃..무릇..패랭이..붓꽃..수영..쑥부쟁이..노루발풀..

잔대..산거울..산부추..작약..구름송이꽃..바위나리..머위..옥잠..

범채..그늘돌쩌귀..참나리..잠자리란..쥐오줌풀..우엉취..삼자구엽초..

전나무위의까치둥지..

숙직실옆나무책상..

하늘색물초롱..

녹이잔뜩낀학교종..

텃밭완두콩에맺힌빗방울..

아욱..꽃상치..파,마늘..

구(舊)교실에쌓아둔지난가을운동회의오재미통..

둥근청군공백군공..

큰북..황토빛의메트리스..빼뚜루누운개선문..

교무실에서선생님한분이허겁지겁뛰어오더니..

"어.디.에서..나.오..셨습니까.."

궁색한변의말을어찌드려야할꼬?

갑자기옆논배미에서개구리소리가소란스럽게들려왔다.

개골,개골,개골,개골,개골,개골,

비는내리고,,,비는내리고,,,

두고온강가에서가져온은모래빛조약돌.

얼굴에대이고귓가에대이고

그강바닥의은모래흐르는소리.

솰,솰,졸음은쏟아지고..

배는고프고..

산은疊疊山中..

아직도갈길은멀고또머언데…

비는내리고///,,,비는내리고///,,,

비는내리고,,,비는내리고,,,

음식점안에서내다뵈는넓은통유리창에는

금방넘어온종두산자락이아스라히비구름에감겨들고..

유리창으로흘러내리는빗물을바라보고앉았자니

눈의촛점이흩어지는나른함에잠겨들었다.

산을올려다보며창밖의비를悽然히내다보며

눈물나도록두고온人情을생각했다.

진한여수(旅愁)..

비는내리고,,,비는내리고,,,

돌아오는길에한적한시골길로무작정접어들었다.

가다가막히면돌아오면되지그무예대수인고.

길가에세워놓은경운기를간신히비껴서논두렁길을올라가다

축대높은사랑채가기품(氣品)있게올려다뵈는정갈한기와집마당에섰다.

계단을오르며열어젖힌대문앞에서안마당을보려니

옛사극춘향전에서이도령이말위에서부채살로얼굴을가리는듯

바깥에서대문안채가맞바로들여다뵈지않도록

처마밑에잇대어촘촘히송판들을세워짜놨다.

오,이런집이있었던가?

이렇게기품어린집에사는주인장은어떤얼굴을하신분일꼬?

대문의문패를보니"경기도가평군가평읍산유리57-1번지"

산유리같은동네.

성큼,바깥사랑채봉당으로올라마루위에正坐를하고앉았으니

마당과한길에붙어있는건너산으로초록이뚝,뚝,떨어지고있었다.

비는내리고,,,비는내리고,,,

마실가셨던안주인이신할머니가돌아오셨고

인사하는낯선타지인을아무련경계의눈빛도없이조용히옆자리에다가와앉으셨다.

"여기는빠쓰(버스)가하루에다섯차례밖에안들어와유."

눈을가늘게뜨시고는大處로나간자식들을이야기하셨다.

살짝열어본바깥사랑문.

돋자리..벽장..옛그림의족자..

냄새

고향냄새..

화장실로올라가는계단에도

문열고쭈구리고앉은턱밑으로도꽃밭

풀한포기없는정갈한꽃밭이었다.

지붕에서타고내리는양철물받이통으로빗소리들리고…

비는내리고,,,비는내리고,,,

山村의밤은일찍찾아들고

아쉬움에서운함에돌아나오며멀어지는그집을뒤돌아봤다.

어둔밤길을맥없이달리다가능내에서잠시쉬며

토방집에앉아녹차를마셨다.

창호지문을열어놓고

팔괴고앉아뜰에내리는빗소리를들었다.

어슴프레보이는작은연못수면위로는

밤비가부슬부슬..

둥근원을그리며하염없이떨어져내리고..

까칠한수염을쓰다듬고앉았자니

모든사위(四圍)는빗속에잠겼고

무거운신발밑창으로는강원도어드메쯤의마른흙이따라왔다.

따스한조약돌을꺼내들여다본다.

나..

강가에조약돌같이만살아갈수없으려나?

가슴에는내내비가내리고..

조약돌에선솰,솰,두고온홍천강가의비내리는소리들렸다.

조약돌은모래에어리는그리운얼굴들..

얼굴들..

비.는.내.리.고,,,비.는.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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