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엄니

가을이깊어가는만큼

엄니께서치매끼가깊어가신다.

유년시절

이즈음의가을부터엄니의행주치마에서는

바람냄새가났다.

들일을마치시고마당으로들어서실제

반가움에달려가행주치마폭에얼굴을묻으면

코끝에서코피가나올만큼강렬한바람냄새였다가는

부엌부뚜막옆에서풍구질하시는엄니에게

스르륵,기대면졸음이일렁이던아궁이옆

엄니행주치마에서는구수한저녁연기냄새가났다.

졸리움에안방으로들어가다가

마루끝에앉아보면

처마밑으로맑게떠오던

초저녁별.

가을이깊어갈수록

엄니의치매끼도자꾸깊어져

마음이슬프다.

오십자식의

마음안에서한줄기외기둥이신엄니가

이젠자꾸만바보아들의바보엄니가되어가신다.

아,엄니치매뜰에도

저노랫말속의나뭇잎배가떠가고

푸른달과

흰구름이떠가실까?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