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풍금소리

그해가을

나는푸른제복을입고있었다.

그푸른날을버거워하며

하루..이틀을보내고있었다.

군대생활도거의끝나가는말년의무료함도있었고

행정반업무도부사수에게모두넘겨주고

군부대뒷산백화산을졸음에겨운눈으로

하릴없이턱고이고앉아바라보는날이계속되던그해가을

보름여의해안매복작전일정으로떠나는

1개소대뒤를따라무작정하고나섰다.

의항리.

구불구불한바닷가해안선을따라해송과백사장의길이가끝없이펼쳐지는

유명한만리포해수욕장과

작은포구와닭섬이그림같은아름다운천리포를지나

왼편으로너른가을바다가나타났다가

숲으로숨기를반복하는산길을두어시간여를행군하다나타나는

옴팍하니외진백리포를지나서..

넓고넓은바다를응시하며마당삽작거리에오동나무한그루를세워두고

외롭디외롭게앞바다를지키는초가삼간이있는십리포에서

대열에서빠져나와한참을

주인없는초가집뜰에앉아맥없이남실대는

가을바다를바라보다가..

허겁지겁대열을따라잡자

우뚝,나타나는산이있었다.

고개를뒤로한껏젖혀야군레이다기지가보이고

그위로구름이한가로이넘던산.

군작전지도를보면금방당도할것같던곳.

만리포..

천리포..

백리포..

십리포를지나는산구비를

몇차례를돌고또돌다보니

꽤나먼길이아닐수가없었다.

어디선가바람에실려낮게들려오는라디오소리

그나른한유행가음율과오후햇살이눈부시게빛나는

가을바다를내려다보며단상에젖었다.

산정상헬리포트에앉아바다쪽에서서늘바람이산비탈을타고올라오며

낮은관목숲들을흔들어놓고올라오는모양과

귓밑을지나는선듯한갈바람의감촉을온몸으로맞으면서

쌍안경으로는격렬비열도의크고작은섬들을

몇시간이고바라보다가하루해를보내곤하는날들이

무료하게계속됐다

어느일요일

무작정하고낯선마을쪽으로내려갔다

쌍안경으로며칠째관찰하던작은초등학교에가고싶었다.

산아래마을길을벗어나자바다로연한오솔길이나왔고

그길은바닷물이발치까지와닿았다.

잠시백사장에앉아모래성도쌓아보고

조가비도몇개주워서주머니에넣었다.

바위.(이튿날맨발로신나게이백사장을달리다가만조로물속에묻힌

이바위에발바닥이한뼘은족히찢어졌음)에앉아

멀리끝간데없는수평선에눈길을주었다.

~~~~~~~~~

해당화가곱게핀바닷가에서
나혼자걷노라면수평선멀리
갈매기한두쌍이가물거리네
물결마저잔잔한바닷가에서

~~~~~~~~~

앞마당이곧너른바다인의항초등학교

교실문을살그머니밀치니스르르,,문이열렸다.

오랫만에마주한풍금앞에앉아어릴적동요며가곡을연주하다가

손목이뻐근해오면바닷가로나가바닷물에손을담그기도하고..

그러다가또조약돌을바다에멀리던져보기도하고..

눈부시게가을볕이쏟아져내리는운동장한가운데정좌를하고앉아

은모래를손으로쓸어도보다가..

눈을지그시감고귀를모으면들려오던해조음..

갈매기소리..

목덜미께로쏟아지던따사로운가을볕.

그러다다시또풍금소리를바다쪽으로날려보내길반복했다.

~~~~~~~

저녁놀물드는바닷가에서
조개를잡노라면수평선멀리
파란바닷물은꽃무늬지네
모래마저금같은바닷가에서

~~~~~~~~~

붉은황혼빛이교실창문에비쳐들고

고기잡이나갔던뗏마선들이

포구로들어오는통“통“거리는소리나즉히들려올즈음에

풍금건반을어루만지며뚜껑을살포시닫아두고교실문을나섰다.

바다위수평선에는붉은빛의저녁구름이고즈넉히떠있고..

바람은자고..

파도도자고..

깎아지른바닷가벼랑이쓸쓸한석양빛에물들어가며

그위로낮달이나왔다.

가던길을멈추고무연히달을올려다보다가..

고개를숙이고한참을서서

잠시또깊은단상에젖어들다가…

바닷가오솔길을버리고동네가운데로들어서니

이집저집마을개들은낯선이방인을짖어대고

컹,컹,대는소리점점뒤로멀어지면서

군부대로올라가는산길이나타났고..

저녁이슬이내려앉은골짜기마다에는어둠이내리고있었다.

그해가을..

나는푸른제복을입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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