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그르니에를 추억함

사막에서혼자사는것이사람들사이에서혼자사는것보다덜힘들다…루소.렘브란트는고독한인물들을그렸는데평생에걸쳐초상화를그렸던그고독한자는바로자신이다…자신을잊었으리라믿고있던친구를우연히마주쳐알아보고난후에야그는더이상고독하지않을것이다….창조를위해서고독은꼭필요하다.물론그대가를훗날치를수도있다.가까이있는사람은견디지못하면서잘모르는사람을향해서는사랑이넘쳐날수도있다.모르는사람들에대해우리가보여주는아량과억압받는사람들을보고우리가느끼는연민은실상많은경우하나의알리바이에지나지않는다.멀리있는자들을향한사랑으로양심을편안하게만들기는쉬운노릇이다

-장그르니에의<일상적인삶>중에서

글을쓰기위해서는얼마나많은고통을치러야하는가!적어도,화가는소재를붙잡게되면그소재에곧장다가갈수있고,자기정신속에있는것을재빨리현실화할수있는데…


-장그르니에의<까뮈를추억함>중에서

비스크라의어느날저녁

남쪽으로가면여행자는실망을하리라.그는실상무엇인가를보기위해서여행을한다.예를들자면사막과오아시스같은것을.그러나알제리남부지역에는오아시스도,사막도거의없다.대부분이바위투성이의땅이거나석회암들뿐이다.사막이있기는하다.그러나사람들이상상했던것과는아주다른사막이다.사람들은낙타가걸음을디딜때그발자국아래에서무너지는모래무덤,불처럼붉은태양으로타는듯한하늘을기대했으리라.그다음에사람들은무엇을찾는가?자갈들,단조로운모래언덕,늘상있는돌들.그리고와디가흐르는마른강바닥에진흙이점처럼흩뿌려져있는것이눈에띈다.협죽도는이미자취를감추었다.꿈처럼찬란했던빛깔은사라지고온통잿빛만이그곳에있다.음울하면서도때로는구리빛하늘이있다.그렇지만이같은최초의인상을넘어서자마자,그풍경에빨려들어갈듯이그것과일치가되자마자,공작의깃털처럼한줄기빛이피어나는것은얼마나신비롭고미묘한가!그리고멀리서도알아볼수있는오아시스의빛이란얼마나당당한가!젤파와라우아트사이에있는이비탈길,종려나무의낙원을간직하고있는산들의우아함,그리고진정한사막이시작되는것을잊기는어렵다.또한달팽이형태의넓은정원의꼭대기에서,그리고흰색피라미드모양으로만들어진정원의꼭대기에서바라보이는가르다이아의광경을두눈에서지우는것도어렵다.이렇게그모든것을다말했다.이제더이상언급할필요가없으리라.므잡M’zab의오아시스는너무놀랍다.살아있는것과죽어있는것으로구분되는그분명한차이를보더라도그렇다.이곳에는물이있고,집들이있고,식물들이있고,그리고개미처럼일하는사람들이있다.저쪽에는사막아니면돌,죽음과망각이있다.그두개가적당히어울려있는것을볼수도없고,시골과도시를이어주는변두리지역같은이음매도없다.경계가뚜렷하지않은교외나쓸모있는채소?이되어버린들판도찾아볼수없다.

이광막한사막을횡단하려면분명배고픔이극도에달한다.하지만사람들은포기함으로써얻게되는청빈과단조로움에빠져들게되는시간을갖는다.가르다이아에서게라라로가는길에기적적으로달리는차한대가중도에서발견되곤한다-만일남부에살던관리들이은퇴하여북부지방에정착하기위해간다면자동차는그반대의방향으로달리게되기때문에-.그때사람들은갑자기굴러가는소리가점점둔해지는듯하더니,커지고불어나면서마침내끊임없이흘러오는물결이움푹패인땅으로밀려드는것을본다.길은끊겼고어쩔수없이기다려야만했다.이리하여사람들은해가저물도록,그리고밤이새도록기다렸다.별들은광물질의빛남으로써땅위에여기저기흩어져있는돌의빛남에응답하곤했다.그러나강이으르렁거리는소리가두건달린겉옷으로몸을감싼원주민들의목구멍에서나오는노래에박자를맞추곤했다.아침이되자,갑자기생겼던강은이미사라졌고,자동차는다시떠날수있었다.

이런우연한일들은비가왔을때만생긴다,이년에한번쯤.대체로우리의눈은인간적인풍경이라곤전혀보지못한다.자연이만들어놓은것같지않은조금높이솟아있는언덕을빼놓고는.그리고사람들이알고자하면,아주가까이에서만그것이땅에묻힌이빠진항아리몇개가만들어놓은무덤들임을,정지된삶의징표임을알게된다.우리는지금꽃다발과가문의상징인문장으로뒤덮인유럽의묘지에서매우멀리있다.단순한평석이죽음을추억하기에충분한알제의아랍식묘지에서도역시멀리있다.

사막의광막함은인간에게있어서마치하나의심연과같다.인간은사막의광막함이두렵고,그광막함을거부한다.그렇지만그가매력을느끼는그광막함과조금이라도친숙해지기시작하면,그매력이란것은우선그가피해야할어떤위험인것ㅊ럼보이고,그리고충족시켜야할호기심이고,그리고마침내는그것이없이는더이상견길수없을어떤황홀감인것처럼보인다.이런풍경들은인간을혹독하게빨아들인다,마치가장처음떠오르는태양빛이이슬을마시듯.세상은그에게덧없는움직임으로가득찬무대처럼느껴진다.그는뒤로물러서고싶어할뿐이다.그는무관심이라고하는,떠밀려내려가는모래속으로침몰하고,이윽고다른사람들에게자신의진정한자아의환영만을보여줄뿐,더이상나타나지않는다.그어떤인간의언어로도말할수없을,훨씬신비로운그무엇과이미한몸이되어버린것이다.그는신비의언어를되풀이해서말할것이다.나는사라질뻔했으며,나는나를이겼노라고.

-장그르니에의<지중해의영감>중에서

사명LaDestination-사명의부재와낙천주의

왜우리에게는<사명>이라는것이있을까?우리는생을마치는순간에우리의역할을완전히수행하고나서단지,<나는살아왔다>라고말할수있는것으로충분하지않을까?그러나이역할은우리스스로가선택한것이아니라우리에게주어진것이며그것을우리는최선을다해이행할따름이기때문에우리는이러한수동적인상태에만족할수가없다.그렇지만황제아우구스티누스와시인괴테같은사람처럼자신에게주어진역할을수행하는것만으로만족하는경우에는개인적숙명과초개인적사명이일치한다고볼수있다.어쨌든우리가약간이라도이세계의다양함을보게되고,편견을갖지않는국외자의태도로이세계를응시할때,즉범신론적인각도에서볼때,모든숙명은가치있으며,<가치란것lavaleur>이<존재란것l’etre>에완전하게결합되어있는듯이보인다.가장좋은것,그것은가장강렬하게존재하는것이다.그러나모든존재는나름대로의독특한양식을갖고있으며,어떠한존재도다른존재로대치될수없다.이와같은관점에서보면,모든사람의생애는나름대로의독특한색채를띠고있기에알렉산더대왕의생애가디오게네스의생애보다더가치있다고할수는없다.근본적으로는모든존재양식에우열이없지만실제로사람들은차등을두는데,그것은남보다뛰어나고싶다는욕심이며,그것때문에우리는자신의의지와는반대로이해하지도못하는대의의대변자가되어결국은이대의를위해희생하게되는사람들을볼때,그들의집착에존경과함께공포를느끼게된다.우리는자신이가지고있는특정한목적이가치가없다고생각하게되는때에는<회의적>이될수있으며동시에자신이그목적에무한한가치를부여할때에는<종교적>이될수있다.이와같이일관된가치기준이없는인간은하찮은존재이며반면무한히생명을창조하는자연이야말로가장가치있는존재라할수있을것이다.그러기에우리인간은,아주오랜옛날부터자연이쏘아올린끊임없는오색찬란한불꽃이가능한한높이올라가가장찬란히빛나기를바래왔다.산꼭대기에올라가어둠이내리면하나둘씩도시의창문에불이밝혀지는것을보는것처럼생명이증가하는것을보는것은즐거운일이다.우리를형용할수없이행복하게만드는또하나의즐거움이있다면,그것은바로무엇인가를처음배울때시간이지남에따라우리들주위의사물들이끊임없이새롭게태어나는사실의깨달음에감탄할때경험하는신비,바로넘쳐흐르는생명의신비이다.이렇게새생명의탄생과부활로충만한세계에서무엇때문에굳이이것이고저것이고를가리겠는가?우리에게는그러한분별능력이없으며,단지이것이있고더구나또다른것이있기때문에행복할뿐이다.우리는신처럼,루크레티우스Lucrece의자연처럼,브라마Brahme같은무분별한창조자처럼그저삼라만상이존재한다는사실에행복할따름이다.그러나우리는인간이기때문에유감스럽게도이같은종교중심적관점에만족할수가없다.

-장그르니에의<자유에관하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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