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살아감에 대하여

살면서…

너무도급변해가는것들에대한아쉬움들이있다.

오래된것에대한낡음조차사랑치못하는세태가

참으로유감스럽기짝이없다.

안해와운동삼아걷는

세시간거리의도보길에서만나지는사진속의

오래된점방이있다.

극락마을초입에자리한저점방의주인은70초반의

할머니이신데점방에딸린어둔방에앉아

점방을지키시며길손들이지나가는모습을

미닫이문창호지에달린작은쪽유리로내다보시다가

하루에두서넛손님의물건을파시는모양인데

가끔은점방옆평상이나점방에잇대인구조물에

막걸리너댓병에김치쪼가리안주삼아

세월을죽치고앉아

한나절을횡설수설하는남루한막걸리꾼들이앉아있는날도있다.

그풍경앞을지날때마다

왠지쓸쓸한마음을지울길이없다.

싸이클을타고갈때면캔맥주한병을일부러사서

목을축이고자나가기도하고

도보로안해와넘어갈때에는콜라를한병사서마시기도하는데

원체가물견(물건)이없어망설망설하며

점방안진열대에눈길을주기조차민망스럽다.

점방에잃어버린것이없음에도

돌아나오면서항상무언가잃어버리고나온듯

호주머니가허전해진다.

무엇을잃어버린것일까?

세월을잃어버린것일까.

마음을잃어버린것일까.

인정을잃어버린것일까.

동심을잃어버린것일까.

가난을잃어버린것일까.

연전에안해와여행중에만난누추한뒷골목음식점에서

의외의옛맛반찬의맛깔스러운미각에빠져

반찬접시마다설겆이꺼리가없도록깨끗이비웠던

문경새재넘어문경시내변방쯤의

어느옛날식허름한음식점.

십년여년전.

기차여행을마치고집으로가는차가끊어져밤을쉬어갔던

어둑한조치원역광장의흐릿한가로등불빛을따라가다가

좁은골목쟁이끄트머리에서만난여인숙.

작은플라스틱쟁반에구두를얹어들여놓고

5촉짜리빨간알전구를켜고누우면더이상공간이없던방.

이부자리속에비닐을넣어버석거리는소리에잠을설치며뒤척일적에

쪽문으로비춰들던휘엉청보름달.

그쓸쓸히외로움에젖어들던잠자리.

"혹시샥시필요하우?"

어행중에는되도록이면

누추한뒷골목언저리에있는낡은집을찾아든다.

평소한깔끔하는성정임에도

유독여행중에는그것에서스스로벗어나

낡고가난한풍경속에들고싶다.

퍼세식화장실과

따순온돌이놓여있는

낮은슬레이트지붕아래

장지문짝이드르륵,거리는문지방을넘어

둥근베갯닛에吉,福,壽자가수놓아진이부자리에누워

눈물날듯옛날이그리워지는분위기에

파리똥깨알같이박혀있는끈끈이가천정에매달려있고

못마시는소주잔에오징어다리질겅질겅한입

흐리멍텅해지는나릇한의식을붙잡고앉아

낮게부르는[애수의소야곡]한소절.

아,

그대는잊으셨는가.

쓸쓸함에대하여

옛것에대하여

사람냄새에대하여…

그리고

바쁠것하나없는

느리게살아감에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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