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해] 늦가을에 쓰는 편지

오랫만에고요속에들었다.

숨가쁘게달려가고달려온시간들이저멀리에서있다.

가을냄새가온통산하대지에가득묻어있다고생각했던날이어제인것같은

들판의곡식들이모두거둬들여지고..

할말이참많았는데세월속에묻혀침묵으로흘러간시간들.

차라리그침묵에시간들이좋았던세월들..

울엄니의근심걱정이오로지찬밥남은것에머물러있듯

나의의식들도자꾸만작아지고있는것을문득깨닫고

먼하늘로가느다랗게실눈을띄워보낸다.

멀리아주멀리씨애틀에계시는사랑하는삼촌을향해노래를부르고싶다.

…….

사랑한다고말할걸그랬지

망설이다가가버린사~아~아람

…….

조용히목소리를낮춰노래를불러주고싶다.

가끔삼촌네가족이너무도그리울때가있습니다.

인천국제공항에서먼이민길에오르면서

만감이교차하였을그마음으로

미국행비행기안에서젖어드는목소리로

오래도록이어질이별의인사를나누던일.

언제나사나이기백이씩씩하던그몸짓과마음씀씀이.

절벽같은현실에담배연기만피워내던모습.

어느날갑자기이민을가겠다는말을듣고

내마음이정리가안되어혼란스러웠댔지요.

하지만이러저러한우여곡절끝에

마음다나누기도전에그리먼나라로갈수밖에없었던삼촌.

그곳의이민자적삶이얼마나힘들고녹록치않았는지

자리를잡기전까지의사투에가까운생활을헤쳐왔으리라짐작되는

많고많은전화기저편의삼촌의목소리는내내낮게젖어들었지요.

그렇잖아도날씬하신데5키로나몸무게가빠졌다는이야기를들으며

눈시울이젖어들었지요.

쉽지만은않은게우리네삶인것같습니다.

솔로몬의지혜말중에아직도기억나는한마디.

[이것역시지나가리라]

형님이어려운현실에직면하여그를과단성있게헤쳐가면서

내게항상용기를주었던짧디짧은말이있었습니다.

[여보,다잘될거야]

삼촌은형님보다

아니그누구보다부지런하시고

뭇사람들로부터호감을갖게하는건실함을가지고있습니다.

그곳에서얼굴색과말은달라도어디서나인정을받을삼촌의성품.

그것을기반으로그곳에서열심히살아가시리라짐작합니다.

삼촌이떠난고국에는어느덧계절이몇번돌고돌아서

가을빛이겨울빛으로변해가는절기입니다.

언제쯤

삼촌의말씀대로딸들다성가시키고

저너른들녁같은가득함으로

넉넉한미소를함박담으시고

부모형제기다리는고국으로

사계절이아름답고또렷한본향으로

어느날갑자기찾아오시기를빌겠습니다.

엊그제나눈전화속에서전해져오는

삼촌의절절히안타까운마음을어찌다헤아리겠는지요.

그냥보고싶고사랑한다고그렇게말하고싶습니다.

부디강건하시고다시만나는날에는온가족건강하시고

행복한모습으로뵙기를바랄뿐입니다.

삼촌의그멋진모습을알아주는사람들이있는곳

어머니가막내아들을기다리시는곳

이곳으로꼭돌아오실것을믿습니다.

사랑해요,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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