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멀리 떠나서

집을떠나

남녘으로한참을내려왔습니다.

갈대가있고

전봇대가즐비한

한적한길을따라가다가

문득만나는길이있었습니다.

바다로연한길이

저녁빛으로고즈넉한해안도로를달려가며

흘러간옛노래를크게불렀는지

그리운사람들의이름자들을하나하나호명하였는지

지금의기억에는가뭇합니다.

가다가쉬고

또가다가

창을열어놓고갯내음을맡으며

아름다운풍광에

눈과마음을

넋없이빼앗겼습니다.

여행이란무엇인지요.

일상에서이리저리흐트러졌던

갈래갈래마음들을추스려보는것.

마음을평정으로다듬고다듬어서

둥글어봉긋히내안으로들여놓는것.

낯선나와대면하여

내심연을들여다보는것.

그리고

저바다에반사되어비치는저녁빛이었습니다.

아련히비집고들어오는旅愁.

낯선여행지에서만만나지는

내지나온오십평생의

먼먼길.

생각하면

질곡으로점철된

낡고오래된

회한의먼길이었습니다.

그길은

저녁빛으로물들었습니다.

이제쯤에는

이정표조차도

저렇듯가늠되어지지않습니다.

그렇지만

한갓지고도고요로운길입니다.

길이끝난곳에서

바다쪽을

무연히바라봅니다.

뭍에서끝난길위에서

또다시

뱃길로수평선과이어지는길.

길이막다른곳에서

또다른길로시작되는길위에

편안히누워봅니다.

집을멀리떠나왔습니다.

돌아보니

아주먼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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