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펼치면은은한옛냄새의향취로써후각부터옛스러움
에잠겨들게하는오래된책을나는좋아한다.책등과바닥의
귀퉁이가닳고닳아서조금은헐어버린책을나는좋아한다.책
표지와네면의종이색이누렇게나무빛깔에가까워이세상에
서제일아름다운색조를띤책을손으로쓰다듬는감촉을나는
참좋아한다.그리고맨뒷장에작가의도장이직접인주로
찍힌그런인지가붙어있는제대로격식을차린책을나는좋아
한다.

‘이한권의책이귀하의기억에서사라지지않기를빕니다.이
난에책에대한감상을기록하여영원히간직하시길바랍니다.’
라는문구와여백의작은배려가있는오래된책을나는좋아
한다.책장을넘길때마다사면이누렇게변색돼서그색이활
자에까지닿은책을좋아한다.조금은눈이피로해도옛스런
문구가빼곡히들어앉은활자가박힌..조금은세련되지않은책
을나는좋아한다.책장을한장씩넘길때마다글의향기가코
와눈으로솔솔들어와마음을정갈하게해주는책을나는좋아
한다.

고서적책방에들어서면돋보기넘어로눈썹을치뜨면서반겨주
는주인장의넉넉한눈길을좋아한다.사다리를타고올라가
책을내리면서입으로후우!~불어서손바닥으로정성스레닦아
건네받는오래도록간절히찾아헤매다가만난청마’유치환님’
책을나는엄청좋아한다.그런책을고서점에앉아서도읽다가
길을걸어가며읽다가..차안에서읽다가,현관을어깨로밀치고
들어오면서도읽다가..식탁에서밥공기옆에나란히펼쳐놓고글
을읽는것을또한좋아한다.아스테이지를사다가헌책의헐
은부분들을정성스레가위질을하여감싸서는하나하나일련번
호를매기고서가에꽂아두고넉넉히바라보는일또한참좋다.

책장을넘기다가심오한뜻이담긴문장에서오래도록멈춰있길
좋아하며표지의작가사진을자주처음으로넘겨다보며그인
품을느껴보는일또한좋다.가끔씩’J’니’K’니하는이니셜
이등장하는..오랜옛날을기억하는잔잔하고아련한옛문체가
나는좋다.

그리고책을읽다가책장사이에서툭,떨어지는먼저책주인의
노랑빨강의색색의실로장식된옛책갈피를만나는일을나는
엄청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