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날

지난가을에따다가말린국화차를마시다.

그향기가거실가득히퍼지며

도란도란이야기꽃을피우다.

오랜만에넉넉한시간을

따끈한차로뎁히다.

호떡을만들어간단히조반을대신하다.

곁들여호박죽한그릇.

다섯가지맛이혀끝에서난다는오미자차에

인삼을져며서씹으니

입안그듯한향기.

추운바깥날씨를운동삼아

배낭을짊어지고근시간반이소요되는

칠장사를향하는두그림자.

얼음장밑으로흐르는칠장천.

봄이멀리에서다가오는소리.

추운이겨울을

조금더참고견디면

머잖아따순봄날이오리니…

가지에앉은겨울새.

추운겨울을노래하지도못하고

이가지저가지를옮겨다니며

쫓아오는뚝길.

♪~나무야,나무야,겨울나무야.~♪

어릴적겨울동요를소리높여부르며

논배미에허옇게언얼음장과

황량한빈들을건너다.

너른들판을지나는겨울바람과

외따로선깃발.

어쩌란말이냐!!

바람은꿈쩍도안하는데…

세상을비켜간선승들의부도.

이세상을선승처럼

달관으로살수없는

세속에묻힌마음.

초가마을에들어잠이나한숨자고갈꺼나?

허면

꿈속에서라도학을타고훨,훨,날아

피안으로들까나.

아서라,

도토리묵에막걸리한잔으로목을축이며

이한세상묵묵히가리니…

탁배기한잔으로오는한세상을

버선발로

마중나가안아드리리니…

고단한세상사.

노래가락에얹어

소리높여부르면오는한세상.

저녁연기피어오르는

극락마을에당도하니

어느덧마을에는산그늘에저녁이내리고…

따스한거실과

따뜻한차한잔이그리워

걸음을재촉하며

집으로돌아오는길.

먼길에서돌아오면천수경을사경하는

안해의고요한마음이

햇살아래가득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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