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바다 (1편)

서해의땅끝마을.

서산갯마을의끝간데없는너른염전밭을지나
잡목과송림(해송)사이를지나노라면

그곳에는얌전한파도소리가쏴아!~쏴아!~

나즈막히들리는어촌마을이있다.

어은들이라는시골스런이름따라참으로고요한바닷가마을이다.

푸른제복의끝무렵에찾아들어간그마을.

언젠가한번잠깐들렀다가그곳의풍광에반해

꼭한번그곳에서머물다제대하리라던소망이어렵지않게이뤄졌다.


아침에기상하여제일먼저전방초소에올랐다.

이른봄날의따스한기운이감돌때면바다는안개에가려보이지를않았다.

안개가심하게낀날은바로코앞의초병의모습조차보이지를않는다.

‘여,누구냐?수고한다.’
‘멸공!!근무중이상무!!’

병사의목소리와철컥대는쇠붙이소리만들릴뿐…

희뿌연저만치의사물조차안개바다와한덩이로휘감겨빙~빙~돌았다.

속눈썹에맺힌촉촉한안개가눈을깜빡거릴때마다

차가운감촉으로서늘하게와닿았다.

지독한안개바다에빠진것이다.

진득한안개는날벌레가날아다니는것같이꼬물거렸다.

눈으로확연히보이던안개입자들의현란한춤사위…

둔탁한군화의발끝감촉으로더듬어가다보니

전방진지의뗏장흙더미가오소소~무너져내렸다.

가만히귀를모으니

벼랑아래서봄바다의출렁이는해조음과함께

가느다랗게뗏마선의물살헤치는소리가멀리에서들려왔다.

‘여,네군복이축축하구나.꼭이슬비맞은것같네그랴?’
‘그리유,지독한안개구먼유.’
‘송이병이구먼..새벽근무자가네가아닐텐데?’
‘옛!그렇습니다.’
‘어찌된거냐?’
‘저..저..그게..’
‘흠,전원집합시켜라.열외없다.’

후다닥급하게뛰어내려가는군화소리만이신축막사의

작은뜰아래골짜기로메아리되어퍼져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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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작전과의파견근무를마치고원대복귀하면서

어느조용한바닷가에서

남은군생활의마무리겸그간바쁜업무로못하고지낸독서나
실컷하고지내고싶었다.

그당시가까운친구의누님이서울대근처에서서점을하고있었는데

가끔씩신간을몇권씩을소포로보내오곤했다.

휴가나갔다올때마다가져온책과합쳐서읽을꺼리가제법밀려있었다.

마을의민간인들사이에서는이곳군막사를’숲속의별장’이라고불렀다.

한창군현대화작업의하나로새로짓는군막사는최신식건물로건축을했다.

멀리마을아래쪽에서보면여느재벌의별장같이보였다.

새벽녘에진지에투입됐던병력들이철수해올때쯤이면

책읽기를멈추고샤워를한다음

전방진지에오르는것으로하루일과를열었다.

소초단위의부대라서야간경계를나갔던병력들은

아침식후부터점심때까지의무적으로취침을해야했는데

그때문에하루종일조용한가운데서지낼수가있었다.

그당시소초단위로신사용자전거가한대씩보급됐다.

나의일과는아침식사후군용워키토키를건빵바지주머니에찔러넣고

자전거를타고바닷가와포구그리고멀리소원면면소재지까지

발길닿는대로

봄이가득한들녘을한가로이이리저리돌아다녔다.

그러다가마음에드는경치를만나면그장소에서

책을읽다가턱괴고먼바다를응시하기도하면서하루해를보냈다.

“““““““


‘집합완료했습니다.’
‘음..그래?전원전방초소로올라오라고해!.’

우루루올라와좁은전방초소진지공간에옹색하게도열했다.

‘어째한명이부족한것같구만?’
‘방이병!!방이병어디갔나?’
‘예..그게..저..’

방이병은나이가꽤나많은결혼까지한방위사병이였다.

같은동네의후배들과늦은군생활을하면서묵묵히솔선수범하는

모범적인행동거지로꽤괜찮은사병이다.

‘어떻게된일인가?누가설명좀해봐라.’
‘그게..저..실성한여자와요아래가게에서…’
‘그으래?흠..알았다.너희들뒷정리깨끗이하고퇴근해라.이상!!’

선임자의선창으로안개자욱한아침바다를향해

군가를소리높여바락바락부르며내려갔다.

““““`

엊그제부터한아가씨가이곳작은포구마을에나타나

민박을하며지내고있었다.

몇호되지않는작은포구마을은

금새이낯선이방인을호기심가득한눈으로관심들을쏟았다.

가까이서그녀를본사람들의말에의하면대단한미인이라고했다.

어제잠깐볼일이있어서가게에내려갔다가

방파제끝에서서바다쪽을하염없이바라보며서있는

그아가씨를먼발치께로봤었다.

그녀의세련된옷매무새와은근한자태에서

도시에서내려온사람임을금방느낄수가있었다.

가게아주머니말씀으로는아침부터지금까지점심식사도않고

저리망부석같이미동도안하고서있다고

혀를쯧!쯧!차며안타까워했다.

그녀의눈길은멀리끝간데없는

먼봄바다의수평선쪽에머물고있었다.

글:육군하사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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