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은 가고 없어도

.

四圍가꽁꽁얼어붙은날.

등산화끈을옹쳐매고

살에이는칼바람들판으로길을나서다.

울부부가항상걷는길.

왕복3시간을넘나드는길에서

누추하지만마음을안온히감싸주는단골집.

절아래도토리묵막걸리집에앉다.

항상옛날에젖어사시는주인영감님.

오늘도술에젖으셔서

절입구길양켠에서따셨을

지난가을은행알을까고계셨다.

술을안드시면말수가별반없으신영감님.

술안주는젓가락끝에간장찍으시면

그것으로족하시다는양반.

안주인께서호일에다고구마를구워주시고

끓는주전자에서따라주는따끈한

차한잔에언몸을녹히다.

언제나고요한풍경속에앉아정물화같이

절쪽으로먼산만바라보시며

옛날에젖어드시는영감님.

그리고지나가는사람두엇.

그러면빈마당에

겨울바람만지나가고…

또다시

찾아드는고요.

안주인이내오시는도토리묵에막걸리한잔.

먼길걸어오느라지친목을

탁배기한잔으로넘기는맛을뉘라서알리오.

윤오월모내기논배미에도랑물들어가듯

꿀럭,꿀럭,목넘이로탁배기를넘기면

어릿,어릿,돌아가는세상에

난로에서피어오르는나무장작타는냄새아득하고…

안해여,

자네도한잔거드시게.

나도한잔주시게나.

날씨야,

아무리네가추워봐라.

내가옷사입나.

술사먹지.

오늘은영감님께서우리자리에안오시고

아침나절해장술한잔하셨다고

내내은행알만까시며가끔씩

옛날에젖으신표정으로

절마당오르는길만바라보신다.

저영감님은무엇으로사시는가.

이山村에묻혀

늙어가는아낙과그날이또그날인

의미없이도행복하신

初老의生으로살아가시는모습.

어쩌면아름다울세.

안해가따라주는막걸리한잔.

어슴츠레취기가오르는

술잔넘어로보이는풍경.

겨울햇볕이쏟아지는창아래에

늙어가는영감님의

등에어리는깊은외로움.

옛날은가고없는데…

어릿,어릿,

마당으로나와

하늘한번올려다보고

산촌을내려가는길.

눈앞으로어지러운취기.

갑자기

산천으로쏟아지는눈발.

옛날은가고없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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