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공!!’
‘음,방이병!근무시간까지바꿔가며..뭔일있나?’
‘옙!시정하겠습니닷!’
‘아냐..아냐..편히쉬어..이리와앉아봐.’
엊저녁부대로출근하는길에그녀를봤단다.가게아주머니말을듣
고측은한마음이들어그녀를유심히봤단다.헌데야간동초(動哨)
근무를돌며막돌아오는데그한밤중에가게안에불이희미하게켜져
있고가게안에그녀가탁자에업드려서얼굴을파뭏고잠을자는것
인지..아님무슨생각을하는것인지…후레쉬를비춰봐도미동도않
고있더란다.그래마지막순번인입초(立哨)근무를앞당겨미리마
치고내려가서두시간여를마주하고앉아이야기를나누려했지만…
얼굴을파뭏은채로대면조차않더란다.무슨말못할사연이있음직
도하고또좋지않은예감과함께여동생같은생각이들어자초지종
이나들어볼요량으로내려갔었노라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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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이병을집에보내놓고여느때와마찬가지로자전차를타고봄날의
산책을나섰다.가게앞을지나며얼핏보니아무도없었다.방파제
쪽에도..고요한작은포구마을어디에도사람의그림자라곤하나도보
이지않았다.누렁이개한마리가가던길을멈추고나를물끄러미바
라볼뿐..마을전체가고요속에잠겨있었다.자전차폐달을힘껏밟
아내달렸다.부드러운해풍이목덜미께로선선하게감켜왔다.
두어번정도가봤던파도리마을쪽으로방향을잡았다.그마을
앞바닷가에는돌이참곱고매끄러웠다.그곳파도리마을에는그
바닷돌을세공(細工)하여형형색색으로채색해서수출하는작은공장이
있었다.그돌을사용하여만든팔찌며목걸이를하나쯤은사둘요량을
진작부터했었다.
염전쪽으로멀리돌아가는길을버리고작은산을넘어가는길로들어
섰다.백사장의뒷쪽둔덕으로는해당화가여기저기낮게깔려있었고
빽빽한송림숲속은대낮인데도어두컴컴했다.바닷바람이소나무숲을
스쳐지나는소리가시원하니청량감있게들려왔다.
산마루에서멀리염전이있는뻘쪽으로썰물로드러난만(灣)에
는뗏마선한척이기우뚱하니..봄볕아래졸고있는듯이길게누워
있었다.
파도리쪽해안은바닷가바위들이기암괴석들로이루어져뾰족뾰족하니
황토빛이도는바위들이많았다.다른해안의깎아지를듯한몇십m의
거대한높은벼랑도아니면서모양새는그것들의축소판처럼절경을
이뤄내곤했다.꼭작은해금강같이오밀조밀아름다웠다.
그곳벼랑위에자리잡고앉아해안선을따라가물거리는아지랑이를실
눈을뜨고한참을바라보았다.바닷가의봄은부드러운해풍에실려
뭍으로올라와선제일먼저..동네어귀의양지녘을휘돌아..김양식장에
갓건져낸푸릇하고봄내음이가득한김건조대위로살포시내려앉았다.
그즈음의신간서적인법정스님의[서있는사람들]을펼쳐들고정좌
를하고앉았다.봄볕이하얗게책장가득히쏟아지고있었다.한줄
한줄읽을때마다생각을해가면서쉬엄쉬엄읽어내려갔다.소설읽듯
이함부로읽어내리기가조심스러웠다.
그때어디선가바람에실려..이어질듯끊어질듯가녀린노래소리가들려왔다.
무슨노래인지는불분명했으나..가만히귀를세우고들어봤다.
그여자의노랫소리는가끔씩멈췄다가부르고..
부르다가또멈추곤하였다.
청아한그목소리는..
해풍에실려너른봄바다로넘실넘실퍼져나아가고있었다.
글:육군하사좋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