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그여자의모습이작은포구마을에서슬그머니자취를감춰버렸다.
다시잔잔한일상으로돌아왔다.
멀리외항선이지나는모습을물끄러미바라보기도하고
가까운섬가의도를쌍안경으로한나절씩앉아서건너다보기도했다.
격렬비열도의여러섬들은아침나절에건너다보는것이제일아름답다.
가까운가의도는섬같은느낌이별로안들지만
까마득히멀리흑도..더먼섬..궁시도.
희뿌연안개빛을깨치고나타는섬들은이른새벽화단가에앉아바라보던
이슬방울이몽글몽글맺힌채송화를바라보는것같은상큼한신선함으로다가앉았다.
그먼무인도를쌍안경으로찬찬히들여다보고앉아있노라면
그섬에방목하여키우는염소들의한가로운모습이
맑은날이면가물가물하니쌍안경속으로들어와뛰놀곤했다.
간혹가다가그섬에지천으로깔려있다는홍합을
배를타고나가긁어와서난로위에양동이째하나가득끓여까먹기도했다.
그시원한국물맛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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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나그섬에가고싶던지
마음만먹으면갈수도있었건만그냥멀리서바라보는것이더나을듯하여
망설이다가포기하고말았다.
그도저도심드렁해지면대검하나를달랑들고전방초소아래쪽
가파른벼랑을타고내려가바위들마다에다닥다닥붙은굴을
대검끝으로따서는즉석에서그싱싱함을맛보곤했다.
포구앞의자갈밭에는큰가마솥이내걸렸고
하루건너만큼씩멸치를가득삶아백사장위와자갈밭에
그리고한길까지주욱늘어말렸다.
그옆을지나노라면바닷바람에섞인비릿한생선내음이확,끼쳐오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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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쏘다니며
일기장에찬란한봄날을한장한장써내려가던
온산이진달래빛으로한창붉게변해가던어느날.
짙은안개가스멀스멀내무반창틈사이를비집고들어오면서
지독한안개가또다시모든사위(四圍)를에워싸며
태양도보이지않는희뿌연날의아침녘이였다.
마지막동초를나갔던병사들에게서급박한목소리의무전이날아왔다.
파도리앞해안으로20대여성으로보이는시신한구가
떠밀려왔는지아니면떠올랐는지바위틈사이에서발견됐다는다급한목소리가
무전기저편에서칙!~치익!~하는잡음과섞여아득하게들려왔다.
나는순간직감적으로그녀일꺼라고생각했다.
상급부대에상황보고를간략히마치고경찰서에연락을취했다.
단숨에달려간현장에는벌써어선통제소에파견나와있던김순경과
마을사람들몇몇이서시신을막인양하여자갈밭에눕히고있는중이었다.
가까히다가서보니..
짐작대로그여자였다.
아..가발!
인양된시신옆에아무렇게나벗겨져나간가발과
파르라한민머리..
아…예쁘게화장을한흔적이역력한얼굴.
처연히누워있는그녀의주검앞에
그냥우뚝선채모든게텅비어나가는아릿한슬픔을느꼈다.
어인일로어떤피치못할사연이있었기에하필이면
이아름다운봄바다에몸을내맡겼을까.
-글:육군하사全炳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