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바다 (6편)

살아간다는것은만남과헤어짐과만남의연속일런지요?
오랫동안꿈꾸었던얼굴들이
멀어졌다가또가까와졌다가그럴때마다
늘생각하는것-인생-

어떤일들이
수없이부딪치며스치고지날때마다
운명이겠거니숙명이겠거니생각한다는것은체념일까요?
아니면자위일까요?

시간이
흐르고쉴새없이떠나가는보이지않는무엇인가의행렬이
가슴을스칠때마다
그리운사람,보고싶은사람,멀어져간사람,

아!
나에겐
떨쳐버릴수없는벌판처럼아득한벗일
뿐이랍니다.

어떤들판엔
들국화가무수히피었을겁니다.
아저씨가즐겨찾으시는곳에는무슨꽃이있나요?
어떤가을이내려와앉아있을까요?
아저씬지금어떤사람들을그리워하고있을까요?

어디론가훌쩍떠나는사람들의무리를싣고바람처럼달리는
열차와,허공에퍼지는기적소리와,
빙글빙글씨앗으로만남아있는코스모스의긴겨울준비를
뒤꼍에서서구경하는축에속해있지만
가을바람엔
어쩐지고독이서린듯합니다.곱기만한하늘아래에
살고있음에도내겐알수없는아픔만일고있을뿐입니다.

누가말했을까요?
잊혀짐이란묻힘과도같은것이라고…..

서서히묻히고있을어떤슬픔을아무도
모르겠죠.-슬픈사실아픈현실-

슬픔을이기는현명한방법은(?)
오늘보다내일은더많이잊는작업에몰두하여
까마득히,아련하게잊어야할것만같아요.

능수버들의
작은옷자락이쉴새없이떨어지는천안의충무로와인터체인지까지를
여러날걸었습니다.
이젠잊겠어요.잊지못할일들까지몽땅잊겠어요.
그리고나혼자라도아저씨랑의이별을위로하면서
길모퉁이어디쯤엔가있을찻집에들러서따끈한차라도들어야하겠죠.
그윽한차향으로가슴을채우면서…..
그리고아저씨를환히웃으며보내드릴래요.행복하세요.꼭요.

오양한테서전화로아저씨의얘기를들었습니다.
잠시라도걱정하게해서대단히죄송합니다.
건강하게열심히잘크고있습니다.

아저씨건강하세요.슬퍼요.이젠다시만날수없겠죠?
무용이집에갔던날이어제같은데……건강하세요.
건강하세요.

-아저씨안녕-

#그녀와의이별뒤어느가을에받은마지막편지에서#

우체국건너편의길모퉁이의찻집계단을덜컥거리는철모를
벗어옆구리에끼고슬며시문을밀치고들어섰다.시골의
한가로움이깃든전형적인찻집의풍경이커튼창빛에착
가라앉은분위기였다.창가쪽에서자그마한체구에털
실로뜬쉐터를입은작은몸매의소녀가조용히일어서며

내쪽을향해목례를해왔다.다가가거수경례를붙이며

앞좌석에앉았다.

"반갑습니다이렇게만나뵈니…"
"……"

고개를들지도못하고묵묵부답인지라어색하기그지없기도
하고카운터의아가씨들이자꾸흘끗대는모습들이안좋아
일어서며바깥으로나가길권했다.물잔마시듯커피잔을

들이키듯마시고일어나함께나가자는제의를했다.

말없이따라나오던그녀는밖을나와서도이내몇발자국

뒤쪽에쳐져따라오고있었다.

바다로연한길을말없이걸었다.철모의덜거덕대는
소리가유난히크게들렸다.송림입구에서발길을멈추고
뒤돌아보니그녀는저만치뒤쪽에서길섶에서서성대며
자신의옷장식인옷고름만만지작거리고있었다.다가가서

옆에서니이번엔아예뒤돌아섰다.피식~웃음이났다.

옆의땅바닥에털썩앉아멀리송림사이의바다에눈길을던졌다.

"바다가참가깝네요"
"……"

전화상으론참많은얘기를잘도했건만왠일인지그날그녀는
한마디말도내게하지않았다.귀대시간은가까워지고그
녀는말없고..한참을앉아있다일어서며손을내밀어악수
를청했다.악수하며바라본그녀의눈은사슴을닮아있었다.
그선한눈매에항시미소를띠고있는얼굴이이제껏의침묵을

대변하는듯했다.

우리의첫만남은참으로싱겁기짝이없었다.부대로돌아와
전화를하니한참만에야전화기에나온그녀는그저듣기만했
다.도대체지금이어느시대인데춘향이가이도령을만난
듯이꿀먹은벙어리입을할수가있느냐..그바쁜시간을
금쪽같이냈건만그게무어냐고항의아닌항의를해댔다.

그만남이후로그녀는한발더가까이에서나를대해줬다.

그녀쪽에서전화를해주는날이더많아졌고서울집의시외전화
도자신의부담으로맡아연결해주곤했다.그녀의일기장에내
이름이자주오르고있다며은근히자신의속마음을내게나타
내곤했다.한번은그녀쪽에서한가지제안을제시해왔다.

서로가덧니를가지고있다는공통점이있는데<덧니주식회사>
를설립하지않겠느냐는익살스런제의였다.나는단번에
수락을하고나는사장으로그녀는전무로서로의직책을부
르기로했다.그살벌했던군대의분위기와는반대로그해
겨울은"덧니주식회사"사장일로따뜻하게보낼수있었다.

그녀는뜨개질을참잘했다.장갑이며군복속에껴입으라고
조끼도떠서주곤했다.고마움에앞서부담스런마음도있었
으나그녀의성의가너무진지해서그녀의말대로국군장병
아저씨위문품으로생각해달라는쪽으로편하게받아들였다.

그전무의뇌물덕택으로그해겨울은속내의없이도거뜬
하게지낼수가있었다.그뒤로가끔전령나갔다오는길에
잠깐씩얼굴을마주하며어색했던첫만남을상쇄해나갔다.

그러는사이봄날이오고있었다.바닷가의봄은부드러운
바다바람에실려제일먼저왔다.저멀리하늘과바다가
맞닿은수평선에서부터봄은파도에실려넘실대며육지쪽
으로훈풍에실려그렇게다가왔다.

그봄에"덧니주식회사"는최고로번성하며무르익어갔다.
온삼라만상이환한빛깔을띠고하루가다르게봄빛을
머금어갈즈음그녀도봄빛으로수줍게한걸음한걸음
봄날이오듯이그렇게한발짝더다가왔다.

창가의뽀송뽀송한버들개가뽀족이내미는날이였다.
면회를오겠다고알려왔다.

위문품으로무얼가져갔으면좋겠냐는물음에담배를피우
지않는난콜라와비스켓이면과분하다고말했고그녀쪽에서
는위문품목의추가를종용하는가벼운실랑이도벌였다.

미리약조한시간이였건만괜스레위병소쪽을연신내려다
보고있었다.

열어제낀창으로는짭짤한바닷바람이부드러운훈풍으로
솔솔불었고건너편산중턱의묘소에는아지랑이가아른
대며시야를어지러히흔들리는따스한봄날이였다.

12시!~
그때유행했던부라보콘의CM송에따라약속시간을그녀가
정했다.예나지금이나작은것에는지독하리만치금방잊는
습성이있는고로시간잊지말라는그녀의작은배려였다.

저만치헌병검문소쪽으로흙먼지가일면서버스가서는
것이설핏보였다.

조금후아카씨아숲사이로먼발치에서도금방알아볼수있는
특유의경쾌한걸음새로내려오는그녀가보였다.

쌍안경으로보니아래위가초록색으로앞섶에는앙증맞은
넥타이가달린옷과멜빵바지가귀엽게어울리는복장이였다.

남들의눈에띄게않게하려고10여분후에행정반사무실을천
천히나섰다.

철조망옆오솔길을따라가다해안가마을쪽으로걸어나아가
는큰길을군용츄리닝바람으로슬슬뛰듯이쫓아갔다.

그녀는이미저만치산모퉁이를돌아나가서안보였다.

속도를내달려가니저만치앞쪽에서마을에서나온동네
총각두엇과막실랑이를벌이는모습이보였다.

두사람의추근거림을피해길옆에비켜서서오도가도못하
고있었다.

최대속력으로내달리며이름을크게부르며달려가니그
젊은이들은자전거를돌려황급히마을쪽으로사라졌다.

"헉!헉!~누구냐?
"피!~~"
"클날뻔했네?"
"이리늦게나오시면어떻게해요."
"미안,미안"
"무서워서혼났어요."
"바아보~~."

곱게눈흘킴을하는그녀의상기된뺨을살며시쥐면서
꼬집어주었다.

특유의수줍음으로그녀의목과귀는빨갛게물들었다.
길옆의보리밭이랑에서는종달새가날아올랐다.

종다리를따라하늘을쳐다보니구름한점없는맑디
맑은청명한봄하늘이펼처져있었다.

마을길을버리고염전쪽으로난길을걸어나아갔다.

헬리포트에서쌍안경으로자주바라보며가늠해뒀던
장소를찾아가려니생각보다는의외의길들이펼쳐졌다.

염전의하얀소금끼가배여햇빛에반사되는뚝길을한
사람은앞서고한사람은조금뒤로쳐져서걸어가며
그녀의콧노래소리가해조음에흩어져가까워졌다가는
멀어졌다가하는소리를들으며말없이걸어나갔다.

♬~산너머오봇한오솔길엔~봄이찾아온다네~♪

노래를내내반복하며설렁설렁한걸음으로겅중이듯그녀는

뒤따라오고있었다.바다로연한산아래에당도하니놀랍게도

외딴초가집한채가한가로이봄햇살아래졸고있었다.

울타리도없는마당에는닭몇마리만낯선사람을목길게늘여빼며

디룩디룩바라볼뿐…

방한칸에부엌하나.말그대로단칸오두막이었다.

집안에는아무도없고활짝열어놓은문으로궁색한살림살이의

어둠침침한방안이들여다보였다.

호기심에다가서려니뒤에서그녀가옷깃을잡아당겼다.

"아무도없는빈집이니그냥가요."

"잠깐이면돼.나이런분위기엄청좋아하는것을알면서…"

"그래두.."

마루도없이흙봉당만있는댓돌로올라섰다.

방바닥은장판없이짚멍석이깔려있고벽에는횃대하나달랑

잇대어있었다.그위로사시장철가림없는옷가지들이산처럼

쌓듯이걸쳐져있고뒷문틀위로작은액자에학생복을입은

남자가환하게웃고있었다.

봉당에털썩앉아보니집뒤의산에서참새소리가억수로
많게빠글빠글대며들려왔다.

그녀가펌프샘에기대서서노래를나직하게부르고있었다.

♬~넓고넓은바닷가에오막살이집한채
고기잡는아버지와철모르는딸있네
……
늙은아비혼자두고영영어데갔느냐.~♪

노래는끝났는데눈감고듣던내귀에그녀의가느다란

흐느낌소리가들렸다.

참새소리가득한마당에서서그녀는돌아서서먼바다쪽

수평선을하염없이바라보며서있었다

초가집뜨락에는맑간봄햇살이눈부시게쏟아지고..

훗날의우리들의가슴아픈이별을예견이라도하듯그녀는

돌아서서먼수평선끝을바라보며손수건으로연신눈가를

훔치면서서있었다.

나는연신펌프물만퍼올려서애꿎은세수만자꾸해댔다.

우체국건너편의길모퉁이의찻집계단을덜컥거리는철모를
벗어옆구리에끼고슬며시문을밀치고들어섰다.시골의
한가로움이깃든전형적인찻집의풍경이커튼창빛에착
가라앉은분위기였다.창가쪽에서자그마한체구에털
실로뜬쉐터를입은작은몸매의소녀가조용히일어서며

내쪽을향해목례를해왔다.다가가거수경례를붙이며

앞좌석에앉았다.

"반갑습니다이렇게만나뵈니…"
"……"

고개를들지도못하고묵묵부답인지라어색하기그지없기도
하고카운터의아가씨들이자꾸흘끗대는모습들이안좋아
일어서며바깥으로나가길권했다.물잔마시듯커피잔을

들이키듯마시고일어나함께나가자는제의를했다.

말없이따라나오던그녀는밖을나와서도이내몇발자국

뒤쪽에쳐져따라오고있었다.

바다로연한길을말없이걸었다.철모의덜거덕대는
소리가유난히크게들렸다.송림입구에서발길을멈추고
뒤돌아보니그녀는저만치뒤쪽에서길섶에서서성대며
자신의옷장식인옷고름만만지작거리고있었다.다가가서

옆에서니이번엔아예뒤돌아섰다.피식~웃음이났다.

옆의땅바닥에털썩앉아멀리송림사이의바다에눈길을던졌다.

"바다가참가깝네요"
"……"

전화상으론참많은얘기를잘도했건만왠일인지그날그녀는
한마디말도내게하지않았다.귀대시간은가까워지고그
녀는말없고..한참을앉아있다일어서며손을내밀어악수
를청했다.악수하며바라본그녀의눈은사슴을닮아있었다.
그선한눈매에항시미소를띠고있는얼굴이이제껏의침묵을

대변하는듯했다.

우리의첫만남은참으로싱겁기짝이없었다.부대로돌아와
전화를하니한참만에야전화기에나온그녀는그저듣기만했
다.도대체지금이어느시대인데춘향이가이도령을만난
듯이꿀먹은벙어리입을할수가있느냐..그바쁜시간을
금쪽같이냈건만그게무어냐고항의아닌항의를해댔다.

그만남이후로그녀는한발더가까이에서나를대해줬다.

그녀쪽에서전화를해주는날이더많아졌고서울집의시외전화
도자신의부담으로맡아연결해주곤했다.그녀의일기장에내
이름이자주오르고있다며은근히자신의속마음을내게나타
내곤했다.한번은그녀쪽에서한가지제안을제시해왔다.

서로가덧니를가지고있다는공통점이있는데<덧니주식회사>
를설립하지않겠느냐는익살스런제의였다.나는단번에
수락을하고나는사장으로그녀는전무로서로의직책을부
르기로했다.그살벌했던군대의분위기와는반대로그해
겨울은"덧니주식회사"사장일로따뜻하게보낼수있었다.

그녀는뜨개질을참잘했다.장갑이며군복속에껴입으라고
조끼도떠서주곤했다.고마움에앞서부담스런마음도있었
으나그녀의성의가너무진지해서그녀의말대로국군장병
아저씨위문품으로생각해달라는쪽으로편하게받아들였다.

그전무의뇌물덕택으로그해겨울은속내의없이도거뜬
하게지낼수가있었다.그뒤로가끔전령나갔다오는길에
잠깐씩얼굴을마주하며어색했던첫만남을상쇄해나갔다.

그러는사이봄날이오고있었다.바닷가의봄은부드러운
바다바람에실려제일먼저왔다.저멀리하늘과바다가
맞닿은수평선에서부터봄은파도에실려넘실대며육지쪽
으로훈풍에실려그렇게다가왔다.

그봄에"덧니주식회사"는최고로번성하며무르익어갔다.
온삼라만상이환한빛깔을띠고하루가다르게봄빛을
머금어갈즈음그녀도봄빛으로수줍게한걸음한걸음
봄날이오듯이그렇게한발짝더다가왔다.

창가의뽀송뽀송한버들개가뽀족이내미는날이였다.
면회를오겠다고알려왔다.

위문품으로무얼가져갔으면좋겠냐는물음에담배를피우
지않는난콜라와비스켓이면과분하다고말했고그녀쪽에서
는위문품목의추가를종용하는가벼운실랑이도벌였다.

미리약조한시간이였건만괜스레위병소쪽을연신내려다
보고있었다.

열어제낀창으로는짭짤한바닷바람이부드러운훈풍으로
솔솔불었고건너편산중턱의묘소에는아지랑이가아른
대며시야를어지러히흔들리는따스한봄날이였다.

12시!~
그때유행했던부라보콘의CM송에따라약속시간을그녀가
정했다.예나지금이나작은것에는지독하리만치금방잊는
습성이있는고로시간잊지말라는그녀의작은배려였다.

저만치헌병검문소쪽으로흙먼지가일면서버스가서는
것이설핏보였다.

조금후아카씨아숲사이로먼발치에서도금방알아볼수있는
특유의경쾌한걸음새로내려오는그녀가보였다.

쌍안경으로보니아래위가초록색으로앞섶에는앙증맞은
넥타이가달린옷과멜빵바지가귀엽게어울리는복장이였다.

남들의눈에띄게않게하려고10여분후에행정반사무실을천
천히나섰다.

철조망옆오솔길을따라가다해안가마을쪽으로걸어나아가
는큰길을군용츄리닝바람으로슬슬뛰듯이쫓아갔다.

그녀는이미저만치산모퉁이를돌아나가서안보였다.

속도를내달려가니저만치앞쪽에서마을에서나온동네
총각두엇과막실랑이를벌이는모습이보였다.

두사람의추근거림을피해길옆에비켜서서오도가도못하
고있었다.

최대속력으로내달리며이름을크게부르며달려가니그
젊은이들은자전거를돌려황급히마을쪽으로사라졌다.

"헉!헉!~누구냐?
"피!~~"
"클날뻔했네?"
"이리늦게나오시면어떻게해요."
"미안,미안"
"무서워서혼났어요."
"바아보~~."

곱게눈흘킴을하는그녀의상기된뺨을살며시쥐면서
꼬집어주었다.

특유의수줍음으로그녀의목과귀는빨갛게물들었다.
길옆의보리밭이랑에서는종달새가날아올랐다.

종다리를따라하늘을쳐다보니구름한점없는맑디
맑은청명한봄하늘이펼처져있었다.

마을길을버리고염전쪽으로난길을걸어나아갔다.

헬리포트에서쌍안경으로자주바라보며가늠해뒀던
장소를찾아가려니생각보다는의외의길들이펼쳐졌다.

염전의하얀소금끼가배여햇빛에반사되는뚝길을한
사람은앞서고한사람은조금뒤로쳐져서걸어가며
그녀의콧노래소리가해조음에흩어져가까워졌다가는
멀어졌다가하는소리를들으며말없이걸어나갔다.

♬~산너머오봇한오솔길엔~봄이찾아온다네~♪

노래를내내반복하며설렁설렁한걸음으로겅중이듯그녀는

뒤따라오고있었다.바다로연한산아래에당도하니놀랍게도

외딴초가집한채가한가로이봄햇살아래졸고있었다.

울타리도없는마당에는닭몇마리만낯선사람을목길게늘여빼며

디룩디룩바라볼뿐…

방한칸에부엌하나.말그대로단칸오두막이었다.

집안에는아무도없고활짝열어놓은문으로궁색한살림살이의

어둠침침한방안이들여다보였다.

호기심에다가서려니뒤에서그녀가옷깃을잡아당겼다.

"아무도없는빈집이니그냥가요."

"잠깐이면돼.나이런분위기엄청좋아하는것을알면서…"

"그래두.."

마루도없이흙봉당만있는댓돌로올라섰다.

방바닥은장판없이짚멍석이깔려있고벽에는횃대하나달랑

잇대어있었다.그위로사시장철가림없는옷가지들이산처럼

쌓듯이걸쳐져있고뒷문틀위로작은액자에학생복을입은

남자가환하게웃고있었다.

봉당에털썩앉아보니집뒤의산에서참새소리가억수로
많게빠글빠글대며들려왔다.

그녀가펌프샘에기대서서노래를나직하게부르고있었다.

♬~넓고넓은바닷가에오막살이집한채
고기잡는아버지와철모르는딸있네
……
늙은아비혼자두고영영어데갔느냐.~♪

노래는끝났는데눈감고듣던내귀에그녀의가느다란

흐느낌소리가들렸다.

참새소리가득한마당에서서그녀는돌아서서먼바다쪽

수평선을하염없이바라보며서있었다

초가집뜨락에는맑간봄햇살이눈부시게쏟아지고..

훗날의우리들의가슴아픈이별을예견이라도하듯그녀는

돌아서서먼수평선끝을바라보며손수건으로연신눈가를

훔치면서서있었다.

나는연신펌프물만퍼올려서애꿎은세수만자꾸해댔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