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한낮

감기몸살로며칠을고생을했다.

엄니께서오늘은선생님께조퇴를맡아서

일찍집에돌아와이불쓰고땀을내며누워있으라고하셨다.

학교에서돌아오는길은졸음에겨워

발걸음이꺾어질듯휘청거렸다.

후끈한봄바람이등짝으로끈적댔고행길은어지러웠다.

멀리저만치서눈부시게반짝,하는빛에이마를손으로가리고서있다가

터덜터덜다가서보니깨진사금파리가땅속에박혀있었다.

발로힘껏내질렀다가발가락이뽑힐듯한통증으로길바닥에

털썩앉아싸잡고뒹굴었다.

이마에는힘줄이툭,불거져오르고머리속은텅!~텅!텅!~

방앗간의발동기돌아가는소리가났다.

양말벗어쓰다듬는맨발의알싸한감촉과

때마침불어오는회오리바람에금새아픔을잊을수가있었다.

쭈구리고앉은길가의풀섶으로개미행렬들을쫓아

궁둥짝을높이들고엎드렸다.

하..요놈들봐라?입술을한껏오무리고훗,하고불어보기도하고

손톱으로집어올려손바닥에올려도봤다.

팔뚝을타고오르는간지러운감촉을털어내고

멀리마을쪽에서들려오는닭이훼치는소리에귀를기울였다.

아무도없는집안의한낮은고요한정적만흘렀다.

책보를집어던지는소리에놀란파리가빼~에~엥!소리내어날고..

부엌에들어가솥뚜껑을여니밥물냄새가구수하니진동했다.

아침도굶은뱃속은잔뜩허기가졌다.

감기고뭐고샘가에서찬물을길어다가대접에물말아

무짱아찌와후룩,후룩,삼키며간단한점심요기를마쳤다.

아침에까지만해도쩔쩔끓던

몸이감쪽같이씻은듯상쾌하고도가뿐했다.

어두운방안이불속에누워있고싶지않은너무나밝고따뜻한봄날에

공연히마음이뒤숭생숭했다.

바깥마당에는짚이응과대나무로엮은방풍벽이둘러쳐졌고

그안으로아늑하게담배모판이자리잡고있었다.

그짚으로엮은방풍벽안에들면따스한봄볕만내리쬘뿐

짚푸라기한가닥흔들리지않았다.

모판비닐하우스를들치고들어설라치면

매콤한거적떼기냄새가좋았고..

모판의거름내음을맡으니까닭없이졸음이몰려왔다.

그때막읍내에서정오싸이렌이오~~..오~~..꿈결인듯들려왔다.

나는모판사이의거적떼기위에얼굴울대고엎어지듯누웠다.

비닐하우스의나른한수증기기운에취해스.르.륵..눈이감기고

코앞에서기어다니는왕거미조차도귀찮아서잡지도못하고

혼곤한잠속으로가물가물빠져들었다.

가끔씩멀리비닐하우스위를가로질러날아가는

까치소리듬성듬성들려오고..참새소리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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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나비노랑나비

꽃잎에서한잠자고

나비나비노랑나비

소뿔에서한잠자고

나비나비노랑나비

길손따라훨훨갔네

~~~~~~~~~~~~~~~~~~

곤한잠에서깨어일어나니..입가로침이찌~익흘렀고

선잠취한몽롱함에방인지바깥인지얼른구분이안갔다.

볼따구니로거적떼기의우둘두툴한자국이찍였고

손끝에만져지는그감촉이참좋았다.

꼭갓난아기의엉덩짝을만지는보드라운감촉이손끝에와닿았다.

부스스..일어나이리저리둘러보다가물초롱에물을길어다가

어른들흉내를내며담배모판에물을뿌리며놀다가

형이만들어놓은대나무물총을꺼내다가

이곳저곳으로찍~찍~갈겨대며놀았다.

손가락끝의지문이퉁퉁불어서허옇게변해갔고

물장난도심드렁해졌다.

짚방풍벽바깥쪽의작은도랑에는

미나리깡에서흘러내리는물이졸졸흘렀다.

시궁창같은미나리깡에서밤낮없이어디서샘솟는지맑은물이넘쳐났다.

작은도랑물꼬를이리저리방향을틀어내보기도하고

작은돌맹이를주워모아물꼬를막아놓고흙탕질도해보다가

그짓도싫증이나면길건너광링이네보리밭으로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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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이랑속에종달새울면

울옆에살구꽃이곱게피고

꼬꼬꼬장닭울음길게들리는

거기가내고향산마을이다

지금은그리워라내가살던곳

그곳의동무들도많이자라고

꼬공꽁산꿩들도날고있겠지

거기가내고향산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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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동무들이하나둘모여들면서

구슬치기놀이로하루해를보내는말없이모여드는장소였다.

보리밭주인아저씨의호통소리가멀리서부터들려와도

악동들은쉽사리도망가지않고

화가잔뜩난아저씨가코앞까지다가와서야실실뒷걸음질치며판을깨뜨렸다.

도망을가면서도그때까지놀았던유리구슬의주고받는셈의계산은끝내며

다음으로몰려가는저너미동산으로우루루몰려들갔다.

그곳보리밭에는언제나잃어버린유리구슬을찾을수가있었다.

놀이중에는아무리눈씻고찾아도안띄던유리구슬도

판이끝난나중에보리밭고랑을어슬렁대다보면

보리사이발치께로말간빛을띠고나타나곤했다.

땅거미가밀려올즈음이면이집저집에서

아이들을부르는엄니들의목소리가들려오고..

그때마다한아이씩저녁먹으러들어가며동무들이줄어들고

초가마을에는저녁연기낮게깔리면서

봄날이저물어갔다.

‘병윤아이?~~그만놀고어여들어와밥먹어라이?~`’

‘야아!~금방갈께유~’

‘밥식기전에얼릉오너라이?~’

어둠침침한집마당을들어서면맨먼저부엌으로뛰어들었다.

구수한저녁밥짓는냄새가진동하는부엌에는

끄름이시커멓게낀흐릿한전구불아래

머리에흰수건을두른엄니가밥상을차리고계셨고

씻지도않은손으로엄니몰래겅거니를손으로냉큼집어

입속으로털어넣곤했다.

밥하고같이먹을때의맛과는비교가안되는고소한맛은

슬슬녹듯이넘어갔고밥주걱을덕,덕,긁어

가마솥의누룽지를동글동글하니뭉쳐서내밥위로얹어주시면

마당으로나가어슬렁대며누룽지를먹었다.

어두운헛간의닭장에는장대위에일렬로나란히앉아

눈만디룩디룩거리고앉아있는닭들의고요한모습들과

빨간눈의토끼가먹이를씹어대는사각이는소리만이

저녁연기낮게깔리는고요한마당으로나지막히들려왔다.

하늘에는초저녁별이나오고

서녘으로비스듬이하얗던눈썹달은차츰차츰노란빛을발하기시작했다.

그때쯤이면마실가셨던할아버지께서마당으로들어서셨고

엄니는저녁상을안방으로급히들여가셨다.

누룽지의구수한맛은종일을찬밥한덩이로때운시장끼를재촉했고

마당에서냅다뛰듯마루로올라서며벗어던진검정고무신짝은

한짝은봉당으로

또한짝은마당으로날아떨어졌다.

어느새처마밑으로제비가날아들어왔고

방안화롯불에는청국장이보글보글끓어넘치고있었다.

-글:좋은날전병윤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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