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총무덤 동산


작은누이와나는안방출입이금지됐다.

며칠전부터갓난아기동생이

심한열병에걸려집안의분위기가예전같지않고

어른들의얼굴에는수심만가득했다.

아기에게찬바람을쐬면좋지않다고

어른들도안방문을직접여닫지않고

윗방을돌아안방으로통하는쪽문을이용해안방으로출입했다.

엄니의모유가부족하여

할머니는아기에게암죽(밥물)을끓여넘겨줬다.

날이갈수록받아넘기는힘이줄어든다는사실이

온집안을우울하게했다.

작은누이와나는그아기가보고싶어서

윗방의쪽문앞에교대로엎드려등짝을밟고올라서서

문틈으로아랫목쪽의할머니품속에서할딱대는

애처로운아기를바라보다가힘없이무너져내리곤했다.

할머니는밥을입으로오물오물씹어서

숟갈에뱉아담아내서아기에게흘려넣어주곤했다.

엄니는일손이안잡히시는지연신부엌과안방을드나들며

모유도안나오는빈젖꼭지를아기에게물려놓고

애처로운눈길로내려다보시다가는

눈가가벌겋게돼서밖으로나가선
마루끝에서서먼산을멍하니바라보시다

눈가를행주치마로훔치면서부엌으로나가시곤했다.

우리들도아기의힘없는고개짓을보면

온몸에서힘이빠져나가는것같았다.

할아버지계신사랑방에도

시조읊으시는낭랑함이끊겼고

아버지는다른때보다더약주를드시며

집에도잘안들어오셨다.

할머니도마실을안가시고종일내내
안방에서아기와함께계셨다.

그날도윗방에서부시시일어나

윗목의요강에쫄쫄거리며소변을보는데

안방에서엄니의흐느낌소리가들렸다.

아직날이밝으려면한참멀었는데

어째서엄니는벌써일어나저리울고계신지의아스러웠다.

작은누이를흔들어깨웠다.

부시시일어나앉은작은누이의눈이갑자기커다랗게변하더니

멍하니천장만올려다보고앉아있었다.

우리는쪽문앞에베개를포개서쌓고그위에올라섰다.

어쩐일인지항상할머니품에서만안겨있던아기를

엄니가보듬어안으시곤아기의작은얼굴에

엄니의볼을문지르며끅끅대시며울음을삼키셨다.

갑자기가슴이벌름대며눈이화끈거렸다.

작은누이가찔찔대며울기시작했다.

"누이야,우리애기…죽은거지?응?.응?"

작은누이는고개만주억거리면서이불을쓰고울었다.

갑자기슬퍼져서따라울고앉아있자니

할머니가웃방으로올라와서우리들의등을토닥여주셨다.

할머니도눈이벌겋게짓물러져서잘떠지지않는눈자위를

연신손바닥으로눈물과콧물을훔쳐내고계셨다.

저너미아저씨가윗방으로들어오셔서

연신담배만피워대고앉으셨다.

아버지는벌써주막으로나가셨는지집안에없었다.

잠시후할아버지가깨끗한옷으로갈아입으시고

안방으로들어가셨고

농짝에서할머니가하얀광목필을꺼내들고안방으로내려가셨다.

잠시후저너미아저씨는느릿한동작으로

헛간의지게를내다가마당에세워놓고

봉당에다가마니와거적떼기를가져다놓았다.

우리는윗방에서꼼짝도하지말라는엄명을듣고

화롯불만뒤적거리고있었다.

밖이조금씩부염해질즈음
문밖에서엄니의오열이터져나왔고

놀라마루에나서보니

저너미아저씨가지게를지고막대문을나서고있었다.

할머니는마루기둥에서서

엄니는대문께에서울고계셨고

할아버지는헛기침만험험!~내뱉으시며어둑한마당만쓸고계셨다.

"엄니..우리애기어디로가는거유?"
"끅!~끄으윽!.."
"할머니..우리애기어디가는거유?..야?.야?"
"쿠울~쩍!"
"으허헝!~~추운데우리애기데려가지마유..야?"

저너미아저씨가대문에서거적떼기에싼아기를지고

잠시머뭇거리자

아저씨를향해할아버지불호령이날았다.

나는잽싸게고무신짝을찾아손에들고

마당으로내달렸다.

하지만대문에서할아버지억센손아귀에뒷덜미가잡혔고
마구울면서나뒹구는나를

할아버지는그리심하게나무라지는않고번쩍안아올리셨다.

할아버지의허연수염이가늘게떨리는것이언듯보였다.

뒷산쪽으로성큼성큼멀어지는저너미아저씨를

악을쓰며불러대는희뿌연내시야에는

지게의뒷모습만흔들리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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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개신작로옆의아카시아숲에애총무덤이많다고했다.

마을의공동묘지와마주하고있는

그작은동산을지날때마다

작은누이와나는항상들꽃들을한무더기씩꺾어다

낮에도어둑어둑한그아카시아숲의애총무덤으로들어가는

입구의풀섶에다놓아두곤했다.

고추밭이나논에심부름을다니며그애총무덤동산을지날때마다

누이와나는"별삼형제"라는노래를부르면서

철마다변하는들꽃들을꺾어다가놓아주며그고개를넘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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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기억에희미한실루엣으로남아있는애총무덤동산.

꼭이맘때면떠오르는유년의추억이다.

그동산의모습은

세상에서처음으로겪은죽음이라는
깊은나락으로떨어져내리는듯한

어렴풋하고도확실치않은

긴긴슬픔과의아픈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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