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바다 (끝)


***

그녀의사랑은외사랑이었다.

더다가서지도못하고그렇게그녀스스로가내게서
멀어져간안타까운외사랑.

***

지금에와서생각해보니그녀에게너무도마음고생만
시킨듯하여죄스런마음만남는다.어찌그녀의
마음을제대로헤아리질못했는지스스로야속함으로
남는다.

그때나지금이나상대방이스스로말하기전에는궁금
한것을내쪽에서물어보질않는다.그녀가도회지
에서직장생활을하다가지병으로고향으로돌아온지
일년여가됐다는것을그동네에사는방위사병에게
듣기는했지만그녀의병명이무엇이었는지는알지못했다.

무슨연유로오순이란강아지의죽음에왜그토록슬퍼

하며철,철,울었는지..

그녀스스로어느선을긋고그이상내게다가서는것을

지극히절제하는것을느낌으로감지하면서

나또한그녀의마음에반하는행동을자제했다.

나와의이별후그녀는직장인우체국도사직하고

홀연히종적을감춰버렸다.

그리고군대를전역한후

이듬해여름휴가차그곳을찾아갔을때는

이미그녀의가족들모두가

어디론가이사를가버려그녀의집은텅비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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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우체국으로갔다.

그곳에서그녀의동료들과내일떠나게됐다는인사와그간의
고마움을행정반요원들을대표하여감사한마음을전한다는
그런통상적인인사를나눴다.

그때우체국사무실케비넷위먼지쌓여올려져있는라디오
에서흘러간팝송가수인페티페이지의애수띤음색의노래
가흘러나왔다.

우체국간이의자에앉아고개를숙이고

발끝만내려다보던그녀.

창밖으로쏟아지는초여름햇살을초점없는눈으로
바라보며서있던나.

우리는OO포로난길로나섰다.

우리처음만나어색하게걷던이길.먼지뽀얀구멍가게
에서마을전체가정전이되던날양초를사들고헤매던그날
밤의작은소동.손등으로떨어지던그뜨겁던촛농.

언덕배기위의작은교회당.

아무도없는그곳에들어가그녀는건반을치고

난소리높여노래를부르던일.

그런날들을추억하며묵묵히걸었다.

OO포바다쪽으로나아가는길과그녀의동네로들어가는
갈림길에까지왔다.

"이세상마지막을가는사람들같이너무슬퍼하지말자꾸나."
"……."
"업무파악이어느정도끝나면그때놀러오지."
"제대하시는그날까지..건강하세요."
"그래.고맙구나."
"그리구..이거."
"?"
"그동안..너무고마웠어요."
"무슨소리를하는거야?"
"흑!"
"시간이없구나동료들과의송별회식때문에.."
"……"
"내일10시쯤해서배를타고해상으로갈것같구나."
"……."
"왜알지?[충의16호]라고속도빠른군초계정.그배야."
"……."
"그럼..나..간다."

거수경례를부치고돌아서는나를그녀는눈물이흘러번들대는
얼굴로처연히나를바라보았다.

애써외면하며구보하듯이뛰었다.

고개를넘으며돌아다보니길가에얼굴을감싸고앉아울고
있는그녀가점점내시야에서멀어지고있었다.

버스뒷좌석에앉아그녀가건네준하얀손수건을펴보니
모내기날그녀에게매줬던풀꽃반지가나왔다.

그날저녁의회식.

괜스레우울하여술을많이마셔댔다.

어렴풋이눈치채고있던몇몇동료들이말없이자꾸따라주었다.
평소못마시는술을다받아넘겼다.

억수로취해서무슨노래인지도많이불러제꼈던것같다.
어렴풋이정훈희라는가수가부른[풀꽃반지]라는노래를
자꾸불렀던기억이났다.

모두가잠든시간에목말라깨어일어나바닷가벼랑위에서
한참을그녀와의이별을생각했다.

상황실로달려가우체국으로전화를해봤다.

그녀가아파서숙직실에누워있는데누구의전화도안받는다고했다.

이튿날묵직한머리로일어나우체국에전화를또해봤지만
그녀는퇴근하고없었다.

———————————————————

안녕?
추적추적비가내리고
우린이별했고
더이상해야할말이없어야하고….
그러나**인
펌프질하는가슴깊은곳의아픔을자꾸만그리움이라
생각하나봅니다.

서로의다른길목을향하여돌아선순간부터
**이의영혼은무너져내렸고
주체할수없는얼굴의영상이수없이쌓였고…
못견디게보고싶어질땐
그져"하나님보고싶어요"라고만말하자결심했고
진심으로행복을빌어야하겠다고
생각했는데…

내가슴속에있는사람은
왜보내질못하는걸까요?
왜보내지지않는걸까요?

그제도어제도
오늘도
**인하나님보고싶단말을수없이뇌까렸읍니다.

***

비굴한사람이되지않기위하여
열심히일하고
혼자가되는시간엔그림을그리고양초를만들고
음악을듣고….
좀있으면웃을여유도생길거예요.
술많이마시지마세요.
건방진조언일까요?
술많이마실까걱정이돼요.

맨날맨날행복한날이되라고기도해줄께요.
그리고이쁜**이가되지못한것
진심으로용서를빕니다.

-그녀의마지막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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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초계정[충의16호]에올랐다.

중대장이대대작전관(교육관)으로가면서해안정찰을겸해
가고자해서무전기를가지고따라타게됐다.

술이덜깬빈속으로배에오르니현기증이났다.

평소친하게알고지내던그배의팀장(선장)인김중사가쥬스와
식빵을특식이라며내게줘몇조각으로조식(아침)을대신했다.
그에게OO포앞에서는해안쪽으로배를바싹붙어가줄것을부탁
하며속이메스꺼워선실에들어가누웠다.

한참후김중사가OO포해안가앞이라며알려주기에갑판으로나갔다.

그녀…

그녀가해안절벽바위위에서서이쪽을바라보고있었다.

쌍안경을들여다보니손을앞으로모으며무슨기도같은것을
하고있는것같았다.

뱃고동을울려주며손을흔들어주니그녀쪽에서도손을두어번
힘없이내저었다.

배는이미그녀가서있는바위쪽을스쳐지나가고있었다.

그녀는점점멀어져만갔다.

이쪽을향하여몇발자국걸음을옮기는것같은데쌍안경이자꾸
흔들려잘보이질않았다.

눈물을훔치고있는지연신얼굴께로손이올라가는것이가끔씩
쌍안경안으로들어왔다.

점점작아져가는그녀에게계속손을흔들어주는것으로밖에
달리어쩌지를못하고..

뱃머리를서성였다.

그것으로그녀와나사이는영영마지막인이별이되고말았다.
그뱃머리에서손흔들던기억이그녀에대한마지막추억으로
남고말았다.

푸른물결과뱃머리로모여들던갈매기떼.

그녀는자꾸멀어져조그만흰점으로작아져가고

그강렬하게쏟아지는뜨거운태양아래

무연히서있었다.

난그곳에서그녀가보았다는

그속눈썹위로촉촉하게뜨는무지개를보았다.

눈물로

바다와수평선이뒤범벅이된내속눈썹위로

오색무지개가아롱지면서…

희뿌연안개바다가펼쳐지고있었다.

-끝-

글: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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