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으로는벌이윙윙!~날아다니게끔한봉을쳐야겠다.
뒤란장독대뒤야트막한비탈양지쪽에
꿀벌들의안식처를만들어서
아무도없는한낮의적요를즐기리라.
그리고꿀벌들이나니는소리와함께하리라.
집뒷산숲속길을걸어오르며김소월의시도읊조릴게고
국민학교적동요도나직나직불러볼것이며
그옛날나뭇지게를지고숲길을같이걷던
초동친구들의이름자도하나하나불러보리라.
보랏빛아침햇살이비춰드는아침나절의한적한숲속오솔길에는
나뭇잎사이로반짝반짝낮별들이나오리라.
나뭇잎을흔들어대며산바람이건듯불게고
허면
옥양목하얀천으로받쳐입은한복의겨드랑이며등까머리로는
산바람이솰솰~지날게다.
발아래부드런흰고무신의알싸한감촉을
가만가만밟으며오르는산길에는
산꿩이울고
구성진뻐꾸기소리는흰고무신을내내따라서
토담집울안까지내려올게다.
집울타리는칡넝쿨로싸리를엮어서둘러치련다.
그담장밑으로는내자가들과산에서들꽃들을옮겨다심어놓을게고
듬성듬성호박도심어여름한철시원하게담장을둘러치리라.
여름장마철
소낙비호박잎에떨어지는소리
그또한토담집에사는은근한즐거움에하나를더보태리라.
집울타리마당가며텃밭둔덕으론유실수를심으리라.
허면
계절따라가며복사꽃능금꽃이뜨락을환히밝힐게고
벌과나비도함께
집안팍으로이리저리한가로이나닐게다.
하루에한수씩은시조를외워보리라.
가끔씩어렵고난해한한자일랑은
옥편에손가락짚어가며돋보기넘어로찾아그뜻을음미할것이며
바쁠것하나없는느릿한동작으로
책장을쉬엄쉬엄넘겨보리라.
창호지장지문을슬며시열어제끼면
희뿌연산안개속으로건너산이나타날게다.
허면
한동안은꼼짝을않고뒷짐을진채로서서
산바래기를하다보면
귀로는솔바람소리들릴게고
눈감고좀더귀를모으면
영을넘는흰구름소리도들리것다?
한동안감았던눈을슬며시뜨고나면
아침나절고운햇발아래
내자는머리에흰수건을두르고
텃밭이랑에앉아밭을매고있을게다.
‘이것은무슨곡식인고?저쪽이랑은또무슨곡식을심었는고?’
허면
호미질분주한내자는고운얼굴위로
잔잔한웃음으로만대답을대신할게고
또한개의호미자루를가만히내손에쥐어주리라.
나란히고랑을타고앉아있으면
내자는어릴적친정어머니와밭고랑에앉았던이야기부터시작하여
젊은처자적의아련했던옛이야기를할것이며
몇번을듣고또듣는이야기면서
처음으로듣는듯나는호미질만할것이고
내자는이야기도중
가끔가다가호미자루를놓고내쪽을넌즈시바라보곤하다가
그긴긴얘기가다할쯤에는
점심찬거리푸성귀를솎으러밭고랑에서일어나리라.
그리곤눈을지그시뜨고
먼후일
어느날우리함께나란히묻힐앞산자락양지녘을
이마에손얹고오래오래건너다보리라.
허면나는은근한눈맞춤으로말하리라.
‘임자도내가그리좋으우?’
뒤란장독대뒤야트막한비탈양지쪽에
꿀벌들의안식처를만들어서
아무도없는한낮의적요를즐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