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의 결연 (3-4반 채은주)
제설작업을끝내고아무도없는사무실에서
어제옆자리윤리선생님이건네주신감귤을입에넣다.
이산뜻한느낌의귤맛.
3학년교실창문으로내다뵈는
아무도가지않은길위에찍힌내발자국.
앞서가면서남겨야할나의첫발자국.
내발자국을디딤삼아쫓아올내아이들.
결코한사람의후견인역할을한다는것이그리녹록치만은않을터.
지금은저벤취위에쌓인눈으로인하여앉을자리를몰라방황하지만
따순봄날이오면벤취곁에벚나무에벚꽃이화사하게피어
벌과나비가날아들고
은주의마음과주위까지환하게밝아질
그좋은날이분명코오리니…
혹여제스스로의무게를감당치못하고
피기도전에설해목으로꺾어지지않토록
버팀목을고여야할때면기껍게내무릎을꿇어
내등까머리를내줘서든든하게받쳐주고북을돋궈줄일.
추운겨울이면온실안의훈근함속으로들여놓아주고
춘설이난무하는이르디이른봄날에도
저리고고한자태로군자란을꽃피워내듯
이젠내아이가된우리은주를
이세상에안계서서십수년간의은주가슴에빈자리였던
그아버지의부재를내온기로조금씩메꾸다보면
저렇듯군자다운꽃망울을틔워어여쁘게꽃을피울날이있으리라.
학교에서오후4시30분이면퇴근하여집에도착한다.
안해가차려내온간소한주안상.
해맑간오미자酒
몇순배.
볼그족족젖은안해의얼굴이오늘따라더욱어여쁘다.
한두잔을마시면서오히려
곧추세워지는가슴에
명징하니맑아지는마음안뜨락.
홀로거실에앉아은주에대해깊은사념에잠겨보다.
다음주중에는은주집가정방문을해보기로계획을잡아본다.
이렇게배아프지도않고가슴하나로낳은
열다섯꽃다운딸은주.
오늘은참좋은날.
뒷동사이로보이는
먼먼산으로눈부시게다가서는雪山이
오늘따라더욱아름다운풍광으로
내가슴으로따숩게다가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