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의 결연 (3-4반 채은주)

밤내폭설이내리다.

교무실에제일먼저출근하여아이들등교하며오르는계단을

눈삽으로치우는데이마로송골송골맺히는땀.

기능직아저씨께서저희들이할일인데선생님이직접치우시냐고

고마움반미안스러움반을표하신다.

아무가하면될일.학교에서집이제일가까운내가먼저출근하여

하면되는것을꼭누가해야한다고구분지을필요가없다는생각이다.

제설작업을끝내고아무도없는사무실에서

어제옆자리윤리선생님이건네주신감귤을입에넣다.

이산뜻한느낌의귤맛.

3학년교실창문으로내다뵈는

아무도가지않은길위에찍힌내발자국.

앞서가면서남겨야할나의첫발자국.

내발자국을디딤삼아쫓아올내아이들.

나의첫내담자인은주.

저넓은운동장한가운데홀로서서온몸으로바람을맞아야하는안쓰러운아이.

조용히불러내려나와의결연의향을내비쳤다.

눈물이그렁그렁고개를주억거리며승락을해준다.

오랜생각끝에안해와진지하게상의하였다.

내가저아이의아버지빈자리를자임하여결연을맺고싶다고…

아무말없이언제나나를응원해주는안해.

조용히군더더기말하나없이

내의향을쫓아승락을해주니참고마웠다.

결코한사람의후견인역할을한다는것이그리녹록치만은않을터.

지금은저벤취위에쌓인눈으로인하여앉을자리를몰라방황하지만

따순봄날이오면벤취곁에벚나무에벚꽃이화사하게피어

벌과나비가날아들고

은주의마음과주위까지환하게밝아질

그좋은날이분명코오리니…

혹여제스스로의무게를감당치못하고

피기도전에설해목으로꺾어지지않토록

버팀목을고여야할때면기껍게내무릎을꿇어

내등까머리를내줘서든든하게받쳐주고북을돋궈줄일.

추운겨울이면온실안의훈근함속으로들여놓아주고

춘설이난무하는이르디이른봄날에도

저리고고한자태로군자란을꽃피워내듯

이젠내아이가된우리은주를

이세상에안계서서십수년간의은주가슴에빈자리였던

그아버지의부재를내온기로조금씩메꾸다보면

저렇듯군자다운꽃망울을틔워어여쁘게꽃을피울날이있으리라.

학교에서오후4시30분이면퇴근하여집에도착한다.

안해가차려내온간소한주안상.

해맑간오미자酒

몇순배.

볼그족족젖은안해의얼굴이오늘따라더욱어여쁘다.

한두잔을마시면서오히려

곧추세워지는가슴에

명징하니맑아지는마음안뜨락.

홀로거실에앉아은주에대해깊은사념에잠겨보다.

다음주중에는은주집가정방문을해보기로계획을잡아본다.

이렇게배아프지도않고가슴하나로낳은

열다섯꽃다운딸은주.

오늘은참좋은날.

뒷동사이로보이는

먼먼산으로눈부시게다가서는雪山이

오늘따라더욱아름다운풍광으로

내가슴으로따숩게다가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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