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졸업장을타신언니께
꽃다발을한아름선사합니다
물려받은책으로공부잘하며
우리는언니뒤를따르렵니다.
잘있거라아우들아정든교실아
선생님저희들은물러갑니다
부지런히더배우고얼른자라서
새나라의새일꾼이되겠습니다.
앞에서끌어주고뒤에서밀며
우리나라짊어지고나갈우리들
냇물이바다에서서로만나듯
우리들도이다음에다시만나세.
이즈음의봄바람이술렁이는교정에는
콧끝이아릿아릿한졸업식예행연습이연일계속됐다.윗쪽의6-3반교실부터6-1반교실까지
칸막이벽을떼고나면커다란강당으로변했다.운동장보다더넓어뵈는넓은마루바닥에의자만쪼로록줄따라세워놓고며칠에걸쳐연습을했다.우리사내들은킥킥대며장난도치고떠들곤하는데
여자아이들은매번의연습을무슨제사지내는것같이진지하게들임했다.어떤여자아이는졸업가만불렀다하면찔찔대며울었고
어떤여자아이는코끝이벌겋게돼선괜한빈코만훌쩍대곤하였다.
우리남자아이들중에서도
여자아이들과는전혀판이한피눈물을
찍찍흘리는아이가있었다.나또한그중에하나였으니우리여자동창생의아버지며호랑이선생님이신<남택우>선생님께서꼭예행연습을주관하셨는데시상대에올라상장을받는연습중에조금이라도틀리거나서투른기색이보이면투박스런손길로여지없이양귓따지옆의머리카락만잡고냅다하늘로끌어올리는데피눈물이빠지기시작하는순간였다.처음엔손길에따라서까치발을들다가
더이상올라갈재간이없는상황이되면오장육부가다끄들려오르는것같은불같은통증으로입을응다물어야했다.
입에서비명이라도새나오는날이면
또한번의승천을해야했다.
한번승천길을다녀오고나면하늘이노랗고눈앞이한동안깜깜해지곤했다.비틀거리며내려설때으!~어찌나아프던지피눈물이찔끔찔끔쏟아졌다.다시바깥골마루에서좌향좌!인사!우향우!7보앞으로!인사!앞으로3보!손을올린다!다시..뒤로3보!교육감님께인사!뒤로돌아!인사!좌향좌!앞으로!퇴장한다.비맞은중같이이말을연신중얼거리며왔다갔다를하며바깥골마루에서연거푸연습을해야했다.또다시강당으로들어가잘될때까지
몇번이고해야했다.
졸업식날
그피눈물나는예행연습덕분에다행이실수같은것은없었으나전혀예상치못한현상으로쩔쩔매야했다.하급생들의잘가라는인사와잘있으라는..코맹맹이송별사목소리때부터가슴이울렁거렸다.졸업가를부르면서부터여자아이들이엉엉!~울고불고난리법석을하면서선생님들이다가오셔서등을토닥거려주실때
예행연습때의가짜눈물이아닌진짜눈물이앞을뿌옇게가렸고콧끝이아릿하니먹먹해졌다.둘러보면어떤남자아이들은눈은시뻘개져있는데입으론연신’기집애들은별수없어!흐!~’라고지껄여대며눈물은그렁그렁~입은히죽비죽눈가가벌겋게짓물러
웃는표정도우는표정도아닌기이한얼굴을하고두리번거렸다.
강당뒷쪽의하급생들쪽에서도훌쩍거리는소리가나고
학부형석뒷쪽에서도팽!!~팽!!~코푸는소리가들려왔다.가슴이벌름댔다.
불로덴듯화끈한목구멍으론마른침조차도잘넘어가질않았다.
양미간을있는대로찡그리며태연함을애써가장했다.교문앞으로행진해가면서교정을둘러보니커다란능수버들도철봉대와그네도그렇게선망의대상으로바라봤던솜틀가게집의울긋불긋한좌판위의사탕이며과자봉지도운동장을빙둘러친플라다나스나무들도모두가우울하게돌아앉은듯했다.갑자기작은누이가다가오더니목에다꽃다발을걸어줬다.서울형졸업식때사용했던조화로만든둥근테의꽃다발이었다.혼자만쓰고있기가거북살스러워얼른벗어누이에게내밀었다.
전교생중에
목에거는꽃다발을받은아이가한명도없었던시절의촌학교의졸업식안방사진틀위에두어해동안이나먼지가뽀얗토록걸려있었던조화로만든꽃다발졸업식날집에돌아와앉은뱅이책상에걸터앉아허전한마음으로멍하니내려다보던[추억]이란두글자가금박글씨로찍혀있던졸업앨범상장을말아넣어던빨간두루마리통상품으로받은손바닥만한옥편영어사전.
이저녁[졸업식노래]를낮게부르며부르며옛생각에잠겨봤다.다시는돌아오지못할아련한세월저편.이저녁문설주에기대어보면아련히풍금소리들려오는..그아름답던시절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