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늘빈손이어서미안합니다.

늘바르지못한자세이어서죄송합니다.

늘받기만하고살아가니빚이너무많은세상살이입니다.

이모든것을말없이덮어주고감싸주시는우주의주인이시여

내가바른생각과바른생활관으로

적게가지고도웃을수있고

이웃과나눌수있는마음에여유를주십시요.

돌아보니그런것같다.

없는게아니고욕심이너무목까지차서

가진것에대한감사함을모르고살아온것같다.

가난해서배고픈게아니고

비교해서내가가난해진걸모르고살아가고있었던것이란정한이치.

내이웃은다어디로갔을까.

내옆집사촌들은다어디에계신것일까.

늘갈곳이없고혼자여서가끔은쓸쓸할때도있었지만

그래도난누구보다훨씬바쁘고

이웃사촌네로놀러갈틈이없었던걸어쩌겠나.

생각을모우고마음을정리하고

서투른가부좌로마음속에덕지덕지달라붙은

위선과욕심들을씻어내려해본다.

그것들이이가녀린몸짓하나로어디쉽게씻어지겠는지…

긴겨울의잔재는아직도남아

창꽃피고개나리피어난이곳광혜원을을씨년스럽게한다.

가게앞화단에잡풀들이파랗게올라오고작고이쁘게하얀꽃을피우고있다.

부추씨앗을사다놓았는데

차마꽃피운그풀꽃들을걷어낼수가없어서두고보고있다.

쪼그리고앉아서고개숙여들여다보지않으면발견할수없는이예쁜꽃.

풀꽃!

바람이몹시불어춥던날.

막올라온쑥을뜯어다가된장국을끓이니

아~이맛이바로봄맛이려니

이맛이바로자연의신비로운맛이려니…

아주귀엽게올라오고있는도랑가양의돌미나리

아직뜯기엔일러향기만맡아보았다.

미나리향이싫어서미나리반찬이올라오는상앞에는앉기도거북했던어린날이있었는데

이젠이미나리의향을알것도같다.

그래서이렇게생각해본다.

이미나리향이야말로어른에향이아닐까.

산전수전다겪어지친어른들에게서나는향.

싫어할수도멀리할수도없이어른들한테서무르익어나는향.

그래서어른이되고나서미나리를먹게되는것이아닐까하고우스운생각을해보았다.

어른냄새가나는이미나리도이제며칠지나지않으면상에올릴수있을것같다.

그래서봄이온거야.

이제보니겨울이아니고봄이야.

봄이네

곧배꽃도피겠네.

조팝꽃도피겠네.

친구야너와내가좋아하는꽃들이피어날계절이돌아온거야.

배낭뒤에다가바가지하나씩매달고그어느날인가처럼

보리밥에상추고추장싸가지고

산정성에서비벼먹던그계절은돌아왔는데

친구야,그시절은되돌릴수없는거니?

친구야,우리산을한번올라보자꾸나.

베란다에꽃나무들이따뜻한태양바라기하면서창쪽으로만가지를뻗고있다.

사랑초꽃들도허브에작은꽃들도턔양쪽으로고개를돌리고있다.

겨울이너무추웠나보다.

그래따스한햇살들마음껏안아들이렴!

우리엄니께서도시간만나시면베란다에서햇볕바라기하신다.

너무많은것을머리속에담고살아오신게야.

요즘은울엄니머리속이하얗게비워지는게보여.

웬지죄송하고가엾은생각이들어.

잘해드리고싶은데

어떤때는심술보가터져짜증스러울때도있는걸어떻하겠니.

다잘될꺼야.

다사랑할꺼야.

그리고가진게너무많아좀비우며살도록노력할거야.

좋은날안해:정선비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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