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모내기날.
며칠전부터엄니는이집저집을돌며품앗이일꾼과날짜를맞추신다.
미리다약조된일이지만다시한번더확인절차를하셨다.
장에가서반찬거리와고기근을사시고밑반찬거리를장만하시며부산하실때면
아버지는물꼬를보시고도랑을손질하시며황소를몰고써래질로논을다지셨다.
논에나앉아쪼구리고앉아바라볼양이면
눈앞이어지럽게제비떼가온통논을덮을듯이몰려와날아다녔다.
모내기날은집안의수런거림에
아침일찍깨어일어났다.
괜스레부엌을들락날락대며
엄니몰래겅거니(반찬)를집어입속에넣어도보고
평소쓰지않던큰가마솥에일렁이는장작불을보며
볼따구니가발그스레익기도했다.
동생녀석몰래누룽지도광에숨기고학교에가면
그날의공부는엉망으로됐고
빨리집에가기만기다렸다.
학교를파하고한걸음에내달아집에오면새참막걸리심부름을시키셨다.
큰주전자에뚜껑을엎어반찬그릇을얹고주둥이에는나무젖가락을꽂으면
혼자낑낑거리며산너머논배미까지한참을가야했다.
가며생각해보니설레는마음에밥도마다하고심부름나와허기가졌다.
주전자를길가에내려놓고막걸리를조금마셔본다.
달착지근한그시원한맛이라니..
조금가다가한모금..
팔이아파서또한모금..
나무그늘시원한곳에서또한모금.
으..으..저건너산과들이빙글~빙빙~돌아가며
귓가에는때도안됐는데읍내정오싸이렌소리가울리면서
혼곤한졸음속에빠져들었다.
잠깐을졸았는데새참이늦다고
되짚어집쪽으로오시던할아버지가발견하시고
허허,웃으시며할아버지의등에업혀가며
어슴츠레바라보던초여름한낮의햇빛은너무도새파랗게<?>어른대고있었다.
집에들어와빈집안에혼자남아시원한마루바닥에얼굴을대고
엉덩이는높이쳐들고엎드릴때
마당의한가로운닭의모이쪼는소리와안방벽시계의똑딱대는소리만
집안가득퍼.지.고.있었다.
한참을자다보니
수런대는어른들의소리가들렸다.
"병윤이가시방학교는안가고잠만자네그려?"
화들짝,놀라일어나책보를어깨에질끈매고시계를쳐다보니??지각.
걸음아,살려라!!내달으니마을공터에서친구들이
저녁에도핵교를가냐구깔깔대며웃는다.으..으..
터덜터덜궁시렁거리다
창피해서히쭉거리며걸어오는마을에는
저녁밥짓는저녁연기가
흙담장을넘어야트막한뒷동산까지낮게깔리고있었다.
천진한저꿈길에서
엄니는오남매식구생각이나하실까?
모내기하시며써래질하시던
젊은날의아부지를만나시고
아들손자식구생각이나하실까.
먼논배미에서개구리소리아련히들려오는저녁
오오래만나지못하고살아가는
식구들생각에잠겨본다.
이늦은저녁
그들도엄니생각이나할까?
그리고
살아가면서살아가면서
가끔씩은내생각도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