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교정에서

아침8시.

제일먼저출근하여창문들을활짝,활짝,열어제끼면

희뽀얀운동장으로유월의싱그러운햇살이해살거리는구나.

하루업무를계획해야쓰것다.

오늘은또어떤아이들과만날까.

엊그제전학온보람이를만나어색한마음에도움이돼줘야지.

아니?은주란놈의소지품에서담배가나왔다지?

그놈에게아이스크림을나눠먹으며

쓰디쓴담배보다달콤보드라운아이스크림이네입맛에알맞다고

최대한꼬드겨도보고안되면혼꾸녕을된통내줘야지.

너희인생은이제막저출발선에차려자세로서있는것이지.

출발을알리는딱총소리가울리면최대한빨리뛰어나가야되는현실이안타까워.

지금의너희쯤의중학교적나를돌아다봤어.

출발선에서초조하게기다리지는않았단다.

출발선뒷쪽벤치가보이쟈?

거기앉아서[테스]를읽고[여자의일생]과[이순신장군어록]이며[나폴레옹전기]를읽었쟈.

지성과인성을함께배우고가르쳐주셨지.

헌데너희들세대에서는무엇이잘못됐는지인성교육은없어지고말았구나.

도덕과음악과체육시간이넉넉하게시간표에배정됐었지.

지금도중학교음악시간에변성기목소리의중저음으로불러제끼던친구들의목소리.

머나먼저곳스와니강물이내가슴한켠에서출렁거리며

그곳이막연히그리워음악시간이끝나고기술시간까지눈을감고그감흥에빠져있었쟈.

너희나이적의내어린가슴이촉촉히젖어들던감성.

그런교육이참교육이련만…

고요한교정의뜰을

뒷짐지고거닐면서너희들을생각한다.

초롱꽃들이올망졸망너희를닮았구나.

꽃들이귀를쫑긋,세우고너희들국어를듣고음악을듣는구나.

교실뒷켠너른칸나도잎사귀를활짝펴고

너희들마냥선생님말씀을받아서적을준비를하는구나.

저상그러운자태가

유월의노천명과이육사싯귀를받아적고종일내암송하던

내중학교시절을닮았구나.

너희적에는공부가다가아녀.

내중학교적에는

쉬는시간마다벤치로나앉아김소월의시를읽고김영랑의시를읽으며

돌담에속삭이는햇발같이

서정적이고서경적인감성을읽고또읽어

마음밭을일궜쟈.

보아라.

저아름다운화단을들여다보면서한시간을앉았는것도교육이란다.

그냥턱괴고벤치에앉아내면의뜰을들여다보며공부하는시간.

장미꽃가득한저담장아래에앉아또한시간을보내는것

또한교육의중요한한부분이라고생각하는데

내가문교장관도못되고교육인적부장관도아닌다음에야허공중에흩어지는

공허한메아리일뿐인것이그저안타깝고안쓰러울뿐이구나.

이고요롭고평화로운교정에서

너희들은왜고요롭지도평화롭지도못한것이냐.

다책상머리에앉아가슴아닌머리로만교육정책을입안하고

그를지침이라고내려보내는우매하고비정한교육정책자들과

우리기성세대들의잘못이구나.

스승은없고선생만있다고하지.

교실에서판서를하며너희들만가르치는일만

우리선생님들에게주어지면정말로얼마나좋것냐.

청소시간에저비닐막에들어농작물과꽃도키워보고

땀흘려물도주고거름을주는수고스러움으로

부모님의고생하시는노고를너희에게가르치면얼마나좋것냐.

하지만그것보다수없이밀려드는교육청공문수발과

전시적으로보여지는근거서류를작성그를편철하여

트집안잡힐알량한교육감사에안걸리는일에매달려야만하니

인성교육이아예실종되어삐딱하게삐뚤어지고

거칠게뒤틀린문제학생들에시달리고휘둘리는것에

선생님들의교육업무의절반을넘기는과중쓰잘떼기없는허드렛일.

교육정책이해마다흔들리고

너희가흔들리고

선생님들이흔들리고

윤리와도덕이흔들리고

삼강오륜이흔들리고

종국에는나라가흔들리고…

오호라!~통제로고.

너희청춘은저리도붉은데

우리기성세대들은나몰라라자신들만바쁘다고하는구나.

너희들은낮은키로저여기있어요,하는데도

우리기성세대들은위만멀뚱멀뚱쳐다보며어른들

제각각의안위에만급급하구나.

돈으로만모든것을척도하려고하고

좋은아파트로만부를축척하고

넓은땅뙈기만자꾸불려서대대손손

배부른돼지만되려하지

배고픈쏘크라테스는전혀안중에두려하지않는구나.

우리중학교시절에는비록배는고팠어도참행복하고아름다웠지.

너희들은저리파란하늘을향해한껏손짓하는데

우리기성세대들은황금이묻어나는

땅바닥만보고땅만사들이려富만욕심내지

너희들의가녀린몸짓을보지도보려고조차않는구나.

좋은음식에좋은옷에좋은집에사는것이뭐그리대수냐?

가슴이차갑고

머릿속이비어가고

감성지수가바닥에엎어졌는데

무엇이중요하고무엇이행복이더냐.

오호!~애제로고.

창가에서서커피를한잔마셔본다.

저너른운동장에서뛰놀시간이노루꼬리만큼도안되는바에야

저넓은운동장모래흙이뭔소용에닿는데냐?

저운동장의진정한주인공이너희들일진데…

얘들아,

마음활짝열어제끼고

교복상의벗어제끼고

교실창문열어제끼고

우매한교육정책자들제껴놓고

우리들몰라라하는기성세대어른들죄제껴놓고..

파란마음하얀마음이되어

우리끼리한바탕어화둥둥,놀아나보자꾸나.

어허!~저나무그늘같이시원코또시원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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