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갓솎아낸풍성귀에산나물가득한점심을
바람시원한마루에걸터앉아먹는맛은
또그어디에비길건가.
소반상머리에마주앉아서
찬을집어주며건강을염려하는
내자의싫지않은잔소리도있을게다.
허면
소반상물린자리에느긋이누워
내자의잔소리에장부타령으로화답할게다.
"나물먹고물마시고팔을베고누웠으니대장부살림살이이만하면넉넉하지."
눈감고누워
솔바람소리며
꿀벌이나니는가물가물한소리에귀기울이다가보면
그렇게또한낮의적요는찾아들려니..
그때쯤이면멀리인듯가까이인듯
이층에서내자가낮게틀어놓은이미자의노래가들려올게고.
점점감겨드는눈으로는
영을넘는흰구름이
가까이다가섰다가
멀어졌다간
이내안겨들것이니..
그냥그구름을베고한가로운오수에잠겨들면좋을게다.
달콤한오수에들었다깨어보면
보랏빛맑은햇살은
그렇게그렇게싸리담장을넘어
밭이랑을타고
푸르른산마루쯤을비출게고.
며칠만큼에하루씩은내자와함께읍내장으로출타를해야겠다.
운전석일랑은내자에게맡겨두고
의자를뒤로한껏젖혀놓고누웠는듯앉았는듯
창으로지나는산마루와흰구름을바라보려니..
내자는구성진옛노래를부를것이고
허면나는노랫소리중간중간마다에김소월,노천명에한용운의시를암송할게다.
그러다보면읍내에이를것이니
내자는단골순대국집문앞에다차를멈출것이고
김치깍두기곁들인국밥말아동동주탁배기잔을들다보면
예와서하나둘사귄지기들이찾아들게고
허면
권커니자시거니한두잔을마시다보면
서산을넘는저녁해에
얼콰한얼굴더붉으렷다?
어허라!~풍류는내것이요.
저기저청산은또뉘것인고?.
그쯤에서파장분위기로어수선한잡화점에들려
합죽선부채를고를것이며
마루에깔고앉을원앙무늬어여쁜대방석도
동동주술기운에선듯사서내자에게안길게다.
그즈막에서돌아갈길을재촉할것이니.
아참!.그렇지.
옛것을유독좋아하는머릿결고운내자에게는옥비녀에참빗하나를사주리라.
이왕지사거기에다좌경하나더보태면좋겠다.
돌아오다가달이밝거들랑은
산아래마을에다차를세워두고산길을올라와야겠다.
그산길에달은휘엉청청밝을것이고.
앞서걷는내자의달그림자를밟아걷다보면
교교한숲에서는산비둘기울것이고띄엄뜨엄소쩍새소리들리것다.
허면
무서움많은내자는내손을가만히부여잡을것이고
손아귀에들어온내자의파르르~떨리는따순손감촉도좋으리니
어여쁜내자의옆얼굴을
걸음멈춰가만히들여다보는것도좋을게다.
그즈음에서길가양풀섶에나란히앉아
나는달을올려다보며
漢詩를읊어줄게다.
허면내자의따스한머리가
내어깨로가만가만기대올것이고.
고요히.
고요히.
달은구름을지나갈것이고
구름은달을지나갈것이다.
만년의안온한나날을
어제도오늘같이
내일은또오늘같이
옆에서같이해주는내자의주름살고운얼굴을오래오래들여다보다가
살며시등에업고토담집으로올라오면
방바닥노란장판위로
달빛가득쏟아지것다?
문창살에은은히어리는달빛또한좋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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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柳雲전병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