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넘어로간간이들리는누군가불어주는
하모니카소리를좋아한다.
그소리에갑자기눈이스.르.르.감겨오는
감당치못할졸음에창가에누워보면보이던
푸른하늘.
하모니카소리는높낮이를잃고
창가에서이리저리넘나들다가
끊겼다가다시들려오던
어느한낮의하모니카소리를
나는좋아한다.
이웃집꼬마가서투르게불어주는아코디온소리를
나는참좋아한다.
저녁어스름녘에듣는그소리는
왠지한없는애상에젖게한다.
‘보일듯이보일듯이보이지않는따옥,따옥~따옥소리처량한소리~
떠나가면가는곳이어드메이뇨’
어느층쯤에서그소리가나는것일까궁금하여
베란다창을열고내다보면
서산에붉던황혼과
중천으로검붉었던저녁구름.
저녁내내’따오기’를부르게했던
그아코디온소리를
나는좋아한다.
길을걷다가레코드점에서들려오는
‘알함브라궁전의추억’을들으며
오래도록눈감고서있을때나
그렇게도찾아헤매도아직껏구하지못한
피아노음율이아닌오케스트라의잔잔한선율속에듣던
슈만의’어린이정경’을
차안FM라디오에서문득들었을때
차를세워두고
붙잡지못하고흘려보낸
그여운을아쉬워하던
그음악들을
아쉽고안타까움으로
나는좋아한다.
풍금소리를나는엄청좋아한다.
교실창문넘어로옆반에서들려오던
‘낮에놀다두고온나뭇잎배는엄마곁에누워도생각이나요~
푸른달과흰구름두둥실떠가는~’하던
풍금소리와
하학길에그노래를부르며촐랑촐랑걷던
단발머리계집아이의뒷모습과보리밭이랑..
풍금소리를들으면
눈에보이는풍경들이다.
푸른제복시절.
서해십리포바닷가에있는작은학교에서
일요일의아무도없는교실에앉아
풍금과함께보냈던그푸른날.
운동장가득쏟아지던햇발과
운동장끝에바로있던바닷가자갈밭에서들려오던..
교실에앉아도들리던낮은소리
싸르륵~쏴르륵~파도소리.
그파도소리와함께연주하던
풍금소리를
나는좋아한다.
고향집대청마루에서
이맘때면아버지가가끔씩
품짝,품짝,반주를넣어불어주시던하모니카
‘사나이목숨걸고바친순정모질게도밟아놓고~’하던
옛노래가사가하모니카에실려오는듯하고.
뒤란옥수수그늘에짚자리를깔고누워
형이서툴게불어주던
‘푸른하늘은하수하얀쪽배에~’를
들으면서올려다보면
푸른하늘에흘러가던구름은또얼마나눈부셨는지.
하모니카소리를들으면
그흰구름이둥둥떠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