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희뿌연여명속으로바다가보인다.예가통영.
아기자기한섬들이나타난다.누군가이곳의아
름다움에’한국의나폴리’라고했다던가?이제
반도의끝자락쯤이다.휴게소밖탁자에앉아
지금은내곁에없는먼먼그리움들을바다에담
구다.

2

거제도에서도한참을들어온상서리라는마을.
앞산이우람하게솟아있고백암산산허리로산

안개가걸쳐있는외로운동네.그저들리느니
매미소리뿐.

떠나고남은사람..남기고떠난사람..이무슨

자취인고.

3

통영..제일로존경해마지않는청마유치환님의
숨결이서린다도해.바다가내려다뵈는언덕에
앉아파도소리를듣는다.멀리항구를드나드는
뱃고동소리를쓸쓸한마음으로듣는다.

4

도시가온통바다같은마산.건물마다바다를
향하고있다.아파트베란다창앞으로외항선
이다가온다.앉은곳도바다같은착각이든

다.사람들옷자락마다에바다냄새가난다.

5

밤길을더듬어경상도상주땅에들어서니반갑

게마중나온친우..그밤중으로백화산골짜기
로올라가다슬기를잡았다.별빛이빼곡한

계곡에서모닥불을피워놓고고기를구워먹는

다.무릇,술의참맛이란이런게지..포도
과수원을하며농사짓는친우의싱그러운웃음

이참좋다.

밤새도록뒷산가까이에서울어대는소쩍새의

한서린듯한소리..옆친우의코고는소리에
잠못이뤄뒤척이다가살며시밖으로나왔다.앞

뒷산이막아선산골마을..멀리추풍령을넘는
기차소리들려오고..소쩍새는밤새베갯머리에
서만맴돌았다.

6

새벽을깨치는꼬끼오!~훼치는소리에방문을
여니靑山이와락,달겨든다.변소간에앉아
휴지대신꽂혀있는손바닥만한신문쪼가리를

읽는다.일년전저편의세월들..이제그시절

인연들이다하여이쪽과저편으로의별리.

일년전그시절의뜨거운여름을읽는다.

쓸쓸함을읽는다.

변소간나무문짝이스.르.르..열리면서송아지

가얼굴을디민다.놀라일어서는내게소같은

웃음을지어보인다.

송아지같은그리운얼굴들이눈에어리다.

7

미꾸라지추어탕이먹고싶다고하니말없이경운기

에그물이며양동이를싣는다.수초가가득한

윗논배미움벙을열심이퍼댔다.오랫만에보는

물방개..소금쟁이..민물새우..거머리..피래미.

한낮의뜨거움에땀은쏟아지고허리는아파오고..

양동이에는미꾸라지와방개만우글거렸다.이윽고

30㎝는족히넘을잉어가한마리잡혔다.고기잡는

재미에땡볕에살이익는줄도몰랐다.그늘진

농수로에앉아발을담그고수박을쪼개먹노라니..

농촌에서의한가함이솔솔느껴진다.

8

창문으로호도나무가왼종일서늘한그늘을드리

운다.벌써정이들었는지한사코낯가림을하던

꼬맹이들이바람시원한참나무가있다며뒷산에

같이올라가자고손을잡아끈다.

산내들바람이시원하다.오래도록초록으로

눈부신들녘을내려다본다.무념무상의텅빈

마음안으로..꼬맹이들의해맑간동요소리와청랭

한산내들바람이들어와박힌다.

9

칠순을훨씬넘기신친우의아버님이외따로기거

하시는마을의맨윗집으로올라갔다.마당가득

답사리만무성하고장독옆으로봉선화가붉었다.

젊으셨을적에경찰간부를지내셨던괄괄하시고도
박식하셨던양반..사들고찾아간인삼주를따라
드리려니..세월이무엇인지아드님과30년막역지

우인나조차도올해는전혀몰라보시고는자꾸만

누구시냐고묻기만을반복하신다.나의시선을

피해마루천장석가래와추녀밑으로흰구름이생

겼다가부서지는빈虛空만더듬으시는눈길.

무심한세월이다.매미소리만가득한마루에서

나또한아버님옆에나란히앉아구름이부서지며

차마넘어넘어가는서러운세월을무연히바라보다.

독한술기운탓인지자꾸만눈시울이붉어진다.

10

…….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