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가

살다가

무연히그리워지는

어느섬하나가있습니다.

그섬언덕배기에앉아

바다쪽을바라보고앉아서

편지를써서빨간우체통에넣으면

맑간물빛우표딱지한장으로도

먼그대에게닿을

가을날입니다.

저물빛을사이에두고

섬과섬이있습니다.

빨간지붕이있는마당가로

감귤이익어가는마을.

앞마당같은바다에떠있는뗏마선한척.

이렇듯그림같이아름답기그지없는

풍경속에앉아보면

한없는애상에잠기곤합니다.

새벽빛을받아

형형한색을띤새벽달아래

섯습니다.

그대계신그곳에도

허공중에저달빛이떠있을까요.

새벽의여명을기다려

멀리외초도와내초도를건너다보다가

녹운도언저리쯤으로솟아오를

해를기다려

먼바다로부터밤새건너온

아침바람해풍을가슴으로안아들입니다.

그리고

섬들위로점점이떠가는구름과

여명의엄숙코도장대한분위기앞에

아침바람과함께옷을여밉니다.

이윽고떠오는붉은해.

누구는기도하고

누구는노래하고

누구는감탄하고

누구는침묵하고…

뭍으로배에실려나갈

아침8시버스입니다.

몇안되는승객이

방파제에앉아바다를바라보며

담배를피고

이야기를나누고

하품을합니다.

종종걸음으로작은보퉁이를내려놓고

어디론가다녀올듯바삐가시는할머니.

저보따리에는무엇이들었을까요.

작은예배당의뽀족지붕에도아침햇살이가닿습니다.

그앞으로유유히바다를가르고

아침바다로향하는뗏마선.

그발동기소리가파도소리에뭏혀아득히멀어지는

먼바다쪽을응시하다가

고얀히서러워져산에올랐습니다.

아침햇살에깨어나는

작은항포구의고요한풍경아래

그림같은섬마을.

저런마을에서어촌계장이나하면서

여생을살아봤으면좋겠단생각을했습니다.

나이가들어가면서꿈은변하는가봅니다.

섬마을선생님이었다가

산간마을외딴간이역장이었다

섬에들어어촌계장이나했으면좋겠다는꿈.

그꿈들이자꾸만엇갈리어지나갑니다.

뱃머리에파문을일으키듯

가슴한구석에작은파문을남겨놓고

세월이갑니다.

자꾸만엇갈려멀어지는꿈입니다.

이런풍경에서집하나짓고싶습니다.

바다만바라보고살아도배가부를듯합니다.

비가와도

눈이와도

바람이불어도

풍랑이일어도

무엇하나서러울것없는마음이되어

무장무장그리움하나로

살아질듯합니다.

섬과섬을잇는작은구릉과

구릉깊숙히바람이비켜가는곳마다

작은마을들이옹기종기앉은해안선.

누구는이곳에눌러앉아저기멀리에보이는언덕위에하얀집

청소부나하면서살고싶다고합니다.

저기바다기슰에작은어촌이그림같습니다.

지금은버리고떠난텅빈마을에폐허만남아

바닷바람에처마끝거미줄만

파도같이출렁거립니다.

담장과담장을가로질러인적이끊어진지오래.

무엇이남고

무엇이떠난것일까요.

빈바다에빈배같이출렁거리는것이

우리네인생입니다.

닻을내려머물러있을항포구를떠난지오오래.

하루종일바라만바라보는마당.

짭짜롬한바닷바람과

가끔씩날아와앉았다날아가는멧새.

넓고넓은마당같은바다를둘러치고

막막하게살아온몇몇해런가.

왼종일바다만바라보는

오두막집에서보낸세월이

서러워서러워서떠났을것입니다.

너무나외로워지는마음에

사람들이사는마을로내려왔습니다.

머나먼변방끝

외론섬

어둔中天으로

구름이흘러가고

그위로달이흘러가고..

무장한

歲月이저리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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