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녘에서

오랫동안기다려온잠실올림픽경기장

국제마라톤이우천관계로무산되다.

아침나절비가긋고서운함을달래려집을나서다.

어느이름모를동네골목쟁이를가다가막다른길에서간신히

차를돌려나오다.

실한배추밭이랑과

어린아이키만큼자란큼직한토란잎새가

가을걷이가얼마남지않음을이야기하다.

마을에서마을로연한가을황금들녘.

참새떼오르르!~이리몰려날다가

저리몰려날다가

어느논배미에앉다.

참새를쫒아야하실영감님은오수에드셨을까?

마당가꽃도낮잠에들어고요하다.

긴여름을견디고알알이맺은벼이삭.

들녘에서기만해도배가부르다.

호박잎에된장얹어함지박만한입을벌려

먹는꿀맛같은식사.

거기에청국장보글보글끓여내얹으니

임금님수랏상이부러울까나.

황금벌판을배경으로

마을은가을로깊어가고…

논배미도랑으로

아직도미꾸라지있을까?

태풍으로쓰러진벼를세우시는

농군의마음을아는지모르는지

매꼬모자에자꾸날아앉는잠자리.

갈대밭위로무심히흘러가는구름따라

집으로돌아오는길.

가을이깊어가는고요한냇가에

해오라기한마리.

고기를낚나

세월을낚는고.

뉘엿뉘엿가을그림자드리우는산골마을.

이런날은

멀리떨어진그리운이에게

가을편지라도한장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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