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고향길

조부모님계시는아득한고향길.

아부지께서짚신을갈무리하시고나오시는사랑방.

군불을지피시는새벽이면초가지붕으로서리가하얗게내렸다.

할아부지께서심심파적으로가마니를엮으시는툇마루.

쌀광추녀아래로는엄니가나물등속을가을볕에말리셨다.

할무니와엄니가번갈아서머리를좌우로꼬시면서두드리던다딤이소리집안으로또각,또각,퍼져가는날.

할아부지계신건너방에는할아부지가놋잿떨이쳐가시며화투로오간을띠셨다.

쇠죽을쑤는사랑방아궁이앞에서면구수하니퍼지던소여물콩깍지삶는냄새.

할아부지솜씨로사랑채추녀아래로하나둘씩걸리던둥그니들.

내년봄에쓸씨앗을쟁여두고바라보는마음넉넉했다.

집안에서제일고요했던사랑채손님방앞에는닭들이병아리품어서앉는곳.

고양이손도아쉬운가을걷이로집안은가끔씩꿀벌이나니는소리만들렸다.

학교에서돌아와봉당아래에쪼그리고앉아사금파리로낙서를하던유년의뜨락.

대문에는누런봉투에담긴부고장이집안으로들여오지못한채서너장이가을내내꽂혀있곤했다.

한봉을치는뒷곁장독대옆으로는윙윙거리는꿀벌소리가득하니토란대시들어가고..

감나무그림자저홀로흙벽을오르고있었다.

옆집주열네집도빈집같이고요하긴마찬가지.

배가고파져토담에올라감나무를향해팔을뻗어홍시하나먹을라치면.

어느새밭에서돌아온엄니의저녁짓는연기마당으로깔리고..

아궁이앞에서국수꼬랭이구워먹는저녁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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