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꽃같은 누이여
초여름에
흰색의꽃이잎겨드랑이에서펴서
초겨울에서이른봄에걸쳐익어가는유자(柚子).
해마다유자차를보내주던
누이의소식없음에못내서운키만하다.
거제도남쪽바다언덕배기에다아담한집한채짓고
늙은어머니와단둘이서
결혼도마다하고홀로하세월을살아온누이.
달마다내게보고픈책목록을보내오시면
짧은단상들을적어소포와함께부쳐드렸던책꾸러미들.
그덕분으로우체부아저씨와친하게지낸다며
물내음이가득하던
먼시외전화의목소리를종종들려주던누이.
집안가득넘치게책들을쌓아두고는
마을의아낙이며꼬맹이들과
스스럼없이어울렁더울렁살아가는누이였는데..
저지난여름의갑작스런어머니의승천(昇天)으로
이렇게소식없이지내고있다.
"어?..병윤씨가왔네요.오랜만이예요."
영안실에서뵙던하얀소복의누이.
희끗희끗초로의나이.
눈물로축축한눈가의주름에서
문득유자열매가떠올랐었다.
유자열매같은누이.
이제모든주위로부터소식도끊고
그살갑던어머니를영영오지못할
먼길로보내놓고는
차마이계절을어찌홀로지내고있는지..
여름산의뚝뚝떨어지는푸르름속에서
유난히도하얗던누이의소복.
초여름부터피는하얀유자꽃같았던누이.
이세상에흔들리지않고피는꽃이어디있으며
누구에게나곡절없는삶이어찌없을까마는
유독세상과담을쌓아두고하세월을살아가는
그속내를혜량할길이없다.
누이는
이렇게유자열매가익어가는계절이
왔는데도소식이없다.
보오보오연락선이한소절울때마다
떨어지는유자꽃.
유자꽃꽃잎이울고만싶더이다.
유자꽃꽃잎이섧기만하더이다.
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