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

아부지,

이얼마만에불러보는지모르겠네유

아부지가신지

어언20여년이흘렀네유

요며칠을

실낱같은눈썹달이떠오는

저녁풍경앞에

문득아부지를생각했습니다

어느하모니카쟁이가씨디로구워준

하모니카소리를듣다가

생전에하모니카를잘불어주시던

아부지생각을오래도록했어유

그리고선창

이노래를즐겨부르셨지유?

어느구정에

눈이하얗게쌓인선산에서

정종잔을따라올리고

음복술을하시다가말고

부르셨던이노래

왜하필그많은노래중에

이노래를부르시는가를

그때는몰랐구먼유

이제이자식

오십중반에들어서고보니

아부지의심중을조금은

아주조금

알것두같구먼유

이풍진세상을원망하시는

한탄조였을것도같구

아부지노릇제대로못하신회한

자식노릇제대로못하시는

불초한마음을

조상님봉분앞에앉으셔서

노래하신것이아니셨던지유

내의지와는다르게

돌아앉는세상사에

부대끼는

고단한마음이셨을그심중

그러고보니

제가꼭그당시의아부지나이가됐네유

아부지,

지는아직두모르것시유

아부지같이멋지게

하모니카로회한을풀어내는재주도못가졌네유

한참을눈썹달을올려다보며

지나온한생애를

곰곰히생각해봤습니다

아부지,

뜬금없이아부지가보고싶더니

눈이뜨거워졌습니다

울컥,치미는핏줄의땡김인지

그리움인지

아님

저만의회한이었는지

목울대가꽉막혔습니다

아부지,

술생각이나시고잡숫고싶으셔서

그세상에서어찌지내셔유?

그렇게도좋아하시던

술이거기도있어주던가몰러유

오늘퇴근길에

담배한갑

술한잔받아서

찾아뵙겠습니다

아부지가선산을찾아

선창을부르셨듯

저도아부지께

이노래를불러드리고와야쓰것습니다

아부지,

저리계절이지나가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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