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암골 마을에서
안해와짧은겨울해에훌쩍다녀올여행지를짚어가다가떠난외암리민속마을.
대문틈으로들여다뵈는마당으로겨울햇살만따습게노닐고..
어느집처마아래로메주덩이주렁주렁장맛이들어갔다.
고요한외암리에동네사람다어디가셨을까.햇살쏟아지는마루에눈감고앉아해바라기.
나는그뒷산아래첫집인초가집앞에서한식경을서성거렸다.
조부님시조읊으시던소리낭랑하던사랑방.
마지막엔돌아가리
목화꽃이고운내고향으로
조밥이맛있는내고향으로
아이들하눌타리따는길머리엔
학림사가는달구지가조을며지나가고
대낮에여우가우는산골
등잔밑에서 목사가없는교회당
꿈이면보는낯익은동리
딸에게편지쓰는어머니도있었다
둥글레산에올라무릇을캐고
접중화싱아뻐꾹새장구채범부채
마주재기룩이도라지체니곰방대
곰취참두릅훗잎나물을
뜯는소녀들은
말끝마다꽈소리를찾고
개암쌀을까며소녀들은
금방망이은방망이놓고간
도깨비얘기를즐겼다
회당지기전도사가강도상을치며
설교하는산골이문득그리워
아프리카에서온반마(班馬)처럼
향수에잠기는날이있다
어제든가리
나중엔고향가살다죽으리
메밀꽃이하아얗게피는곳
나뭇짐에함박꽃을꺾어오던총각들
서울구경이원이더니
차를타보지못한채마을을지키겠네
우거진덤불에서
찔레순꺾다나면꿈이었다.
여행에서돌아와
따순유자차한잔앞에놓고
노천명의시를읽는
이어스름녘.
창밖희뿌연가로등아래까지쫓아와서성이던
외암리의청랭한겨울바람이
내이마를슬몃짚어지나가는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