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암골 마을에서

안해와짧은겨울해에훌쩍다녀올여행지를짚어가다가떠난외암리민속마을.

추운날씨였지만마을초입에서내고향마을에온듯한푸근함에젖어들었다.

응달로살포시얼음이얼고잔설이희끗한고샅길.

양달사랑방마루와파릇한뜨락으로풀들이겨울햇발에희뽀얗다.

추운날씨에주인장께서는어디로출타하셨을까나.

대문틈으로들여다뵈는마당으로겨울햇살만따습게노닐고..

어느집처마아래로메주덩이주렁주렁장맛이들어갔다.

고요한외암리에동네사람다어디가셨을까.햇살쏟아지는마루에눈감고앉아해바라기.

오늘이읍내장날일까나?

마당깊은집에고요도깊어라.

남향받이고택에는따스한기운가득히열어제낀방과대청마루에살포시돌아나가앉는겨울날.

넓은고택솟을대문활짝열어두고문지기천서방은어디가셨을꼬.

돌아나오는담장너머해살거리는겨울햇발.이추운겨울을견디는붉은인동초한떨기.

마을초입에서달려온바람이지난가을억새를흔들며마을뒷산을오르고..

나는그뒷산아래첫집인초가집앞에서한식경을서성거렸다.

어린날철모르고뒤도돌아보지않고떠나왔던고향이었다.

조부님시조읊으시던소리낭랑하던사랑방.

어머니가김장독묻어두고아침저녁으로드나들던뒷곁으로살포시깔린고향눈.

언제든가리
마지막엔돌아가리
목화꽃이고운내고향으로
조밥이맛있는내고향으로
아이들하눌타리따는길머리엔
학림사가는달구지가조을며지나가고
대낮에여우가우는산골

등잔밑에서
딸에게편지쓰는어머니도있었다
둥글레산에올라무릇을캐고
접중화싱아뻐꾹새장구채범부채
마주재기룩이도라지체니곰방대
곰취참두릅훗잎나물을
뜯는소녀들은
말끝마다꽈소리를찾고
개암쌀을까며소녀들은
금방망이은방망이놓고간
도깨비얘기를즐겼다

목사가없는교회당
회당지기전도사가강도상을치며
설교하는산골이문득그리워
아프리카에서온반마(班馬)처럼
향수에잠기는날이있다


어제든가리
나중엔고향가살다죽으리
메밀꽃이하아얗게피는곳
나뭇짐에함박꽃을꺾어오던총각들
서울구경이원이더니
차를타보지못한채마을을지키겠네

꿈이면보는낯익은동리
우거진덤불에서
찔레순꺾다나면꿈이었다.

여행에서돌아와

따순유자차한잔앞에놓고

노천명의시를읽는

이어스름녘.

창밖희뿌연가로등아래까지쫓아와서성이던

외암리의청랭한겨울바람이

내이마를슬몃짚어지나가는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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