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冊] 삼남에 내리는 눈

제목:삼남에내리는눈

저자:황동규

발행:1975년

출판사:민음사

밤이들면서

골짜기엔눈이퍼붓기시작했다.

내사랑도어디쯤에선

반드시그칠것으로믿는다.

다만그때

내기다림의자세를생각하는것뿐이다.

그동안에눈이그치고

꽃이피어나고

낙엽이떨어지고

또눈이퍼붓고할것을믿는다.


어제를동여맨편지를받았다
늘그대뒤를따르던
길문득사라지고
길아닌것들도사라지고
여기저기서어린날
우리와놀아주던돌들이
얼굴을가리고박혀있다.
사랑한다사랑한다,추위가득한저녁하늘에
찬찬히깨어진금들이보인다
성긴눈날린다
땅어디에내려앉지못하고
눈뜨고떨며한없이떠다니는
몇송이의눈.

누가와서나를부른다면
내보여주리라
저얼은들판위에내리는달빛을
얼은들판을걸어가는한그림자를
지금까지내생각해온것은모두무엇인가
친구몇몇친구몇몇그들에게는
이게내것가운데그중외로움이아닌길을
보여주게되리
오랫동안네여며온고의춤에남은것은

무엇인가
두팔들고얼음을밟으며
갑자기구름개인들판을걸어갈때
헐벗은옷가득히받는달빛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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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내리는늦은저녁.

서가에서

황동규님의

[三南에내리는눈]을꺼내읽는다.

그러다가

시인의또다른책을골라

스텐드아래펼쳐놓고

그행간을

짚어간다.

한폐이지를읽고

눈을들면

창으로흩날리는눈.

또한페이지를읽고

창밖을무연히내려다본다.

밤이들면서

골짜기엔

눈이퍼붓기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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