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상오

마실가셨던할머니가돌아오셨고

화로에다양푼을얹어참기름을두르고

짠지(김치)를숭숭썰어넣고

아침찬밥덩이를덜어넣어볶아주셨다.

뜨거워서호~호~불어가며먹고나니

멀리읍내에서정오싸이렌소리가아득히들려왔다.

읍내가있다는부용산은마루에서서처마끝으로바라보면

항상푸른빛으로만보였다.

산빛깔이왜푸른것일까?

음..저산에는나무들도푸른색깔일까?

그산이오늘은조금은희끗희끗하게보였다.

할머니는문짝맨위의틈새로

슬픈가락을흥얼대시며하염없이바깥을내다보셨다.

언젠가할머니가번쩍안아서

할머니가늘내다보시던문틈을보았는데

수실말에서방죽말로넘어가는
가느다란길만보일뿐이라실망만했다.

뭣하러할머니는허구헌날을방안에서일어서기만하면

그곳만내다보시는지모르겠다.

어른들은참,이상해.

마루로나가니

와!~온통세상이하얗게만보였다.

앞집재열이네지붕이며

헛간지붕이며

변소간의작은지붕은아예담장과두리뭉실잇대여져

수북히쌓인ダ막?구분이안갔다.

마당한가운데로쌓인눈을모아서

오동산만큼이나높게높게눈산을만들어놓았다.

삽작꺼리의양지쪽담장에엮어매달아놓은

시래기나물위에도눈이소복히얹혀있었다.

어찌나추운날씨인지콧속이따끔거렸다.

오줌이마렵도록진저리가쳐졌다.

얼른방으로다시들어왔다.

할머니는윗목에놓아둔콩나물시루에

물을좍,좍,뿌리고계셨다.

콩나물시루에서떨어지는물방울소리는

언제들어도기분이좋았다.

푸르딩딩하던콩나물대가리가벌써노랗게된것을보니

내일이나모레쯤은콩나물밥을먹을수가있을것같다.

입맛다시는소리를들으셨나?

할머니가윗마루의밀가루통에서엿을내오셨다.

가위손잡이로톡톡,치면부서지는엿.

갱엿.

깨엿.

콩엿.

무슨재미난일은없을까?

작년겨울에형하고만들었던눈집을만들어야겠다.

토끼털귀마개를하고

짝짝이돼버린구멍난장갑도찾아서꼈다.

옆집주열이를불렀다.

삽으로높다란눈산을파들어갔다.

우리머리에서김만모락모락피어오를뿐

눈집은어림반푼어치도없었다.

으..어쩐다?

주열이도못하겠다고징징댔다.

할아버지께서마침사랑에서나오시다가

눈집을만드느라낑낑대는우리를보시곤

눈집의모양을대충만들어주셨다.

삽하고호미를들고안으로들어가

삼태기로연신퍼담아바깥으로내면서둥글게파들어갔다.

제법둘이서누울수있는공간이생겼다.



바닥에꺼치때기(거적)를깔고누우니아늑한방이됐다.

눈방의천장이푸른빛이돌면서도환했다.

부엌에서당원을두알몰래꺼내왔다.

주열이와나란히누워서

혓바닥에당원을그어가며달착지근한맛과

아늑하고훌륭한눈방에누워

학교에서배운노래를불러제꼈다.

방학책도가져왔다.

맨날맨날이곳에서살았으면좋겠다.


이눈집이한

열밤은끄떡없으면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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