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고향에는구제역인가뭐신가로
마을마다술렁합니다.
고향마을로넘어가는다리께에
구제역약품을살포하는마음들이안타까워
고개숙여묵례를해줍니다.
차유리창으로뿌려진약품이
금새얼어붙어시야가흐릿합니다.
이것이효과를볼런지는며칠이지나봐야안답니다.
가족이나진배없이주야장창키워온가축들을
땅속에생매장하는농심은어떻겠습니까.
고향넘어가는길에
한숨만자꾸나옵니다.
고향친구들과약속한다방에들어섰습니다.
허옇게성글어진흰머리를뒤로넘기면서
어떤중년이뚜벅뚜벅다가옵니다.
무척이나반가운얼굴로팔을벌려안는데
난도대체누군지가어삼무사합니다.
가만보니
안골용호였습니다.
몇년만에만났는데몰골이말이아닙니다.
안경너머로눈까지퀭합니다.
익히소식은들었지만
뭔말을나눌지한참머뭇거려집니다.
그냥애꿋은차림표만바라보는데
형찬이친구가마담언니를불러서앉힙니다.
실없는농담짓꺼리를나누면서
짐짓아무렇지도않은듯애써태연스러운표정을짓숩니다.
살아가면서곡절없이가는生이어디흔하던가요.
이세월까지넘어오는고갯마루에
어찌평탄한길만밟아넘어왔겠습니까마는
너무도가파른깔딱고개에서는한숨만나오는법인가봅니다.
쌍화차한잔을시켜놓고앉아
담배개피를연탄불에붙이고
애꿋은담배만뻑뻑빨아대는친구는
자꾸천장만올려다봅니다.
옛날식시골다방에는뭔지모를아늑함이배어있어좋습니다.
이런분위기에서친구들과흰소리나하면서
허구헌날을노닥노닥하며
이긴겨울을보냈으면좋겠습니다.
고향친구대다수의삶을생각컨데
논배미에얼어붙은저얼음장같은인생역정이었습니다.
대처에내보낸
처자식들을위해기꺼운마음으로
뼈가으스러지도록
눈만뜨면들판으로나가사는
나홀로산골
기러기아빠.
처와사별하고
늦둥이어린자식을품어안고
고치지도못할불치병을
숨겨살아가는중년.
다친다리와허리를이끌고
절뚝절뚝밭뙈기를일궈
쉴틈이없는
삼백예순날을뒷금치끌어가며
살아가는친구.
친구집집들이를핑게삼아
벌컥벌컥마신쐬주잔에
눈자위가붉어진친구.
슬몃밖으로나가
먼산을바라보며담배만뻑뻑빨아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