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데이트

엄니께서굉일이라경로당핵교두안가시구

에미는모임에가서읎구

애비랑둘이앉았자니

심심허기두허시것다.

‘우리드라이부데이또나갈까유?’

‘나야조치~’

‘어여준비허세유.’

‘근데에미는아파서병원갔어?’

‘아프긴유.멀쩡허니놀러갔구먼유.’

‘그려?’

‘또봄쉐타만입으세유?’

‘이렇케따뜻한데뭔말이여.’

어린애보담두더엄청좋아라하시는울엄니.

차만타시면좋아하시는데

이젠장거리여행은못하신다.

‘엄니,올해몇이신지아세유?’

‘팔십다섯.’

‘맨날팔십다섯이유?이젠팔십하구두일곱이유.일곱!’

‘하이구~이젠나두모올러.’

바람까지불면서쌓인눈이얼어붙은산간마을.

옛날식노래를틀어드린다는것이

CD를찾다보니김추자노래다.

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

사랑도거짓말~~.

뿐이랴?

엄니께로향한마음거짓효도거짓말.

데이트도에미없으니대신나왔구.

바깥나들이도내갑갑하니나온것.

엄니께향한모든마음이김추자노랫말같이죄~거짓말이다.

며칠전

안해와[인간극장베스트]라는것을우연히보게됐는데

99세노모와67세아들과의살겁기그지없는

모자지간의정을나누는것을시청하면서

안해의지청구를뜨끔하게들었다.

‘우리가어머니께너무못하고있는거알아요?’

‘……’

‘우리어머니께더잘합시다.’

‘……’

‘저아드님이하는것좀봐요.’

‘응..그..그려.’

몇번을다짐하고

또다짐해보건마는

이노무무심함이며칠을못가는데야나또한

안해에게고개를못들것다.

엄청잘해드리자는것도아니고

더가까이다가가서엄니의마음이외롭지않게는

해드려야하는데..

엄니의마음이

저꽁꽁언저수지에홀로서계시는마음이시리라.

‘여보,어디예요?’

‘응..시방엄니랑데이트중이여.’

‘참잘했어요.그래잖아도맘이걸리던참인데..’

바람없는따스한양지쪽에차를주차시키고

엄니를차에서내려드리며

손을잡고팔짱도끼고이리저리산보를했다.

엄니와의이런시간들이얼마나있었던가.

앞으로그리많지도않을진데..

새삼내마음이야속해진다.

엄니를부축하고

느릿한걸음으로

산소에도올라가보고

저수지가에서서얼음장건너갈대숲도바라보고

하늘로지나가는비행기도바라보고

솔바람소리에귀를모아보고..

어머니는

눈부신저녁햇살에

이마에손얹어

자꾸먼데를바라보신다.

문득가련해지는어머니.

지숭혀유.

잘못했어유.

더잘하도록노력할것이구먼유.

돌아오는길.

엄니의18번지노래

[황포돛대]를불러달라고청하니

자꾸만가사를잇지못하신다.

마즈막~슥양빛을~깃폭에담고~

그석양빛을가슴에담고돌아오는길.

어머니와데이트하고돌아오는길.

‘애비야,오늘날두참말맑구나.’

‘야~~엄니하구데이트허니깐두루지마음두맑아졌구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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